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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오부시도 내 손으로…36년 요리인생 건 ‘우동 승부수’

이택희의 맛따라기- 경기도 이천 ‘우동 선’  
 경기도 이천 '우동 선'의 가츠오부시 우동. 대표 김장용씨가 면은 물론이고 가츠오부시도 손수 만든다. 신인섭 기자

경기도 이천 '우동 선'의 가츠오부시 우동. 대표 김장용씨가 면은 물론이고 가츠오부시도 손수 만든다. 신인섭 기자

흔하지 않은 발견이었다. 경기도 이천이다. 지방 도시 한적한 뒷길에 이 정도 우동이 있다니. 잘하는 요리사가 자리를 옮기면 따라가서 먹을 만큼 우동을 좋아하는지라 자못 감탄이 나왔다. 
 
4가지 우동과 메밀국수, 덮밥 두 가지를 맛봤다. ▷미역∙녹차 가루를 섞은 면에 쯔유를 끼얹어 비벼 먹는 븟가케해초우동 ▷가케우동에 직접 만든 가츠오부시를 올린 가가츠오부시우동 ▷뒷맛이 알싸한 카레 소스를 올린 카레우동 ▷수제 아부라카스(살짝 튀겨서 말린 소 곱창)를 얇게 저며 국물에 섞은 카스우동 ▷메밀 80% 국수를 쯔유에 적셔 먹는 메밀국수 ▷밥에 여러 가지 튀김을 올리고 소스를 뿌린 텐동 ▷불고기와 수란을 밥에 얹은 규동.  
 '우동 선'의 붓가케해초우동. 미역, 녹차 가루를 섞은 면에 쯔유를 끼얹어 비벼 먹는다. 신인섭 기자

'우동 선'의 붓가케해초우동. 미역, 녹차 가루를 섞은 면에 쯔유를 끼얹어 비벼 먹는다. 신인섭 기자

다른 집보다 굵은 우동 가락은 오동통하고 탱글탱글했다. 꼭꼭 씹으니 혀 밑으로 단맛이 고였다. 사누키 우동의 특징을 제대로 갖췄다. 여기까지 오려고 혼자 얼마나 애를 썼을지 짐작이 가나 질감은 조금 뻣뻣했다. 이런 스타일 우동을 처음 먹어보는 듯한 청년 2명은 먹다가 “원래 딱딱한 건가요?” 하고 물었다. 메밀국수도 첫 가닥 느낌은 뚝뚝했다. 쯔유에 적셔도 면발의 꼿꼿함이 그대로였다. 메밀 함량은 높아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우동을 먹을 때 일본인은 꿈틀거리며 매끈하게 내려가는 목 넘김을 따진다지만, 한국인은 입안에서 소용돌이치며 잇몸에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탄력을 즐긴다. 그 기준으로 보면 아쉬움이 있다. 모든 메뉴의 첫맛을 좌우할 국물∙쯔유∙소스는 맛이 묵직하면서 섬세한 깊이가 느껴졌고, 감칠맛도 힘찼다. 일본간장을 기본으로 직접 달이고 숙성해서 쓴다고 한다. 여주인은 “쯔유가 맛있어서 메밀국수를 팔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랑했다. 
 
먹고 나서 속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왜 서울로 안 가세요?” 주인은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는 듯 즉답했다. “아내가 싫다고 해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서울에서 ‘우동 먹으러 이천 가자’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동 선'의 대표 김장용씨. 음식 연구를 위해 일본을 100번 드나들었다고 한다. '우동 선'은 김씨에게 36년 요리인생의 승부처다. 신인섭 기자

'우동 선'의 대표 김장용씨. 음식 연구를 위해 일본을 100번 드나들었다고 한다. '우동 선'은 김씨에게 36년 요리인생의 승부처다. 신인섭 기자

김장용(56)씨 부부가 운영하는 ‘우동 선(膳)’이다. 그의 인생에서 여섯 번째 연 음식점이고, 우동은 세 번째 도전이자 36년 요리인생의 승부처다. 임시개업해 손님을 맞은 지 3개월, 정식개업은 아직 준비 중이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음식을 익힌 그의 스타일과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성격 때문이다. 정식개업을 언제 할지는 주인도 모른다. 홍보도 안 했는데 SNS 글을 보고 손님이 조금씩 늘어 18석 테이블이 하루 3회전은 채운다고 한다. 
 
