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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헬조선·탈조선·젊은꼰대…억울하니까 청춘이다?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어차피 이번 생은 300만원 벌이 인생인걸요.” 서른 살의 A는 자신을 ‘탈조선족’이 맞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유럽의 한 도시에서 유학생비자로 살다 최근에 돌아왔다. 그러나 아주 온 건 아니란다. 다시 갈만한 곳을 찾아 떠날 생각이다. 그녀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3년간 ‘대기업 방계회사’에 다녔다고 했다. 회사는 백억원대의 순익을 내도 직원의 수입은 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장 월급도 300만원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년을 일해도 300만원. 이걸로 결혼하고, 집사고, 애 키우는 게 이 나라에서 가능한가. 어딜 간들 이 정도 못 벌겠냐 싶었죠.” 그녀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되는 도시나 나라에선 여기서만큼만 일해도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욜로(YOLO)했던 친구들은 다시 채용하지 않을 겁니다.” 중소기업 대표 B는 욜로족에서 돌아왔던 전 직원을 다시 썼다 낭패를 당했다고 했다.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한다는 ‘욜로족’이라는 말은, 요즘 하던 일 때려치우고 해외로 떠나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용어로도 쓰인다. B는 욜로에서 돌아온 전 직원 두 명을 다시 고용했다. 고생한 만큼 생각도 바뀌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모두 2년 안에 다시 떠났다. “이젠 자리 잡고 일해서 연금도 붓고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만류했죠. 그런데 그들은 ‘어차피 우린 연금 못 받아요. 윗세대에 빨리다 인생 끝내라고요?’라면서 떠나더군요.”
 
‘헬조선’ ‘탈조선’은 수년 전 잠시 반짝했던 일종의 유행병이 아니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청년과 5060은 아세안에 가보라고 한 발언 이후 다시 불붙었던 ‘탈조선’논란에 문득 그 현상의 현재가 궁금해 젊은 친구들을 만나면 가볍게 물어봤었다. 한데 돌아온 대답은 가볍지 않았다. ‘탈조선’은 트렌드가 아닌 ‘삶’의 모습이었고, 그 여파는 세계 곳곳에서 많은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관광천국 태국은 비자받기 아주 쉬운 나라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단다. 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한 기업인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과거 태국엔 독일과 네덜란드 연금생활자들이 정착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젊은 욜로족이 몰려들었단다. 그렇게 청춘을 태국서 보냈던 유럽 젊은이들이 과거 연금생활자 세대가 사라지자 지금은 구걸에다 노숙자까지 골칫거리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태국에선 한국 욜로족이 1세대 유럽 욜로족의 뒤를 잇지 않을까 경계에 들어갔다고 했다.
 
‘프랑스 잔혹사’도 들린다. 최근 프랑스에선 비유로권 유학생들에게 3770유로의 학자금을 물리고, 학생보조금을 없앴단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탈조선족 한국인에게 닥쳤다는 거다. 상당수가 돌아오거나 동유럽권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현지 남자와 합법적 동거인 팍스(PACS) 로 남는 여성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반공교육 탓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한 여당의원의 말로 불거진 ‘청년보수화’ 논란에 대해 30대 청년 C는 “한마디로 웃픈(웃기면서 슬픈) 블랙코미디”라고 했다. “요즘 2030이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는 동질적 집단이라고 본다면 착각입니다. 요즘 우리 또래는 친구도 없고, 어느 아파트 사느냐가 더 중요하죠. 파편화된 개인만 있지 공동체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C는 요즘 그들이 가장 미워하는 건 기성세대가 아니라 ‘젊은꼰대’라고 했다. “우리 연배 중 대기업의 안정적 직장에 다니면서 아파트라도 분양받으면 5060도 울고 갈만큼 꼰대같은 소리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우리가 보기엔 다만 운이 좋았고, 부지런한 엄마를 잘 만나 학벌을 키운 것뿐인데 자기만큼 운이 좋지 않은 또래들을 비난하고, ‘훈계질’을 하며, 동료들을 짓밟으려고 하죠.” 그는 이런 청년들의 습성을 ‘영토지키기’라고 했다. 일단 기성사회에 편입됐다고 믿는 순간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더 꼰대화된다는 설명이었다.
 
‘헬조선’ ‘탈조선’ 등 트렌드를 안다고 시대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짧은 취재를 통해 청년들에게서 느낀 건 ‘억울함’이었다. 또 지금 청년들은 세대 갈등 만큼이나 세대 내의 몰이해와 반목이 심각한 건 아닌가하는 짐작도 어렴풋이 들었다. 청년 관련 각종 연구와 정책 등을 살펴봤다. 활자화된 내용은 공감가지 않았다. ‘탈조선’ 얘기가 나온 지 몇 년이 됐지만, 해외 장기체류 청년이 몇 명이나 되는지 통계조차 구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는 청년에 대해 아는 척할뿐 실제론 관심도 이해할 생각도 없는 건 아닌지. 가장 관심있는 척하는 정치권은 표나 이념과 같은 이해관계에 청년을 남용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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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