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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결국엔 네 탓 공방…부글거리는 '마스크 민심'

봄을 집어삼킨 초미세먼지

봄을 집어삼킨 초미세먼지

고통의 역치(閾値)도 올라가게 마련이라 국민이 미세먼지에 익숙해졌다고 판단하는 걸까. 4일로 나흘째 수도권에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되고 “서쪽 지방 전역이 미세먼지에 피습당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나라 전체가 시달리고 있지만, 정치권은 수수방관이다. 대책은커녕 하다못해 “안타깝다.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흔한 대국민 위로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빠그라진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거나 한국유치원총연맹의 개원 연기를 질타하기에 바빴다.
 
야당 사정도 피차일반이라 자유한국당도 이날 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좌파 독재 저지 투쟁을 하겠다”며 대여 전의만 불태웠다.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 중 평소 30~50%, 심할 때는 60~80%가 중국발이라고는 하지만, 정치권은 필요할 때 정치적 소재로만 활용할 뿐 평소엔 말 그대로 별 무관심이다.
 
◇선거 때면 너도나도 “미세먼지 잡겠다”
 
정치권에서 드물게 미세먼지가 화두였던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 사이에서 논쟁이 촉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환경단체 소속 회원들과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2월 환경단체 소속 회원들과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시 박원순 시장은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라며 1월 15ㆍ17ㆍ18일 세 차례에 걸쳐 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풀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박영선ㆍ우상호 의원은 “대중교통 무료화는 보여주기식 행정”, “(들인 돈) 150억원은 나무 5만 그루를 심고 스프링클러 1만5000개를 설치할 수 있는 돈” 등으로 공격했다.
 
본선에서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협공했고 친환경 전기차 8만대 보급, 도로 물청소 차 1000대 확충 같은 백가쟁명식 공약 경쟁을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정치권에서 미세먼지 관련 논의는 자취를 싹 감췄다. 미세먼지가 휘발성 있는 정치적 소재로서의 생명을 다하고, 풀기 어려운 생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탈원전 논쟁서 촉발된 미세먼지 2라운드
 
올해 초 미세먼지 이슈가 다시 잠깐 화두가 됐다. 민주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이 촉발했다. 송 의원은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노후 화력발전소를 조기에 퇴출하고,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3ㆍ4호기와 바꾸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여권의 금기를 어긴 셈이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됐다고 생각한다”고 송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고, 이해찬 당 대표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안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좋은 화두를 던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소수였다.
 
◇결국엔 네 탓 공방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저공해자동차의 보급 등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기환경 보전법 등 관련 법안 수십 개가 상정돼있다. 발의한 주체는 여야 의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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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회가 무소속 손혜원 의원 청문회 개최 여부 등으로 상당 기간 겉돌면서 논의가 멈춰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여당은 “수도권은 교통 영향이 크다. 이명박 정부 때 디젤 차량을 대거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맞받으며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김형준 교수는 “미세먼지 같은 생활 이슈는 말 그대로 듣고 묻는 청문회(聽聞會)를 통해 의원들이 깊이 있게 공부를 해야 해법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 정치인들은 이렇게 공부를 하기는커녕 정치 쟁점화로 성격을 변질시켜 책임 지우기에만 바쁘다”고 비판했다.
 
권호ㆍ이우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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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