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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대한민국 잘 굴러간다는 증거”

왜 다시 자유인가

왜 다시 자유인가

왜 다시 자유인가
필립 페팃 지음
곽준혁·윤채영 옮김
한길사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 장미꽃은 딴 이름으로 불러도 똑같이 향기롭지 않을까”라고 셰익스피어(1564~1616)가 읊었다. 장미는 향기로우면 되고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면 되지만, 이름이 야기한 분쟁도 있다. 예컨대 세계 각국 정치권은 공화주의·민주주의·자유주의에서 파생한 공화당·민주당·자유당 등 당명을 두고 옥신각신한다.
 
우리나라 촛불(2016년 10월~2017년 5월)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촛불은 혁명일까 시위일까 운동일까. 『왜 다시 자유인가』의 저자인 필립 페팃 프린스턴대 교수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탄핵이 진행되었고, 평화로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수많은 자칭 공화정과 달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불리기에 합당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탄핵을 이렇게 평가한 페팃 교수는 보수파에 속하는 세계적인 사상가다. 20세기 말부터 공화주의 담론을 이끌어온 최고의 이론가다. 그에게 공화주의 사상의 부활은 세계적 차원의 프로젝트다. 우리말 제목 ‘왜 다시 자유인가’는 ‘왜 다시 공화주의인가’라고 하는 게 더 합당할 수도 있다.
 
촛불은 혁명인가 시위인가. 미국의 정치학자 필립 페팃은 ’촛불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증거“라고 평했다. [중앙포토]

촛불은 혁명인가 시위인가. 미국의 정치학자 필립 페팃은 ’촛불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증거“라고 평했다. [중앙포토]

공화주의는 한동안 자유주의에 밀린 감이 없지 않았다. 페팃 교수가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화주의는 자유주의와 무엇이 같고 또 다를까. 페팃 교수에 따르면 자유주의는 ‘불간섭(non-interference)’, 공화주의는 ‘비지배(non-domination)’로 특징 지울 수 있다.
 
페팃 교수가 중시하는 ‘비지배’는 뼈대 있는 개념이다. 멀리는 로마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를 거쳐 17, 18세기 영국에서 부활한 개념이다. 노예도 착하고 후한, 그리고 별로 간섭하지 않는 주인을 만나면 나름 행복할 수 있다. 그런데도 노예는 노예다. 지배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노예는 자유인이 아니라 노예일 뿐이다.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국(我國)이 섬기는 사대(事大)의 대상이 아무리 아국을 후하게 대해줘도 ‘비지배’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아국은 자유국·주권국이 아니다. 이 책에서 페팃 교수는 공화주의를 국제적인 차원의 정의와 민주주의의 사상으로 확장한다.
 
그렇다면 책의 원제인 ‘Just Freedom(단지 자유)’은 무슨 뜻일까. 책을 우리말로 옮긴 중국 중산대학교 곽준혁 교수가 페팃 교수를 직접 만나 물었더니 페팃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자유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다른 정치사회적 이상에 다가갈 수 있다.”
 
모든 책은 제목도 중요하지만, 부제도 중요하다. 영문판 부제는 ‘복합적 세계를 위한 도덕적인 나침반(a moral compass for a complex world)’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나침반’은 뭘까. 바로 자유 그 자체다. 자유의 문제를 자유주의보다 공화주의가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책의 역자인 곽준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가 지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지나치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 또는 공공성을 앞세운 덕성이 지나친 간섭이나 집단적 폭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방도를 ‘자연권’이나 ‘기본권’으로 설정해서, 어떤 형태의 간섭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비지배를 강조하는 공화주의가 가미돼야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환영 대기자/중앙 콘텐트랩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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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