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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체코 원전, 놓쳐서는 안 되는 국가적 사업이다

문하영 한·체코 미래포럼 부위원장(전 체코 대사)

문하영 한·체코 미래포럼 부위원장(전 체코 대사)

개인 사이에도 그렇지만 국가 관계에서도 같이하는 것마다 잘 되는 경우가 있다. 체코는 우리나라에 그런 나라 중 하나다. 양국 협력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한다. 1920년 김좌진 장군 휘하의 우리 독립군은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본국으로 철수하던 체코슬로바키아군으로부터 소총 등 다량의 무기를 싼값에 매수했다. 이 무기들이 일본군 약 3000명을 사살하거나 다치게 한, 찬란한 청산리 전투의 밑거름이 됐다.
 

노후화된 원전 교체하려는 체코
러시아·프랑스와 한국이 경합 중
수주하면 동유럽 원전 교두보 돼
정부·기업 등이 총력전을 벌여야

한국은 비유럽 국가 중에는 체코 제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넥센타이어가 진출해 공장과 사업소를 차려놓았다. 우리 기업이 체코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은 연간 약 50만 명에 이른다. 프라하-인천 직항 노선의 호황은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체코항공을 흑자로 돌아서게 했다. 프라하 국제공항의 모든 표지판에는 체코어와 더불어 한글이 쓰여있다. 한국어를 공식 안내어로 사용하는 유일한 해외 공항이다.
 
체코는 현재 6기의 러시아형 원전을 가동 중이다. 모두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어 신규 원전을 조속히 건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더하여 체코는 전력 생산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자국 내 석탄발전소를 2022년부터 연차적으로 폐쇄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른 전력 생산 감소분을 절반은 신재생으로, 절반은 원전으로 대체하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국가 에너지정책에 따라 곧 원전 2기를 발주해야 한다. 여기에 2기를 더하여 총 4기의 원전 발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한국수력원자력), 러시아, 프랑스, 미국 등이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려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고 있어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상의 이유로 러시아, 중국에는 원전을 발주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체코 내에 대두해 있다. 프랑스 측(EDF)은 핀란드 오킬루토 원전 건설을 9년간 지연시킨 문제 때문에 유럽 내에서 신뢰를 잃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어 단독으로 수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론

시론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체코를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비쉬 총리는 이 회담에서 원전 건설을 먼저 거론하면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 납기준수 경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체코 내 리튬 광산 개발에 대한 한국 기업의 참여,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연구·개발(R&D) 협력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원전이 지난 40여년간 별 사고 없이 안전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과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점을 설명했고, 체코 측이 거론한 사업들에 대한 검토를 약속했다. 회담 결과에 대해 체코 측은 매우 만족했으며 한·체코 경제 협력의 빠른 진행을 바라고 있다고 한다.
 
한·체코 원전 협력 실현을 위해 두 가지 사항을 말하고 싶다. 하나는 한국의 원전 부품 공급 체계(supply chain)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 원전 건설 사업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원전 건설 수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상대국이 한국 원전 산업의 건재를 확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정부가 각계의 힘을 모아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삼아 정부, 산업계, 민간이 하나가 되어 지혜를 모으고, 체코와 구체적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넥센 타이어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체코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체코 정부에 원전 협력 성사를 간곡히 요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체코 원전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백년대계의 국가적 사업이다. 이 사업이 일단 실현되면 양국 원전 기업 간의 부품 생산 협력과 현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 우리는 폴란드·슬로바키아 등 체코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동유럽 국가의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교두보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동안 하는 일마다 잘돼 온 한·체코 간 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비상하길 바란다. 조만간 바비쉬 총리가 한국에 온다고 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절호의 기회다.
 
문하영 한·체코 미래포럼 부위원장(전 체코 대사)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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