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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못 접으면 사업 접어야…폴더블폰 전쟁 태풍이 온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계기로 본격적인 접는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됐다. 왼쪽부터 화웨이 ‘메이트X’, 삼성 ‘갤럭시 폴드’, LG ‘V50씽큐 5G’. [연합뉴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계기로 본격적인 접는 스마트폰 경쟁이 시작됐다. 왼쪽부터 화웨이 ‘메이트X’, 삼성 ‘갤럭시 폴드’, LG ‘V50씽큐 5G’. [연합뉴스]

접는 스마트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선보인데 이어 미국 애플도 내년쯤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화면을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제품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접히는 형태도 폴더블에서 시작해 롤러블(돌돌 말리는)과 스트레처블(죽죽 잡아빼는) 등 다양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빅3’ 가운데 삼성전자가 먼저 폴더블폰 경쟁에 나섰다. 삼성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닷새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애플의 안방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다. 수첩처럼 안쪽으로 접히는(인폴딩) 방식으로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7.3인치에 달한다. 접었을 때는 단말기 바깥쪽에 별도로 달린 4.6인치 화면을 사용한다. 이에 맞서 화웨이는 MWC 개막 전날인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폴더블폰 ‘메이트X’를 선보였다. 화면이 보이는 채로 반으로 접히는(아웃폴딩) 방식을 택해 펼치면 8인치, 접으면 앞뒷면이 각각 6.5인치 안팎으로 변신한다. 갤럭시 폴드는 약 220만원, 6월 출시 예정인 메이트X는 약 290만원 정도다.
 
 
워즈니악 “고가인 폴더블폰 개발해야”
 
애플도 폴더블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27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오랜 기간 지문인식, 안면인식, 모바일 페이 부문의 리더였지만 폴딩에서는 아니다”며 “상대적으로 고가인 폴더블폰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IT매체 WCCF테크는 “애플이 2014년 이미 폴더블폰 관련 특허를 제출했지만 2020년까지는 폴더블폰이나 5G 스마트폰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의 IT 전문매체 렛츠고디지털은 최근 애플의 특허를 기반으로 한 폴더블 아이폰의 랜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블룸버그는 “삼성과 화웨이가 시행착오를 통해 폴더블폰의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하면, 애플은 2년 내에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고 팬들은 혁신에 열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8%로 1위다. 그 뒤를 애플(17%)과 화웨이(15%)가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 2000만 대로 전년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이 포화되면서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가 고급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SA)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300만대 수준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1400만대, 2022년 5000만대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이 기존 플래그십 모델의 2~3배에 달하는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신기술이라고 늘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삼성과 LG는 2013년에도 곡면 디스플레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삼성은 좌우로 오목하게 휘어진 ‘갤럭시 라운드’, LG는 위아래로 휜 ‘G플렉스’를 내놓고 곡면 경쟁을 벌였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하지만 폴더블폰은 넓은 화면을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시장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 디스플레이 발전의 역사는 더 얇게, 더 평평하게, 더 크게의 경쟁을 거쳐왔지만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휴대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처음 등장한 브라운관(CRT) TV는 화면 뒤에 달린 전자총에서 쏜 전자가 화면 표면의 형광물질에 부딪치면서 빛이 나는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그만큼 앞뒤가 길고 화면은 볼록했다. 80년대 이후 일본 소니의 트리니트론, 미쓰비시의 다이아몬드트론, LG전자의 플랫트론 등 슬림하고 평평한 CRT TV와 모니터가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소니의 38인치 평면 TV가 98㎏에 달할 정도로 덩치를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삼성 인폴딩 방식, 난이도 높지만 유용”
 
2000년대 들어 완전평면에 두께도 10㎝ 이하인 액정(LCD), 플라즈마(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이 등장하면서 대화면 혁명이 시작됐다. 베가 브랜드로 30년 동안 TV 시장을 주름잡았던 소니가 CRT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이 샤프가 LCD, 파나소닉이 PDP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삼성이 2006년 보르도 TV를 앞세워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13년째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편적인 TV 크기는 32인치에서 65인치로, 모니터 크기는 14인치에서 24인치로 커졌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피처폰 시절에는 최대한 작은 단말기를 만드는 경쟁을 벌였다. 담배갑 크기보다 작은 단말기가 주류였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3.5인치라는 ‘광활한’ 화면은 단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화면 키우기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화면은 6인치 안팎까지 커졌다. 문제는 모바일 기기는 이 이상 커질 경우 휴대성이 극도로 나빠진다는 점이다. 7인치 이상의 모바일 기기는 태블릿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는 이유다. 허공에 입체 화면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지 않는다면 휴대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기본적으로 화면을 접어놨다가 필요할 때만 펼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MWC에서 선을 보인 폴더블폰들은 실용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아웃폴딩 방식을 채택한 화웨이 메이트X는 접히는 부분이 매끈하지 못하고 쭈글쭈글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감소자 연구본부장은 “곡률 반경이 작아질수록 압력이 더 많이 걸려 내구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아웃폴딩은 기술적 난이도가 낮지만 디스플레이가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에 충격 등에 취약해 앞으로는 인폴딩 기술이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트X는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인폴딩 방식의 삼성 갤럭시 폴드보다 60만원 이상 비싸다. 아직까지 화웨이의 양산 능력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과도기적 제품 듀얼폰으로 간보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패널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지도 숙제다. 중국 오포가 내놓은 폴더블폰은 메이트X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TCL은 삼성과 비슷한 크기의 인폴딩폰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시제품 수준으로 양산 가능성은 미지수다. 메이트X에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에서 만든 패널이 들어간다. BOE는 LCD 패널 분야에서 물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업체지만 플렉서블 패널의 기본이 되는 OLED 분야에서는 이제야 양산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차질없이 예정대로 진행된다해도 하반기 생산량은 화웨이에 공급하는 20만장이 고작이다. 연말까지 삼성과 화웨이 외의 폴더블폰은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샤오미 역시 이번 행사에서 두번 접는 형태의 폴더블폰 시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는 현재까지 나온 폴더블폰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 2011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인 이후 8년 동안 유리를 대신할 유연하면서도 내구성 높은 신소재, 수만번 반복해 구부려도 형태를 유지하는 힌지와 접착기술 등을 개발했다. 접은채 사용하던 앱을 넓게 펼쳤을때 자연스럽게 이어서 쓰고, 큰 화면에서는 동시에 세개의 앱을 열어 사용하는 등의 기능도 담았다. 다만 접었을때 18㎜에 달하는 두께와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접는 방식, 돌돌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 방식, 화면을 늘릴 수 있는 형태까지 더 이상 미래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롤러블 TV를 선보여 찬사를 받았던 LG전자는 이번 MWC에서는 폴더블폰 대신 듀얼 스크린을 단 ‘V50 씽큐 5G’를 내놨다. 한쪽 화면을 필요에 따라 떼었다 붙였다 하는 방식으로 휴대용 게임기를 닮았다. 일부에서는 “화면을 접으랬더니 사업을 접을 생각이냐”는 혹평이 나온다. 돌돌 마는 혁신적인 TV를 내놓을만큼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모바일 기기에서는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다. 반면 “당장 좀 더 실용적으로 폴더블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더 버지)”이라는 호평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을 폴더블로 가는 과도기적인 제품으로 본다. 모바일 부문에서 15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인 권봉석 사장은 “폴더블, 롤러블 등 기술은 이미 갖췄지만, 가장 큰 목표는 메인스트림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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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