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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분노가 내 에너지" 서울대 졸업식 도발적 축사

“졸업식 하면 고리타분한 사람들만 올 줄 알았는데, 요새 최고 잘 나가는 사람이 학교에 와서 축사를 해주니 신기하고 신선하네요.”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맡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과 함께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임성빈 기자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맡은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과 함께 단상에 오르고 있다. 사진=임성빈 기자

 
26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서울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 최민석(25ㆍ서어서문학과)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졸업식의 최대 화두는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축사였다. 단정한 회색 재킷을 입고 나타난 방 대표가 오세정 신임 서울대 총장 등과 함께 단상에 오르자 그를 촬영하기 위한 학생들의 스마트폰 수십 대가 머리 위로 올라왔다. 줄곧 조용하던 졸업식장은 방 대표의 "안녕하세요, 방시혁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약간의 환호와 박수가 나오며 적막이 깨졌다.  
 
"나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많은 사람…분노가 나의 에너지"   
방 대표는 축사를 시작하며 "오 총장님으로부터 직접 축사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이 고민했다"며 "나는 어쨌든 기성세대가 돼 버렸고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가 될 게 뻔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겠다"고 운을 뗐다.  
 
단상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모습. 임성빈 기자

단상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모습. 임성빈 기자

서울대 미학과를 1997년에 졸업한 그는 “1980년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는 공부 좀 한다 하면 법대를 가는 게 당연했다"며 "법학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열정과 꿈도 없었지만, 재수를 죽어도 하기 싫어 다른 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성공의 기준에 자의식 없이 흔들렸다"고 고백하며 "지금 큰 꿈이 없다고, 구체적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무엇이 여러분 행복하게 하는가를 고민하고 일관된 본인의 기준에 따라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이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고 방해물을 제거하고 끊임없이 이를 추구하게 되면,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소명이 된다"고 말했다. 
 
방 대표는 최근 자신과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을 거론하며 "나는 야심이나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라며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만드는 게 껄끄럽다는 이유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그것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선이 아닌 상황에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불만이 분노로 변화하더라"며 분노가 자신의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소개했다.

 
졸업생들 "딱딱한 내용 아니라 더욱 기억에 남아" 
방 대표의 축사에 대한 졸업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졸업생 정현수(22·기악과)씨는 "축사가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방 대표가 온 것 자체가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광석(24·기계공학과)씨도 "나는 문화예술계랑 먼 전공자지만 이번 축사의 주제인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내용도 기억에 남고, 방 대표가 원대한 꿈이 없어도 그때그때 선택해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과 맞아 더욱 감명깊었다"고 말했다. 박경찬(23·원자핵공학과)씨도 "방 대표의 이야기도 재밌게 들을 수 있었고, 특히 발언 중에 20대 젊은 세대와 교류하려는 표현들이 많고 소통을 위해 노력한 것 같아 신선했다"며 "또 전에 가본 다른 학교 졸업식 축사자들과 다른 분야라서 학생들이 더 호평하고 공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방 대표가 축사를 진행하는 동안 1층 행사장은 졸업생들을 위해 설치된 1150개의 좌석이 모두 차 일부 졸업생들은 행사장 뒤편에서 꽃을 든 채 방 대표의 축사를 듣기도 했다. 체육관 2층 학부모 및 가족석 3200여개 또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만석으로 인해 1층 졸업식 행사장 뒤편에 서서 방 대표의 축사를 듣는 서울대 졸업생들의 모습. 김다영 기자

만석으로 인해 1층 졸업식 행사장 뒤편에 서서 방 대표의 축사를 듣는 서울대 졸업생들의 모습. 김다영 기자

 
오 총장 "서울대 출신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말 가슴 아파’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439명, 석사 1750명, 박사 730명 등 총 4919명이 학위를 받았다. 오 총장은 학위수여식사에서 "서울대 출신은 이기적이란 말이 가장 속상하다"며 "주변을 둘러보고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즉 여러분의 성공이 직장, 모임 그리고 나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 집중하기 바란다"며 "헌신과 혁신을 통해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라를 위해 각자 기여해달라"고 강조했다.
오세정 신임 총장 등 졸업식 참가자들이 학위수여식 전 단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성빈 기자

오세정 신임 총장 등 졸업식 참가자들이 학위수여식 전 단상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성빈 기자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송미라(24·국어국문학과)씨는 "지난 6년 동안의 대학생활을 표현하는 말이자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문장은  ‘filling in the gap’"이라며 "우리가 벽돌과 벽돌 사이를 시멘트로 채우듯이 앞으로 이 세상 곳곳의 빈틈들을 찾아 채워나간다는 의미" 라고 설명했다. 송씨는 "조금 특별한 성장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달려온 저는 서울대학교에서의 수많은 활동을 통해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며 "대학생활이 남긴 소중한 유산, 'filling in the gap'을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도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영ㆍ임성빈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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