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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불친절했지만…대박 횟집의 언어장애 서빙 아줌마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6)
어릴 적 외삼촌 집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8남매의 막내딸인 어머니의 막내인 나는 40여명이 넘는 외사촌 중에서도 늘 귀여움을 받았다. 특히 작은 외삼촌 집에 놀러 가면 마치 왕자가 된 듯한 대접을 받았다. 외삼촌 가족과 식사라도 하면 외삼촌, 외숙모, 사촌 형과 누나 모두가 돌아가며 “준혁아 많이 먹어라, 맛있게 먹어라” 인사말을 건네며 입가엔 한 아름 미소를 지어 주셨다.
 
어릴 적 외삼촌 집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했다. 놀러 가면 마치 왕자가 된 듯한 대접을 받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중앙포토]

어릴 적 외삼촌 집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했다. 놀러 가면 마치 왕자가 된 듯한 대접을 받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은 한결같이 나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중앙포토]

 
어린 나이에도 ‘왜 저분들이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지’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저 마냥 기분이 좋았다.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이 돼 사촌 형과 누나들을 만나도 그들은 한결같이 식사할 때마다 “준혁아 많이 먹어라, 맛있게 먹어라”하는 말을 건넸다.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쳐도 기계적으로 “아이고 우리 막내 이렇게 잘 컸네, 멋있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내게 그렇게 매번 따뜻하고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던 사촌 형들은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대기업 임원을 지냈고,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메시지만 건네던 큰 형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엄격한 밥상머리 교육을 했던 외삼촌
나는 지금도 그들의 성공을 인사를 잘 가르친 외삼촌의 가정교육 결과로 믿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시던 외삼촌의 철두철미한 인사법은 반드시 상대방을 대할 때 상대방의 호칭을 붙이며 인사말을 건네게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부하직원이 휴가를 간다고 상사에게 인사를 하러 오면 보통은 “잘 다녀오세요”나 “재밌게 푹 쉬고 와” 정도다. 사촌 형들은 “김 대리! 회사 걱정하지 말고 오랜만에 릴랙스하고 오세요”라고 반드시 호칭을 붙이고 남보다 한 줄 더 다정한 인사말을 진심을 담아 건넨다.
 
언젠가 대학교 때 방학을 맞아 큰 형이 근무하는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직원들이 로비에서 인사를 할 때마다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고, 누구라 할 것 없이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소위 명문대학을 나온 것도 아닌 큰 형이 오너인 회장을 제외하고 대기업 부회장 자리에 올라갈 수 있던 것은 경영능력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인 형의 업무 능력이 빛을 발휘한 결과였겠지만, 신입사원 때부터 몸에 밴 친절함과 따뜻한 인사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올해 구정을 앞두고 거래처 사람들과 부산에 출장을 내려가 한 횟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아 '오늘 대접 받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평일 저녁 부산의 자갈치시장(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해 구정을 앞두고 거래처 사람들과 부산에 출장을 내려가 한 횟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아 '오늘 대접 받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은 평일 저녁 부산의 자갈치시장(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해 구정을 앞두고 거래처 사람들과 부산에 출장을 내려가 한 횟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입구에서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고, 주인도 정신이 없어서인지 우리 일행을 데면데면 대했다. 속으로 기분이 언짢은 상태에서 안내받은 2층 자리로 올라갔다. 약 10여 테이블이 손님으로 꼭 차 ‘오늘 대접받기는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얼마나 정신없이 뛰었는지 얼굴에선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 오늘 대목이라 너무 바빠 잘 모실지 모르지만 식사하는 데는 지장이 없도록 열심히 할께예”하고 인사를 하는데, 반은 알아듣고 반은 대충 짐작해야 알아들을 만큼 어눌했다. 자세히 보니 그 아주머니는 언어 장애가 아주 심했지만 동작이 얼마나 민첩하고 빠른지 그 많은 테이블을 혼자서 이리저리 뛰며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손님 주문을 혼자 처리해 냈다.
 
“아주머니 이 많은 테이블을 혼자 다 맡는 건가요? 다른 직원은 없나 보죠.”
“예, 오늘 한 명이 더 있는데 갑자기 시댁에 일이 생겨 혼자 일해야 합니데이.”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주인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던 나는 “주인이 나쁜 사람이네요. 일하는 분이 한 명 펑크가 나면 파출부를 부르든지 해야지 혼자서 고생하게 하고 말이 됩니까”하고 주인을 비난하는 말을 건넸는데, 돌아오는 답이 놀라웠다.
 
“아입니더. 사장님은 저 같은 사람을 일주일에 3일씩이나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월급도 다른 식당보다 더 많이 주는 분이라예. 구정 대목이라 사람을 못 구해 일당을 더 준다고 미안하다 하셨어예.” 나를 비롯한 일행 모두는 그분의 얘기를 듣고 속으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저런 직원만 있으면 무엇을 해도 성공하겠다고.’
 
혼자서 1층과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손님을 전부 다 치러 내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그 바쁜 와중에서 “맛있게 드이소”,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던 말씀 하이소”, “아나고 회는 조금 더 많이 해달라 해서 더 드렸어예. 바빠서 제대로 못 해드려 미안합니데이” 등등의 말을 연신 건네며 우리 일행을 감동하게 했다.
 
손님들이 전부 나가고 우리도 식사를 마칠 즈음 아주머니를 불러 손바닥 안에 2만원을 접어 살짝 건넸다. 아주머니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손님들이 전부 나가고 우리도 식사를 마칠 즈음 아주머니를 불러 손바닥 안에 2만원을 접어 살짝 건넸다. 아주머니는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손님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우리도 식사를 마칠 즈음 아주머니를 불러 손바닥 안에 2만원을 접어 “아주머니, 내일 구정인데 양말이라도 한 켤레 사 신으세요”라며 살짝이 건넸다. 나도 사업을 하고 있어 일식당이나 고깃집을 갈 때면 언제나 1만~2만원의 돈을 접어 건넨 적도 많았는데, 칠암 횟집에서 만난 아주머니처럼 그렇게 고마워하고 맑게 웃으며 내 작은 성의를 받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아이고 고맙습니데이, 사장님예 새해에는 진짜 대박 나고 하는 일 뭐든지 잘 될겁니데이, 진짜루 고맙습니데이”라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30여년간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서비스 자세의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이 업인데도 그 횟집의 아주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심을 담고 있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섰기 때문일 것이다. 말과 관련된 옛날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 온다’라는 선순환적 말이 있다면 ‘말이 씨가 된다’, ‘세 치 짧은 혀가 사람 죽인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라는 악순환 적인 말도 있다.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
몇 해 전 중국 베이징에서 자신을 가르치던 조선족 대학생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무시하고 경멸하는 말을 쏟아 내던 한국 고등학생이 무참히 살해된 적이 있다. 필리핀 골프장에선 캐디에게 막말해 대던 한국 중년 골퍼가 클럽하우스를 나서던 순간 캐디의 필리핀 애인이 쏜 독침을 목에 맞고 즉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전부 사람이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쏟아낸 결과가 남긴 참사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를 나눈다. 어떤 상황이 와도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하면 안 된다. 식당이든 자영업이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장은 거창한 성공이론을 개발하고 연구하기보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실례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감사합니다’라는 대고객 친절서비스 5대 필수 항목을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실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시설보다도 내 가족처럼 고객을 맞이하고 대하는 서비스 자세를 직원들이 몸에 배게 주인부터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는 감성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성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인사만 잘해도 성공한다.
 
이준혁 전 상지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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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