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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종점

종점
-최문자(1943~ )
 
시아침 3/5

시아침 3/5

사랑 없이도 고요할 줄 안다
우리는 끝없이 고요를 사랑처럼 나눴다
우리가 키우던 새들까지 고요했다
우리에게 긴 고요가 있다면
우리 속에 넘쳐나는 소음을 대기시켜 놓고
하루하루를 소음이 고요 되게
언제나 소음의 가뭄이면서
언제나 소음에 젖지 않으려고
고요에 우리의 붓을 말렸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시끄러운 가을 벌레들처럼
우리는 아주 오래 뜨거웠던 활화산을 꺼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고요는 침묵일 것이다. 아마 서로 강요하고 눈감아준 것이었겠지. 그런데 침묵은 사랑을 무마한다. 그때 사랑은 소음이란 뜨거운 대화를 통과했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가을이 돼서야 활화산처럼 말문이 터지는 건 늦은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아쉽고 부산한 종점 부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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