정식개업을 미루면서 매달리는 막바지 숙제는 가츠오부시다. 우동의 기초인 가츠오부시를 직접 만들어 쓰겠다고 나섰다. 시제품을 몇 차례 만들었다. 방법을 알려준 일본 요리 스승이 가지고 와 보라고 기별했다. 지난달 21~25일 음식점 문을 닫고 일본에 가서 승인을 받아왔다. 8~9회 훈연한 그의 가츠오부시에 대해 가고시마의 전문공장 주인은 ‘아라부시[荒節]로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했다. ‘아라’는 거칠다는 뜻이다. 훈연 후 말리면서 곰팡이를 피우고 털어내는 과정을 3~4회 반복하며 후숙을 거친 본격제품이 아니라 몇 번 훈연해 건조한 중간 제품이다. 국물을 내거나 우동 같은 국물음식에 토핑으로 올린다. 
 두툼하게 포를 뜬 줄다랑어(줄삼치)가 훈연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맨 위가 완성 단계의 가츠오부시다. '우동 선'은 가츠오부시를 직접 만들어 쓴다. 신인섭 기자

두툼하게 포를 뜬 줄다랑어(줄삼치)가 훈연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맨 위가 완성 단계의 가츠오부시다. '우동 선'은 가츠오부시를 직접 만들어 쓴다. 신인섭 기자

그는 요리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 일하면서 몸으로 부딪히고, 궁금하면 책 보고 실습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일본 맛집 찾아가 먹어보면서 터득했다. 그렇게 원리를 깨치느라 돈을 많이 썼다. 일본에 100번 넘게 갔고, 일식집 하려고 가이세키(일식 코스요리) 배울 때만 4000만원쯤 썼다. 오후 브레이크 타임 내내 이것저것 물어봤다.
 
 '우동 선' 내부. 제면기 앞 창문에 백령도 자연산 다시마를 사용한다고 표시한 뒤 자연산과 양식산 다시마를 비교해 놓았다. 신인섭 기자

'우동 선' 내부. 제면기 앞 창문에 백령도 자연산 다시마를 사용한다고 표시한 뒤 자연산과 양식산 다시마를 비교해 놓았다. 신인섭 기자

-우동 국물은 어떻게 만드나.
“멸치를 많이 쓰는 규슈 방식을 응용해 내 입에 맞게 조정했다. 일본간장(제품은 비밀), 대패로 민 가츠오부시, 사바부시(고등어 훈연), 멸치, 디포리로 국물을 내고, 간은 간장∙맛술∙설탕을 직접 배합해 100일 이상 숙성한 우동간장(카애시)으로 따로 했다.”
 
-면은 어떻게 뽑고 삶나.
“밀가루, 상태도의 처남 염전에서 4년간 간수 뺀 천일염, 물만으로 반죽해 저온부터 3단계로 온도를 조절하면서 24시간 숙성한다. 염도는 겨울 8도, 여름 13도를 기준으로 날씨에 따라 미세조정한다. 그리고 족타 효과를 내는 ‘사누키 제면기’로 면을 뽑는다. 기계로 하지만 들여다보면 면을 전동 작두가 자른다. 6~7㎜ X 4~5㎜ 굵기의 우동은 12분(온우동)~15분(냉우동) 삶고, 굵기 2~3㎜의 해초우동은 5~6분, 메밀국수는 4분 삶는다.”
 
