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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오늘 전·현직 법관 추가 기소 “최대한 절제해 결정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5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에 관여했던 전·현직 법관을 기소한다. 지난해 6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된지 10개월 만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뒤 약 40여일간 법관의 기소 범위를 두고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기소 대상도 일부 수정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정말 고통스럽고 어려운 수사였다"며 "최대한 절제해 법관들에 대한 기소 범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현직 대법관이자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 중인 권순일 대법관의 기소 여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권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되어 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2012~2014년 법원행정처 차장 재직 당시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일부 법관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선 현직 대법관으로는 최초로 권 전 대법관이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이 행정처 차장으로 재직 당시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실제 인사 불이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무혐의나 기소 유예 처리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시 유죄가 나올 가능성도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차한성 전 대법관과 강형주 전 법원행정차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윤성원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 실장,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도 기소 대상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중 이규진 전 양형위원은 지난 1월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윤성원 전 실장은 지난 2월 인천지법원장으로 부임한 직후 사표를 냈다. 강형주 전 차장도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을 끝으로 사의를 표명하고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9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역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연구관도 지난해 2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사임한 뒤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검찰은 기소된 현직 법관에 대해서는 법원에 비위 통보를 할 예정이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전직 법관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변호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현재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법관 외에 다른 법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도 관심을 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하며 100여명이 넘는 전·현직 법관을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예상외의 인물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기소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시절 영장 관련 기밀 내용을 상사에게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의 가담 정도나 혐의에 경중에 따라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 성 부장판사가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검찰의 추가 기소와 이에 따른 공소장, 법원의 비위통보 내용 등을 확인한 뒤 현직 법관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위 사실에 대한 통보를 꼼꼼히 살펴본 뒤 필요할 경우 법관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에서도 전·현직 법관들의 추가 기소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11일 검찰 소환조사 전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서"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법관들도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지면 그 역시 제 책임이며 제가 안고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은 하위 법관들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고 과오가 있다면 본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이라며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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