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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군축 아닌 비핵화, 미국의 대북 협상 노선 분명해졌다”

지난달 28일 김일성광장에 나온 평양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한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김일성광장에 나온 평양 시민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한 노동신문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가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양국 관계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북·미가 이번 협상에서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르렀고 협상을 위한 대화의 문도 여전히 열려 있는 만큼 향후 추가 협상을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과거 북핵 협상에 참여했던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과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을 1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봤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정상회담의 결렬은 이례적인데.
▶김천식="회담이 결렬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북한이 ‘비핵화’로 가느냐, ‘핵 군축’으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미국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대화를 지속해왔는데 이번에 이를 확인하려 한 것 같다. 미국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라면 미국의 인식을 명확히 밝히고 북한에 비핵화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태용="결렬됐기 때문에 잘된 회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쁜 합의가 나온 것이 아니고 앞으로 제대로 된 비핵화를 해보자는 노력이 드러났다는 점에선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정한 비핵화 쪽으로 가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면 좋겠다. 이번 회담이 비핵화의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북한 비핵화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조="영변 핵시설은 작은 부분이고 더 큰 부분이 있다. 미국은 영변 외 핵 관련 은닉시설을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무기 제조를 모두 막으려면 영변 외 핵시설들도 협상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대북제재로 북 경제  발전 5년 전략 차질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회담 결렬의 요인 중 하나인 북한이 요구한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북·미가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전반적 제재 해제’라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민생 관련 일부 제재 해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표면적으론 북한의 말이 맞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대북 제재 전반을 해제해달라는 요구다. 대북 제재는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 전까지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이전에는 북한의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제재에 국한됐다. 따라서 경제적 타격은 없었다. 북한은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포함해 단기간에 세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고, 이에 따라 강화된 대북제재는 북한 경제를 옥죄는 것이었다. 석탄 수출과 해외 근로자 파견, 석유 수입 제한 등이었다. 북한 경제에 상당한 고통을 주는 것이었고 효과가 있었다.”

▶김="대북 제재와 관련된 교역품목을 보면 오롯이 민수용인 품목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이중용도 품목이다. 군사용과 민생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대북제재가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국가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데.
▶김="북한은 지금껏 자력갱생을 노력해왔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결국은 외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데 대북 제재가 이를 막고 있다.  2020년 끝나는 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마찬가지다. 제재가 금융 거래 및 교역과 투자 등을 금지하고 있어 성적표가 초라하다.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김 위원장으로선 초조한 입장이다.”
 
이번 2차 정상회담 결렬에 미국 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의회 청문회로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호락호락 합의를 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내 여론의 비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내세워 2016~2017년 대북 제재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폈고, 이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 거부를 선택한 것 같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비핵화 개념에 차이가 있는 듯한데.
▶김="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핵 보유 상태에서 핵 위험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핵 군축’으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관련 협상은 핵 군축 협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협상 전략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끊어주지 않으면 핵 군축 회담으로 가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은 비록 결렬됐지만 핵 군축 회담으로 가는 것을 막고 비핵화 회담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고로 한반도 비핵화 개념과 관련해선 남북이 이미 합의한 것이 존재한다.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다. 이 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념을 북·미 핵 협상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조="북한은 셀프 비핵화 추진하면서 시간을 끌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협상을 통해 얻으려는 것 같다. 이것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핵무기는 물론, 영변 핵시설과 기타 은닉시설들에 대한 전면적인 불능화 등 광범위한 핵 포기를 비핵화로 보고 있다. 이런 차이를 없애고 개념을 일치시켜야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북·미 협상에서 톱다운(top-down) 방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조="톱다운이라고 해서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선 사전 준비가 빈틈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의례적으로 “이번 회담은 잘될 것”이라고 사전 예고를 하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강하게 나가도 되겠구나”라는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

▶김="북핵 문제 해결 방식으로 톱다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실무선에서 올라가는 협상 방식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핵 문제는 북한 체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최고지도자 말고는 누구도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톱다운 방식에서 유의할 점은 결정권자가 정확히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일괄타결 방식이 낫다고 생각한다. 북핵 해결을 위해 단계적 해법을 추구하다 보면 서로 거래하는 사안의 가치가 달라 자꾸 마찰이 생긴다.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 사례를 봐도 그렇다.”
 
북·미 정상의 향후 전략은.
▶조="트럼프 대통령은 느긋하게 나올 것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을 줄였다. 그는 누구도 못 한 것을 자신이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평소 잘 쓰던 벼랑 끝 전술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도발도 고려할 수 있지만, 굉장히 신중할 것이다. 도발하더라고 판을 깨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아닌 저강도 도발이 될 것이다.”

▶김="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대북 제재가 북한 경제를 더욱 압박할 것이고 이것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협상 결렬로 인해 현재 김 위원장은 조금은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협상을 지속하고 협상이 끝나도 핵을 갖고 있겠다는 생각은 여전한 것 같다. 어떤 지도자도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북, 시간 끌며 셀프 비핵화 추진 가능성
 
이번 회담 결렬은 청와대도 예측 못 한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할 일은.
▶김="북핵 문제가 핵심인 안보 위협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 교류는 어렵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 북측에 핵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북·미 협상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귀국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중재자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북·미 간 엉킨 실타래를 한국이 나서서 풀어달라는 것이다. 우리의 활동 공간이 생긴 것이다. 공고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북·미 협상은 언제 재개될까.
▶김="지금은 양국 간 입장차가 분명히 드러난 상황이고 특히 정상 간 견해차로 발생한 것이기에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실무라인 간 공식 협상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식 협상 전 이견을 줄이는 물밑 접촉이 요구된다.”

▶조="공감한다. 실무선에서 만든 합의문이 정상 차원에서 거부된 만큼 협상 전략 등이 전면적으로 재검토 될 수 있다.”
 
최익재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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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