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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어려워진 북핵 협상, 다가오는 또 다른 난제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세간의 관심이 북·미 정상회담에 쏠려 있는 동안, 한반도 안보와 북핵 문제에 영향을 줄 다른 사안 하나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불거지고 있다. 파기의 길로 가고 있는 미·러 중거리 핵전력(INF)협정이다. 미·러 INF협정은 양국이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기로 한 합의이다. 1987년에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서명한 것으로서, 미·러 신뢰 구축의 상징이자 냉전 종식을 알린 기념비적인 협정이었다.
 

미, 중국 중거리 미사일 우려
미·러 INF 협정 파기 추진 중
미, 한국에 미사일 배치하면
중·러 반발, 사드보다 심각할 것
북핵 협상에도 난제가 될 소지
협상 좌초와 사드 전철 피해야

협정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미국은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신형 순항미사일이 협정위반이라고 하였다. 러시아는 부인하였다. 2017년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러시아와 최종 협의에 들어갔다. 협의에 진전이 없자, 미국은 금년 2월 초에 파기 의사를 통보하였다. 6개월 후면 파기다.
 
미국이 협정을 파기하게 된 주된 이유는 러시아의 위반이지만, 미국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이다. 협정은 미·러 간 합의이므로 중국에는 해당이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모두 없앤 동안, 중국은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늘려 왔다. 지금 중국은 2000기의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미국 군사력의 중국 주변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배치되어있다. 주로 역내의 미군 함정, 항공기와 기지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키우고 있었다.
 
협정이 파기되고 미국이 동북아에서 대응조치를 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칠 것이다. 몇 가지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중국의 중거리 전력에 대한 전술적 균형을 명분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해상, 공중, 지상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해상과 공중 배치는 INF와 무관하니 당장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미국이 해상과 공중 배치 미사일을 증강하지 않았던 점과 지상 발사 미사일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상 발사 미사일을 새로 배치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탐지 레이더나 미사일 방어체계를 지상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 미국은 미·러 핵 군축 과정에서 모두 폐기하였던 소형 핵탄두를 다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가 동종의 핵탄두를 폐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소형 핵탄두를 중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면 사안은 재래식 전력 차원의 문제에서 핵전력 차원의 문제가 된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응하면 동북아에서 핵미사일 경쟁이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미·러 관계는 수십 년 이래 최저점인데 대립은 더 심화하고 한반도 주변의 긴장은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동북아에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이외에도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미사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 기지 그리고 한국을 지키는 미군 함정 및 항공기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탐지 레이더와 미사일 방어체계 또는 공격용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고 할 수 있다. 특히 탐지 레이더의 경우, 지리적인 면에서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 대북, 대중 대처에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자신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중거리 전력에 의해 제약되므로 반발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THAAD(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보다 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불똥이 한국으로 튀어 한국이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북핵 협상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및 재래식 위협을 가중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신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제약받는 상황을 방치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북한에 동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핵 관련 국제공조는 더 이완될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로 전환하여 협상 입지를 강화하도록 유혹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줄 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하노이 이후 북핵 협상 추이일 것이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으니 후속 협상이 잘 되기 어렵다. 여기에 설상가상 격으로 중거리 전력 문제가 덧붙여지면 북한이 나쁜 선택을 할 개연성은 아주 커진다고 보아야 한다.
 
87년 INF협정은 냉전 종식의 전조였다. 지금 이 협정은 파기 일보 직전이다. 우리가 냉전의 잔재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차제에, 한반도 주변에 냉전 식 핵미사일 경쟁이 재연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앞일을 내다보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 대책 없이 미적거리다 문제를 키운 THAAD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진 북핵 협상에 새로운 난제가 다가오고 있다.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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