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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미와 긴밀히 소통” 대화 모멘텀 살리기 ‘올인’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2·28 하노이 담판’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면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도 손질이 불가피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대북제재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전면적 남북 경제협력 방안 등을 담은 ‘신한반도체제’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오후 합의 무산 소식에 부랴부랴 연설문 수정에 들어갔고, 결국 남북경제청 설립 등은 기념사에서 빠졌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과 관련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며 “특히 두 정상 사이에 연락사무소 설치까지 논의가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중재 의지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하노이 담판은 무산됐지만 북·미 중재에 적극 나서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과의 직접 소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조속히 성사될 전망이다. 전날 양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빠르면 이달 안에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직접 만나 한국의 가능한 역할 등 향후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구체적 개최 시기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소통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달라”며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과 깜짝 조우해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남북 정상 간에 개통된 핫라인이 이번에 가동될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에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5차례에 걸쳐 ‘신한반도체제’를 언급하며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언급과 비교할 때보다 진척된 내용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또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공동위원회는 2007년 10·4 남북 공동선언에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남북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한다”고 합의했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경제 협력을 총괄하는 기구로 ‘남북경제청’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기념사 초안에 담았다. 대북제재 완화와 동시에 과거의 남북 경협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경제청 설립’은 최종 문안에서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3·1절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는 역사 인식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칼 찬 순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날에는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며 “지금도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라고 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메시지는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일 관계 정상화로 연결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로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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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