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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설치작품 관세 면제 사유는?

법, 미술을 품다

법, 미술을 품다

법, 미술을 품다
김영철 지음
뮤진트리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경계를 넘나들고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예술이 추악해지는 이유는 아름다움의 틈바구니에 인간의 욕심이 혹은 욕망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법이 있다. 규제자로서 혹은 후원자로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사실 인간의 생각이 자라온 만큼 법도 발달해왔다. 아니, 생각의 확장을 몇 발자국 뒤에서 좇아가는 수준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그 틈새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게 미술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런 미술의 법적 수호자를 자처한다. 검사 시절부터 미술의 끈을 붙들고 살아오다 2012년부터 서울대 미술경영 석·박사 과정에서 미술법을 강의하고 있는 변호사로서, 그는 ‘상상의 진리를 탐색하는 미술과 현실의 진리를 좇는 법률을 접목하는’ 흔치 않은 일을 하고 있다. 강의록에 학생들과의 대화와 의견을 더해 만든 이 책은 미술 관련법에 대한 소개 및 해설은 물론 다양한 국내외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해 읽는 맛을 가미했다.
 
책은 ‘무엇이 미술이고 또 작품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DVD 4장·TV 모니터 4대·DVD 플레이어 4대로 구성된 김수자의 영상 작품 ‘바늘여인’이 ‘음성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영상이 기록된 레코드·테이프와 기타 매체’가 아니라 ‘예술가가 디자인하고 창작한 전시공간에서 예술가의 감각과 사상이 깃든 영상이 특정한 형태로 성형된 설치미술 작품’으로 인정돼 1700만원의 관세를 면제받게 된 사연은 요즘 말로 웃프다.
 
의미·완결성·노동력이라는 미술 작품의 인정 기준이 근대 이후 깨지면서 작가의 ‘생각과 관념’ 자체만으로도 예술작품으로 인정되는 현대미술의 특성은 복잡다단한 온갖 분쟁을 야기했고, 창작의 자유·저작권·위작·세금 같은 분야로 변주되며 난감한 숙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작가 리처드 프린스가 들려주는 말은 곧 저자의 속내이기도 할 터다. “예술계는 심판원도 없고 룰도 없다. 그게 바로 예술계의 문제다. 하지만 그건 예술계의 엄청난 이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풀어나가야 할 질문을 던지니까.”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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