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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시간이 좀 걸릴 것”…협상 오래 끌면 미국에 유리 전망

하노이 노딜 이후 
폼페이오(左), 이용호(右)

폼페이오(左), 이용호(右)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장기전 국면으로 향할 전망이다.
 
협상 결렬 다음날인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 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회담 결렬을 예상하지 못해 미리 준비했던 내용을 보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은 회담장에서 뛰쳐나갈 의향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를 떠나 필리핀 마닐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실무대화에 대해 “아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며 “내 느낌으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은 계속하지만 먼저 판을 깔지는 않겠다는 기조로 읽힌다. 현재로선 미국과 북한 모두 판을 깨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협상 장기전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대북제재 측면으로 보면 장기전은 대체로 미국에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촘촘한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017년 대비 87% 줄었고 수입도 33% 감소했다”며 “이는 거의 ‘붕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국이다.
 
이럴 때 북한이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백악관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어 대놓고 북한 지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중 무역분쟁 담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장기전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법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당국자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달성한 북한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미국이 손 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인도·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는 미국 외교에선 악몽”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으로 향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흥미를 잃을 경우 북핵 문제가 백악관의 관심사에 사라지는 국면이 올 수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의 가장 큰 동력은 북핵 이슈를 자신의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며 “미국 내에서 마이클 코언 청문회와 뮬러 특검 보고서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서 손을 떼고 내치에 집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북핵이 뒤로 밀릴 경우 버락 오바마 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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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