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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게에서 주인 편들다 아내에게 이혼당한 남편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3)
남편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주길 바라며 여행을 다녔는데,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진 pixabay]

남편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한 장면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주길 바라며 여행을 다녔는데,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진 pixabay]

 
얼마 전 남편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때도 전 주로 계획을 짜는 편입니다.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지에서 갈 곳을 찾아보고 최적의 동선을 생각하죠. 개인적인 일로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면 준비과정이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내 뿌듯해집니다.
 
남편과의 여행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남편은 발걸음 향하는 대로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 꼭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여행지에서의 동선이 머리에 그려져 있지 않으면 살짝 불안한 것이 저입니다. 물론 나 좋아하는 일이지만 이번 여행도 준비는 저의 몫이었던 거죠.
 
불편함이 더 쉽게 드러나는 가족 여행
가까운 친구라도 몇 날 며칠을 온전히 함께 있기는 쉽지 않으니 오래 알던 사이라도 여행지에서는 때때로 상대방의 작은 감정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곤 합니다.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는 조금 참거나, 이해하고 지나가게 마련이지만 가족 여행에서는 불편함이 더 쉽게 드러납니다. 이내 아차차 하지만 꼭 말하지 않더라도 나의 표정에 불편함이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가족이니까 더 잘 알아주었으면 하거나 어떻게 몰라주냐는 마음이 큰 셈이겠지요. 그 마음이 친구들에게서처럼 순화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되면 여행이 더는 즐겁지 않기도 할 겁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요즘 푹 빠져있는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자니 한 장면이 유독 마음에 들어옵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둘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타나죠. 서로 눈치만 보다 어느 날 아내에게 누군가 물었습니다.
 
 
“아니, 이혼은 왜 했어? 이상하잖아. 없는 집 둘째 아들인 거 몰랐던 것도 아니고 시조카들이랑 여행 다니고 조카들이 다 자식 같다며? 근데 왜 갑자기 이혼이냐고?” 아내의 첫마디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 편이… 내 편이 아니더라고.”
 
늘 그렇듯 큰일의 시작은 작습니다. 사건은 지하상가에서 가족의 물건을 사던 아내가 마음에 드는 구두를 발견하면서 시작됐죠. 마음엔 들지만, 덥석 사진 못하고 가격만 묻는 아내에게 상점 주인은 말합니다. 사지도 않고 만지작거리기만 할 거면 그냥 가라고 말이죠. 상점 주인의 목소리가 좋지 않자 앉아 있던 남편은 그냥 하나 사서 나가자 말하지만, 아내는 안 사겠다며 휙 돌아서 나옵니다. 어디에선가 많이 본 익숙한 상황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기분 나쁘다며 툴툴거리는 아내에게 남편은 한 마디 덧붙입니다. “아니 장사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 많잖아. 짜증 났겠지. 아니 당신 솔직히 신발 살 생각도 없었잖아. 계속 가격만 물어보고….” 그런데 그 말에 발끈한 아내는 사람 가득한 지하상가에서 크게 소리치기 시작하죠.
 
“지금 누구 편드는 거야? 지금 누굴 감싸고 있는 건데? 저기 저 신발가게 주인이 당신 형이야? 당신 아들이야?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 부인한테 재수가 없네 마네 하고 있는데 자빠져서 시집이나 읽고 있다가…. 내가 남이야? 지금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데. 네가 이해해야 할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고 나야. 당신 지금 이해해야 할 사람 저 사람 아니고 나야 나.”
 
당황한 남편은 알았다며 아내를 달래려 들지만, 아내는 뒤돌아 가버립니다. 남자는 진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죠.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날 문득 깨닫습니다.
 
친구, 남과의 여행보다 가족과의 여행에서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마음이 더 많습니다. 당신은 인생의 여행길에서 가족, 아내, 남편에게 호인인가요? [사진 pixabay]

친구, 남과의 여행보다 가족과의 여행에서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마음이 더 많습니다. 당신은 인생의 여행길에서 가족, 아내, 남편에게 호인인가요? [사진 pixabay]

 
“근데 있잖아. 문득 깨닫게 된 거야. 아~ 인생 헛살았구나. 나, 이 세상에서 딱 하나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진짜 난 정말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 줄 사람은 내 남편이구나 하고 살았는데 진짜 옆에 있으면 뭐하나. 자기 마누라 마음 단 한 순간도 모르는데. 나도 구두 사고 싶지. 내가 월급이 적냐? 왜 안 사는데. 내가 왜 자꾸만 가격 물어보고 그러는데. 그래 그럼 마누라 마음을 몰라준다고 쳐. 근데 그 남자가 나 재수 없다고 쫓아내려고 그러는데 지가 남편이면 내 와이프한테 말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고 따져서 묻기라도 했어야지. 그래야 남편 아니야?”
 
아내에게도 인정받는 호인 돼야
그 마음 하나를 몰라준 것이 결국 부부를 남으로 만든 셈이죠. 많은 분이 이 장면에 공감했다는 글을 남깁니다. 많은 분이 밖에만 나가면 세상 최고 호인이지만 오직 나만이 함께 사는 상대방의 배려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여행길에 많이 비유합니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은 내 인생의 제일 긴 여행 기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친구들과의 여행보다 가족과의 여행에서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마음이 더 많다는 의미일 겁니다. 나는 지금 인생의 여행길에서 내 아내나 남편에게도 인정받는 호인인가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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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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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