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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황교안, 옛 ‘이회창’처럼 당 접수…보수 통합은 더 멀어져

난제에 포위된 ‘정치 신인’ 제1야당 대표
27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왼쪽부터 김광림·김순례·조경태 최고위원, 황교안 신임 대표,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27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 왼쪽부터 김광림·김순례·조경태 최고위원, 황교안 신임 대표,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 [변선구 기자]

오세훈 후보는 지난 25일(전당대회 D-2) 오후 5시쯤 자유한국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개혁 보수’의 길을 다시 한번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선거 기간 내내 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극복 및 탄핵 인정 ▶5·18 망언 사과 ▶당의 극우화 반대 ▶중도로의 확장을 호소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였다. 하지만 그런 오 후보는 당내에선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태극기부대가 점령한 합동연설회에선 야유까지 쏟아졌다. 바로 그래서 오 후보의 생각이 궁금했다. 꽃가마 타고 순탄하게 길을 간 후보보다 힘든 레이스를 벌인 ‘오세훈의 눈’은 다를 것이 분명해서다. 이날 그와 30분 정도 통화를 했다.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소회는.
“답답한 심정이다. 제 충정이 당원 다수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 당원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가 워낙 강하다. ‘분노 게이지’가 너무 높다 보니 분노의 정제가 안 되고, 감성이 이성을 누르는 상황이다. 당원들도 ‘중도로 진격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이 어렵고, 총선이 어려우면 대선도 어렵다’는 제 말이 맞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생각은 그렇게 해도 (투표를 하는) 손은 황교안이나 김진태한테 가는 것 같다. 복수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세게 싸워줄 것 같은 사람에게 열광하는 거다.”
 
다들 황교안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더라. 그러나 당선 이후에 대해선 걱정하고 있고.
“저도 마찬가지다. TV토론 도중 탄핵에 대해 그런 입장(‘절차상 문제가 있다’, ‘타당하지도 않다’)을 밝히고 태블릿PC 조작을 얘기하는 걸 옆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대세론이 퍼져있는데, 오버할 필요도 없는데 왜 저럴까…. 말로는 통합을 얘기하지만 행보는 분열이고, 말로는 미래를 얘기하지만 몸과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앞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다.”
 
오 후보와 통화하기 직전, 한국당의 ‘초우경화’ 현상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리얼미터)가 나왔다. 한국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김진태 2위(17.3%), 오세훈 3위(15.4%)’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장에서 김 후보가 뜨는 게 느껴지던가.
“김진태 후보를 거의 매일 보니까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나 보통사람이야. 정치적 견해가 강성일 뿐이지 인간적인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토론하는 걸 보니 ‘멀쩡하고 머리 좋네, 황교안보다 낫네’라는 반응을 나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토론 자체는 오세훈이 잘했지만, 토론 승자는 김진태였다. 그래서 시작할 때는 10% 정도로 출발했는데 뼈(10%)에 살까지 붙었다. 거기에 비해 오세훈은 자유한국당 핵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만 한다’고 해 처음보다 지지율이 빠졌고. 나도 개혁 보수나 중도 확장을 얘기하는 게 손해임을 안다. 하지만 그게 제 확신이니 부르짖었는데, 결과는 이런 여론조사로 나타나네요.”
 
오 후보가 이번 전대에서 얻은 건 뭔가.
“저 당에 그래도 오세훈이라는, 제정신 박힌 놈이 하나는 있네라는 (일반 대중의) 각인 아닐까.”
 
오 후보가 3위를 하는 일이 일어날까.
“저도 궁금하다. ”
 
D-데이인 2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 주변의 화제도 ‘2위가 누구냐’였다.
 
오 후보는 대부분의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홍준표 전 대표 등과 함께 야권 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 오 후보가 ‘5·18 망언’ 파문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 후보에게까지 진다면 이번 전대가 얼마나 ‘그들만의 리그’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당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오세훈 3등 쇼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선 황 후보를 비교적 큰 격차(50.2% 대 37.7%)로 이겼다. 2위로 내려앉은 건 당원투표에서였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드러난 것이다.
 
신임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월 15일 입당한 지 한 달여 만에 제1야당을 접수했다. 가히 ‘황교안 속도’라 해도 좋을, 유례가 없는 초스피드다. 배경에는 친박·비박의 고른 지지가 있었다. 신한국당 시절 민정계와 일부 민주계의 지지를 받았던 ‘이회창’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정치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 대표 앞에는 난제가 쌓여있다. 전대 과정에서 정치신인티를 팍팍 드러낸 탓에 불안해하는 시선이 제법 존재한다. 사실상의 탄핵 부정 발언, 태블릿PC 조작설 등이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해 쏟아낸 발언일 수는 있다. 전대 과정에서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의 면회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폭로해 ‘배박’(박근혜 배신) 논란이 불거졌다. 유 변호사는 황 대표가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옥중의 박 전 대통령에게 책·걸상조차 반입해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두 사람 사이 뭔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는 또 있다. ‘황교안 총리 이임식’ 취소 소동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11월 2일, ‘최순실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은 김병준 당시 국민대 교수(현 한국당 비대위원장)를 책임총리로 지명하면서 난국을 돌파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에게 문자로 해임을 통보했다는 말이 나왔다. ‘문자 해임설’은 당시 총리실이 부인했으나 뒷말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당시 황 대표가 바로 총리 이임식을 지시하면서다. 총리 해임을 통보받더라도 후임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총리 집무를 봐야 한다. 그런데 황 대표는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떠나려 한 것이다. 1시간 20분 만에 이임식을 취소하긴 했으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시위가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황 대표로선 박 전 대통령과의 갈등설은 진화가 필요한 대목이긴 하지만, 문제는 ‘보수 통합’을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보수 통합’은 황 대표의 정계 입문 명분이자 대권 전략이다. 전대 과정에서도 그는 내내 통합을 외쳤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탄핵은 절차상 하자가 있고 타당하지도 않다”라거나 “태블릿PC는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거꾸로 보수 통합이 더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통합 대상으로 지목한 바른미래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 등이 컴백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게 아니라 오히려 사다리를 치워 버린 꼴이다.
 
익명을 원한 바른미래당 소속 전직 의원은 “사실 ‘박근혜의 총리’였던 황교안이라는 존재 자체가 보수통합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태극기 세력을 붙들겠다고 보수 통합이란 메가이슈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고 말했다.
 
친박계, 태극기 세력과의 관계 설정 문제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당장 황 대표는 ‘5·18 망언 3인방(김진태·김순례·이종명)’ 징계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친박계와 태극기세력의 후원에 힘입어 김진태 후보는 이번 전대에서 적잖은 지지세를 확인했고,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반면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들에 대한 제명 찬성 여론은 64.3%(반대 28.1%)에 달했다.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두루뭉수리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넘어갈 순 없는, 구체적 선택을 요하는 난제다.
 
장기적으로도 친박계는 부담이다. 황 대표가 대선에 나서려면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총선을 치러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올리려면 인적 쇄신이 필수다. 익명을 원한 한국당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지금은 친박에 얹혀가지만, 자기가 살려면 몇몇 친박을 잘라야 한다”며 “잘린 친박은 반드시 당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캐릭터를 보더라도 총선 때 ‘TK자민련’ 하나는 만들려 하지 않겠느냐”며 “일부 중진의원들이 벌써 ‘친박당’을 준비한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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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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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