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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사시 동맹 전력 약화시킬 한미 연합훈련 중단 재고하라

한·미 국방 당국이 양국의 연례적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을 그만하기로 해 연합방위체제가 약화될 중차대한 위기에 놓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그제 패트릭 새너헌 미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를 결정했다고 한다. 한·미는 KR연습을 ‘동맹’으로 명칭을 바꾸고, 훈련기간을 2주에서 1주일로 축소키로 했다. FE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 실시한다. KR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증원하는 훈련이고, FE는 실전적인 대규모 기동훈련이다. 지난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을 생략한 것을 고려하면 연합훈련을 전반적으로 축소하거나 일부 폐지한 셈이다.
 
연합훈련은 한·미연합사령부 및 주한미군과 함께 한미동맹의 3대 지주다. 당연히도 연합훈련을 줄이면 그 영향은 주한미군 감축과 연합사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진다. 훈련하지 않는 부대는 전투력이 떨어지고, 그 존재 가치도 유명무실해진다. 수험생이 모의고사를 치르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한·미 국방장관회담 등 공식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화로 덜렁 합의했다는 점이다.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오판과 진정성 부재로 결렬된 마당에 우리 스스로 안보시스템부터 약화한 꼴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은 무관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핵화가 주한미군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미 하원이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지 말라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는가. 연합훈련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미군에겐 동맹국과의 연합훈련이 필수다. 현재 미군이 다양한 연합훈련을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는 한국군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훈련 비용은 한·미가 각자 부담하는 게 오래된 관례였다.
 
앞으로 안보 여건은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귀국 길에 알래스카 미 공군기지를 들러 북한에 가장 부담스러운 F-22 스텔스 전투기 앞에서 “만약 우리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간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비핵화 협상에 따라선 위기국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안보만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엇이 그리 급해 전화 한 통으로 방위력을 약화시키는 연합훈련 축소·중단부터 결정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은 북한 비핵화가 까다롭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 잘 되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겠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희망에 앞서 우리 안보시스템의 중요한 축인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무엇보다 튼튼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즉흥적으로 이뤄진 연합훈련 축소는 재검토되어야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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