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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숫자로 읽는 경제]폐지값 내려 양극화 심해졌다?

재활용품 수거 노인의 자전거 위 폐지가 거리에 쏟아지자 여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인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재활용품 수거 노인의 자전거 위 폐지가 거리에 쏟아지자 여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노인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폐지 값 하락, 저소득층 사업소득 감소에 영향" 주장 
폐지 가격이 내려가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분석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분석을 시도한 주인공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이다. 
 
그는 지난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커진 원인이 폐지 값 하락에 있다는 주장을 다양한 통계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득 양극화의 배경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있다는 취지의 주요 언론 보도를 "엉터리 해석"이라 단정했다. 그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을까. 이를 한번 따져봤다.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은 소득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아닌 폐지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톱 화면 캡쳐]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은 소득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아닌 폐지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톱 화면 캡쳐]

우선 최 원장은 소득 1분위(하위 20% 이하) 계층, 그중에서도 극빈층인 '근로자 외 가구(가구주가 자영업자·무직 등 근로자가 아닌 가구)'의 사업소득이 2017년 4분기 22만원대에서 지난해 4분기 8만원대로 떨어진 것에 주목했다. 소득 1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평균 가구주 나이는 68세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빈곤층 노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중국발 쓰레기 대란으로 폐 골판지 가격이 1년 새 145.5원(월평균 가격)에서 70.7원으로 하락한 것이 사업소득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노인이 폐지를 팔아 번 돈은 '사업소득'으로 잡힌다.
 
통계청 "폐지 파는 노인 사업소득 감소? 통계로 파악 안 돼" 
그의 접근은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는 노인 대다수가 소득 1분위 '근로자 외 가구'에 속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면,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통계청에는 폐지 파는 노인의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들 노인이 '근로자 가구'와 '근로자 외 가구'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 폐지 판매 소득이 줄어든 것이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한 가장 핵심적인 원인인지를 증명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소득 1분위 사업소득 감소 원인은 무직(無職) 가구 증가" 
대신 통계청은 소득 1분위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다른 이유를 든다. 소득 1분위 가구의 가구주들이 직장을 잃은 요인이 컸다는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 가구에선 가구주의 직장이 없어진 '무직 가구' 비중이 1년 새 급증(43.6%→55.7%)했다"며 "무직 가구가 늘면 '근로자 외 가구'로 편입되는 가구도 늘기 때문에 사업소득이 뚝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총 10가구로 구성된 '근로자 외 가구'의 전체 사업소득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소득이 없는 무직 가구 10곳이 더 편입되면 평균 사업소득은 50만원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소득 1분위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이 1년 새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분배 악화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은 직장을 잃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의 소득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이들 집단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시점과 상관없이 대체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확인하려면, 노동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뿐만 아니라 직장을 잃은 사람의 통계까지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 지표가 부진해졌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일용직 노동자가 17만여명 줄어든 점, 소득 2분위(하위 20~40%) 계층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1분위 계층으로 내려앉은 점 등을 볼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있었다는 해석이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표본 바뀌었으니 연간 통계 비교 곤란?…통계청 "비교 못 할 정도는 아냐" 
한편 지난해부터 가계동향조사 표본이 바뀌었기 때문에 2017년과 지난해 통계를 비교해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봐선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부터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표본에 저소득층이 많은 1인, 고령층 가구가 늘었기 때문에 저소득 계층 소득이 더 크게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도 '4분기 가계동향조사' 첫 페이지 '일러두기'에서 "전년과 올해 결과를 직접 비교해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2017년 4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늘어난 1인 가구 비중은 1.6%포인트, 고령층 가구 비중은 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박 과장은 "지난해 4분기 통계 표본에서 1인, 고령층 가구 비중이 2017년에 비해 다소 늘었지만, 통계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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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