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보이스피싱 특별법 사각지대, 암호화폐 계좌 피해 확산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3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제를 도입하는 법안을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 가까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3월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제를 도입하는 법안을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 가까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암호화폐 거래소 회원 A씨의 계좌로 1000만원이 입금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아서 보낸 돈이었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나섰지만 피해자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보이스피싱 특별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계좌 사겠다” 글 버젓이
사기당해도 돈 돌려받을 길 없어
제윤경 의원 법안 1년째 처리 지연
“암호화폐 거래소, 특별법 포함을”

거래소로선 A씨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는 물론 피해자 구제에 가장 중요한 계좌 잔액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다행히 A씨는 거래소 직원과 통화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피해자는 A씨와 함께 거래소를 찾아와 합의서를 쓰고 나서야 돈을 찾을 수 있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라며 “형사 처분을 면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와 합의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사기조직이 암호화폐 계좌를 ‘규제 사각지대’로 활용하고 있다. 피해자를 속여 돈을 보내게 한 뒤 암호화폐로 바꿔 거래소 바깥의 전자지갑으로 빼내는 방식이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암호화폐를 대신 구매하거나 잠시 계좌를 빌려주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식으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은 지난달 이상 거래를 감시하는 담당자 간 직통 연락망(핫라인)을 구축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거래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 해당 계좌의 출금을 정지시키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업비트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돼 출금을 정지한 계좌에는 현재 17억6000만원의 잔액이 남아 있다”며 “업계 전체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한계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이 돈을 돌려주고 싶어도 못한다”고 전했다.
 
다른 거래소들은 보이스피싱 예방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집계가 안 된다. 보이스피싱 특별법을 포함해 어떤 법에도 암호화폐 거래소의 등록이나 신고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에 “‘가상자산(암호화폐)’이 불법 거래에 악용되지 않도록 관할 당국이 금융회사에 준하는 조치를 가상자산 취급업소(거래소)에 취할 것”을 요구했다. 국내에선 아직 먼 얘기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제를 도입하는 법안(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 가까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 감시와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돼야 보이스피싱 문제를 포함해 다음 단계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서라도 보이스피싱 특별법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피해구제 절차가 이뤄지면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금감원 공고 후 2개월 안에 이의제기가 없으면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는 당사자간 합의가 아니면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 만일 계좌에 남은 돈이 피해 금액을 보상하기에 부족하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대부분 패소하고 있다. 부당 이득을 취한 쪽은 거래소가 아니라 개별 회원이란 이유에서다.
 
거래소 관계자는 “만일 계좌 대여자가 연락 두절이거나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거래소로선 피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피해자의 사연은 안타깝지만 법이 그렇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