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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사립유치원 교사들

이가영 사회팀 기자

이가영 사회팀 기자

“끝까지 투쟁하며 폐업도 불사하겠다”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밀려 개원 연기를 철회하고 5일부터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 당국과 한유총의 대립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 속에서 정부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한유총 눈치에 자신들의 목소리도 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립유치원 교사다.
 
정부와 한유총의 대립이 고조됐던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엔 ‘사립학교 유치원 선생님의 비인권적인 현실,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제가 올리는 글에 조금이라도 과장이 있다면 이 글을 삭제하라”며 자신의 아내가 처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유치원, 학부모, 정부로부터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있다”며 “비리 유치원 수혜자는 원장이나 이사장인데 선량한 선생님까지 욕설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원 연기도 각 유치원 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대부분인데 모두가 한통속인 양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러다 정말 유치원이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던 8년 차 서울 사립유치원 교사 이모(31)씨는 한유총의 개원 연기 철회에 안도했다. 그러나 이씨는 “싸움이 마무리된 건 아니지 않느냐. 누구보다 열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사랑했는데 언제 다시 교사 자리가 위태로워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다. 그러나 생계를 두고 노심초사했던 사립유치원 교사도 적지 않다. 유치원 정보공시 사이트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 4090곳에는 4만6400명의 교사가 일한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 2만4000명의 2배에 달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교사는 고용보험이 아닌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로 분류돼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교육공무원법에는 사립학교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이거나 폐교 등으로 퇴직한 교사를 국·공립학교 교사로 임용할 수 있게 했지만, 유치원 교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 교사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공립 유치원에 가기 위한 임용시험을 보겠다며 유치원 대신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불안감이 지속한다면 이들에게 양질의 유아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한유총이 원아와 학부모, 유치원 교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가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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