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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감 몇 개는 까치밥…더불어 삶 산 조상의 지혜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41)
요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아무래도 봄이 가까워지니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봄이라는 건 한해의 시작이다. 그래서 봄에 이사를 많이 한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이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농촌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자연이다. 사실 우리가 자연이다, 생태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정말 자연에 가까운 삶, 생태를 이해하는 삶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먼저 자연과 생태는 같은 말일까, 아니면 다른 말일까.
 
자연과 생태의 차이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봄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자연이란 말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노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농촌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봄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자연이란 말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자연은 말 그대로 지금 있는 지구 환경을 말한다. 내 옆에 있는 나무, 숲, 산, 꽃, 동물, 곤충이 다 자연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생태는 좀 다르다. 자연 상태에서 동물과 식물, 인간이 각각 자기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들이 서로 맺게 되는 관계를 생태라고 한다. 생태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니 생태계라는 말을 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개입하느냐 마느냐다. 자연보호라든가 환경보호는 인간에게 유익하게 하기 위해 보호하자는 뉘앙스가 크다. 그런데 생태계 보전은 생명체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으니 조화롭게 하자는 것이다.
 
귀농 학교의 수강 과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생태의 이해와 관련된 것들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생태를 이해하는 것이 귀농·귀촌에 중요한 부분이다. 귀농·귀촌을 준비할 때 생태는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사를 짓는 것은 어쩌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벼농사는 습지에 벼를 심고 벼만 잘 자라게 하려고 농약을 치고 잡초를 뽑는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벼만 잘 자라고 나머지 습지에 사는 물고기나 수서곤충, 식물들은 다 죽는다.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먹고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표현하면 과할지만 모르지만,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으려 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구제역 발생 돼지농장 인근에서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을 하고 있다. [뉴스1]

농림축산식품부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지난해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구제역 발생 돼지농장 인근에서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을 하고 있다. [뉴스1]

 
돼지나 닭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상태에서는 10년, 15년을 사는 IQ가 무려 70이나 되는 동물을 우리가 먹어 보겠다고 좁은 우리에서 가두고 키우다 돼지는 10달 만에, 닭은 한 달 만에 잡는다. 혹여 구제역이 생기면 치료는 안 해주고 다 살해한다. 미안하지만 우리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돼지고기를 먹어야 한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은 이러한 생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농사를 짓되 가급적 다른 동식물에 영향을 안 주도록 친환경 농약이나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먹어야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동물권을 보장하는 동물복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이런 노력이다. 알고 농사짓고 알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 이를 알게 되면 실제 귀촌한 뒤에 생태와 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참으로 무심하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자연 생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얼마 전에 동물보호단체가 유기견을 위한답시고 불법으로 수많은 개를 안락사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분노했지만 얼마나 오래 공감할지 모르겠다.
 
고양이를 예를 들어보자. 고양이들이 우리나라 산에 사는 수억 마리의 새를 먹어치운다는 보고서가 있었다. 낮에는 귀엽게 ‘야옹’거리다가 밤에 살짝 나가서는 인근 야산의 새와 새알을 먹어치운단다. 토끼장에 가서는 토끼를 물어간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과 천적이 없는 현재 상태가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어 애꿎은 새가 피해를 보고 있으나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괭이갈매기 새끼의 떼죽음 몰고 온 고양이
번식기를 맞아 홍도를 찾은 괭이갈매기. 삼척에 가면 괭이갈매기 산란처가 있다. 작년에 어린 갈매기들이 살아남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동네 고양이들이 알을 먹어치우고 새끼 갈매기들이 놀라 바다로 추락해 죽은 것이었다. [중앙포토]

번식기를 맞아 홍도를 찾은 괭이갈매기. 삼척에 가면 괭이갈매기 산란처가 있다. 작년에 어린 갈매기들이 살아남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동네 고양이들이 알을 먹어치우고 새끼 갈매기들이 놀라 바다로 추락해 죽은 것이었다. [중앙포토]

 
강원도 삼척에 가면 괭이갈매기 산란처가 있다. 보통 무인도에서 알을 낳는데 이곳은 육지에서 알을 낳는 희귀한 장소다. 이곳을 모니터링 해보니 작년에 어린 갈매기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동네 고양이들이 쓱 넘어와서 알을 먹어치우자 새끼 갈매기들이 놀라 바다로 추락해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주인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니 고양이를 산란기만이라도 묶어서 기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나가 번성하면 다른 하나가 괴로운 것이 생태이다. 인간이 나서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랬나. 옛날에 스님들이 걸어가면서 벌레 한 마리도 죽이지 않겠다고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마을 주민들은 감나무에 감이 열려도 몇 개는 새들한테 양보했다고 한다. 더불어 사는 삶을 지키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정작 우리 후손들은 대량 생산, 자본주의에 휘둘려 자연 친화적·생태 친화적인 삶을 포기하다시피 해 안타깝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생태농업과 자연농법, 유기농을 실천하는 농업인이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인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농촌과 산촌으로 갔으니 자연 친화적인 농업을 실천하는 셈이다. 내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혹여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지 조심하는 것이 내 농장과 우리 마을의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토록 하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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