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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맥집 하나가 바꿔놓은 동묘 골목

‘동묘가라지’는 지하철1호선 동묘앞역에서 창신동 완구시장 방면으로 나 있는 인쇄소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동대문 야시장 상인들 대상으로 배달 피자를 팔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뉴트로를 즐기는 젊은층에서 수제맥주 전문 피맥집으로 유명하다. [윤경희 기자]

‘동묘가라지’는 지하철1호선 동묘앞역에서 창신동 완구시장 방면으로 나 있는 인쇄소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동대문 야시장 상인들 대상으로 배달 피자를 팔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뉴트로를 즐기는 젊은층에서 수제맥주 전문 피맥집으로 유명하다. [윤경희 기자]

지하철1호선 동묘앞역과 창신동 완구시장 사이, 작은 인쇄소가 다닥다닥 이어져 있는 골목 안쪽 구석에 젊은 직장인들이 찾아가는 피맥집이 있다. 한국 수제맥주와 동대문 야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피자를 파는 ‘동묘가라지’다.
 
“여길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취재를 왔다고 하니 사장 박상현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눈치다. 이곳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역에선 도보로 5분 거리지만, 좁은 골목 안으로 몇 번을 오른쪽 왼쪽으로 꺾어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작은 인쇄소들뿐이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이곳이 펍인지 모르고 스쳐 지나가기 십상이다. 휴대폰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없다면 찾아갈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외진 곳에 있지만 오후 6시 문을 열자마자 20~30대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모여든다.
 
차고처럼 꾸민 실내 모습. [윤경희 기자]

차고처럼 꾸민 실내 모습. [윤경희 기자]

지난해 9월 문을 연 동묘가라지는 원래 판소리 소리꾼 최민종씨가 4년 전부터 창극단 운영을 위해 동대문 도매시장 배달 피자를 만들어 팔던 곳이다. 직접 개발한 피자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꽤 유명해졌는데, 그의 어린 시절 동네친구이자 국내 수제맥주회사 ‘더부스’에서 3년간 경력을 쌓은 박상현씨가 피자와 맥주가 주인공이 되는 펍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주변 친구들이 SNS에 가게 오픈 소식을 올려 준 게 홍보 활동의 전부였지만, 오래된 인쇄소 골목의 정취를 신기해하는 젊은 세대가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내부는 가게 이름처럼 딱 ‘차고’ 같다. 골목길에서 50cm 정도 밑으로 꺼진 가게 안은 차고에나 있을 법한 공구와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천장과 벽은 하얀 석고벽이지만 가게 한 쪽 면에 빈티지 스타일의 빨간 냉장고와 소파를 놔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안동금맥주.

안동금맥주.

코젤다크.

코젤다크.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가장 먼저 맛보는 건 시원한 맥주다. 카스부터 시작해 경북 안동의 브루어리 안동맥주에서 만든 골든에일 ‘안동금맥주(사진)’, 경기도 일산에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 만든 ‘몽크 IPA’, 신생 브루어리인 더쎄를라잇의 대표맥주인 ‘망고야’까지 한국 수제맥주들이 주를 이룬다. 박 사장이 맥주회사에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엄선한 것들로 가장 인기가 높은 건 안동금맥주(5000원)다. ‘에일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나 향과 맛이 강한 맥주를 꺼리는, 깔끔 지향 입맛 고객에게 추천’한다는 메뉴판의 설명처럼 깔끔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조금 더 깊고 묵직한 맛을 원하는 사람들은 시나몬 슈가가 듬뿍 올라간 ‘코젤 다크’를 선택한다. 체코 벨코포포비키 브루어리가 만든 흑맥주로, 달큰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좋아 프라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단,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시나몬 슈가 없이 먹어보길. 시나몬의 강한 향과 맛에 거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와 함께 곁들일 대표 안주는 뭐니뭐니해도 피자가 으뜸이다. 통돼지오븐구이(2만5000원), 깐풍치킨(1만6000원), 양푼이 몹시매운 파스타(1만6000원) 등이 고루 잘 나가지만, 이곳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피자다. 고르곤졸라부터 페퍼로니·마르게리타·머쉬룸·루꼴라 등 8종류의 다양한 피자 메뉴가 있지만 하나만 선택한다면 ‘블록버스터 피자’(1만8000원)를 추천한다. 햄·피망·버섯·치즈·불고기 등의 풍성한 토핑을 얹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퇴근 후 어디 갈까’ 고민이라면 이곳에 가보시길. 젊은 층이라면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는 ‘뉴트로’를, 기성세대라면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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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