-왜 우동인가.
“늙어도 할 수 있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요리에 입문한 음식이기도 하다. 만 스무 살부터 형이 하는 한국식 우동집에서 3년 배웠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헤매던 1998년 봄에도 우동집을 차렸었다. 생면 받아서 만든 일본식 가츠오부시 우동을 4~5년 했다. 한 그릇에 3000원 할 때 하루 3000원어치 팔고 문 닫는 날이 허다했다. 8개월을 버티니 하루 8만원쯤 팔렸다. 맛이 소문나자 점심때는 자리가 없었다. 잘돼도 빌려 쓴 일수를 감당하지 못했다. 2001년 다시 접었다. 작년 초 가고시마에서 요리 스승과 술 한잔하면서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동을 얘기했다. 여름에 불러서 다시 갔더니 우동 시술 전수해줄 집을 연결해줬다. 조건은 어느 음식점에서 누구에게 배웠는지 무덤까지 함구하기. 서약하고 열흘 동안 수타우동을 배웠다. 그걸 토대로 내 스타일의 우동 만들기에 매달렸다. 일단 작년 12월 초에 임시개업을 했다.”
 '우동 선' 대표 김장용씨가 가츠오부시의 검게 탄 부분을 깎아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우동 선' 대표 김장용씨가 가츠오부시의 검게 탄 부분을 깎아내고 있다. 신인섭 기자

-가츠오부시는 사서 써도 되는데 굳이 만드는 까닭은.
“가츠오부시우동을 대표 메뉴로 삼을 생각이다. 평생 우동을 하자면 핵심재료를 장악해야 할 것 같다. ‘사서 쓰지 않고 사서 고생한다’ 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의 차이가 명품을 만들 것이다. 해보니 재미있고 맛도 좋다. 먹어본 사람들 평도 좋다. 좋아하는 일이면 완전히 꽂혀서 끝을 보는 성격이다.”
 
-어떻게 만드나.
“남해에서 잡힌 줄다랑어(표준명은 줄삼치)를 포 떠 4절 해 훈증한다. 훈연기에 넣고 사과나무∙벚나무 칩을 태우면서 연기로 말린다. 90도에서 6시간 훈연하고 놔뒀다가 날마다 같은 방법으로 8~9회 반복한다. 현재는 여기까지 성공했다. 건조하면서 곰팡이를 피우는 과정은 아직 못했다. 숯 같은 덩어리의 그을린 겉 부분을 깎아내고, 뒤집은 대패 아래 통이 달린 모양의 절삭기로 종이처럼 얇게 저며서 쓴다. 가츠오부시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 음식점이 국내에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어떤 음식점을 꿈꾸나.
“음식 맛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먹어보고 연구해서 내 맛으로 만들어온 것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튀김과 덮밥도 맛있는 우동 전문점을 일구고 싶다.”
 
그와 만난 다음 날 문자가 왔다. “비밀을 알았습니다. 삶아서 씻는 시간을 줄이니 면이 한결 부드럽고 쫄깃해졌습니다.”  
 
 서울에서 우동이 생각날 때 가는 집은…
 현우동의 카츠카레우동[사진 이택희]

현우동의 카츠카레우동[사진 이택희]

카덴(서대문구 연희로)∙우동카덴(마포구 양화로)=JTBC ‘냉장고를 부탁해’ 고정멤버 정호영 셰프의 우동집. 처음 간다면 3가지를 먹는 ‘삼미 우동’을 권한다.  
 
미타우동(송파구 삼전로)=일본 식료품 수입상 조호성씨의 우동 전문점. 새 메뉴를 끊임없이 연구한다. 창업 2년 반 만에 이곳 출신이 차린 우동집이 전국에 3곳이다.
 
현우동(강남구 논현로)=우동카덴∙미타우동 주방을 맡았던 박상현 셰프가 독립했다. 우동으로 SBS ‘생활의 달인’이 됐다. 없을 때가 많은 아브라카스 우동이 별미.
 
교다이야(마포구 성지길)=상호는 ‘형제옥’의 일본말 발음. 손님이 주문하면 제면실에서 작두로 면을 자르기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


가타쯔무리(서대문구 명지대길): 한국인 아내와 일본인 남편이 운영하는 ‘진짜 일본식’ 작은 우동집. 오전 11시~오후 2시 40분만 문을 연다. 면∙육수 온도 각각 선택 가능.


이나니와 요스케(중구 을지로)=다른 집은 면발이 굵은 사누키 우동인데 이 집은 가는 건면을 쓴다. 이나니와 우동 전문점의 한국분점. 2019 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 
 
이택희

이택희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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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