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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톱다운·제재완화 매달린 게 자충수”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제재 해제에 '올 인'하는 협상 태도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 결렬 이후 약 나흘 간 나온 한ㆍ미 외교 소식통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2월 초순 평양 실무협상 때부터 퇴로 없는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앞서 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필리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수주 전부터 2016년 3월 이후 부과된 유엔 안보리 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관한 제재 완화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은 건 하노이 현지 실무협상 때 부터"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2월 6~8일 평양에서, 같은 달 21~26일엔 베트남 하노이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일관되게 개성공단ㆍ금강산 재개와 같은 남북경협 단위가 아닌 유엔 안보리 차원 큰 단위의 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북부 랑선선 동당역의 특별열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북부 랑선선 동당역의 특별열차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런 북한의 태도는 오히려 미국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북ㆍ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북한이 제재 완화에 매달리자 미국이 “급할 것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서두를 필요 없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 당초 미국의 비핵화 로드맵에 포괄적 신고는 영변 핵 폐기 이후로 미루는 것이었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α 시설의 목록까지 요구하게 됐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영변 하나의 카드만을 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제재 완화를 끝까지 요구했다는 건 협상 전략상의 미숙함”이라며 “부분적 비핵화를 가지고 제재 해제를 얻어 내려고 했다면 미국을 잘못 읽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베트남에서 호찌민 묘소를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있다. [사진 YTN 캡처]

2일 베트남에서 호찌민 묘소를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있다. [사진 YTN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탑 다운' 방식을 고집한 것도 오판의 요소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해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실무협상 요청을 거부해오다가, 올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무협상이 굴러가게 됐다.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탑 다운 담판은 성과가 있으면 리더십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며 “막후에서 은둔 통치를 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대중선동가형인 할아버지 김일성을 따라하려는 김정은의 스타일상 탑 다운을 고집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은 “작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공동합의문 문구를 받아들였고, 김정은은 이번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오판한 것 같다”며 "60여 시간 열차를 타고 와서 빈 손으로 귀환한다는 것이 김정은으로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차 북·미 정성회담이 공동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소식은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입성했을 때 대대적으로 보도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어느 한 쪽에게만 불리할 수 없다”며 “트럼프로서도 두 번의 정상회담 중 한 번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 했고 또 한 번은 실패한 만큼 양쪽에 좋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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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