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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사상최대 공직 채용…"형광등 점검이라도 시켜야하나"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노량진 윌비스학원에서 강의실 앞자리를 잡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학원은 강의실 자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선착순으로 결정한다. 최승식 기자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노량진 윌비스학원에서 강의실 앞자리를 잡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 학원은 강의실 자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선착순으로 결정한다. 최승식 기자

중앙일보가 지난 22일 보도한 ‘사상 최대 공직 채용에 30대 직장인도 노량진‧신림동으로 유턴했다’는 기사에 많은 독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면허증을 갱신하러 갔는데 7명 중에 6명은 잡담한다’ ‘한 번 늘린 공무원은 줄이지 못해 젊은 세대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온라인 댓글에 수천명이 ‘좋아요’ 를 눌러 공감을 나타냈다.  
 
기자도 정부 부처 취재를 담당하면서 독자들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연말 검찰 고위 간부를 만나러 간 사무실에서 일정을 조율하는 직원이 붓과 먹으로 수묵화를 그리고 있었다. 오후 4시 일과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간부 행사용으로 쓰일 수묵화를 그리고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다만 다른 검찰 실무직원에게 그 상황을 얘기하니 “거기는 연줄이 있어야 갈 수 있을 정도의 선호 부서"라고 귀띔했다.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사상 최악의 취업 통계 성적표를 받아들자 석달뒤인 10월 부랴부랴 단기 공공일자리 정책을 내놓았다. 법원과 검찰도 예상치 못한 인력을 받아야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식사 자리에서 “불꺼진 검찰 청사 복도의 형광등 점검이라도 시켜야 되느냐"며 “도대체 (늘어난 직원들에게) 무슨 일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손가락 하나면 일정을 편리하게 관리하는 시대다. 일정 담당 비서가 현장에 필요하지 않다는데도 정부가 청년 취업 통계 수치 때문에 억지로 자리에 밀어 넣는 촌극이 계속되고 있다.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4000명 증원한다는 공약은 차곡차곡 이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올해 지방직 공무원 채용 규모는 3만3060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채용 흐름을 이어갔다.      
 
정부의 ‘통큰’ 채용에 사법고시 폐지로 슬럼가가 될 뻔 했던 서울 신림동이 다시 일어섰고 노량진 컵밥 거리는 오전 4시부터 기지개를 켠다. 고교 입시가 주력인 사교육 업체도 공무원 시험 시장에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공무원 중에서도 ‘꽃보직’이라 불리는 운전직 채용 방식을 묻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는 ‘사내정치 없고 진급 빠르고 진짜 인생이 편안해집니다’는 설명이 붙고, 여기에 ‘제가 진짜 원하는 직장이네요’는 답글이 달리는 웃기고도 슬픈 상황이 연출된다.  
 
청년 채용을 끌어 올리려는 정부의 다급한 마음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지원하려던 20대, 이미 취업해 있는 30대 마음까지 흔드는 대규모 공무원 채용이 바람직한지는 다시 한 번 따져봐야 한다.    
 
김민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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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