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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비용 무서워 병원 뛰쳐나왔던 기초수급자 윤귀선씨 치료 받게 된 사연

26일 오전 광화문자생한방병원에서 윤귀선씨가 빈상은 의무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사진 김태호 기자]

26일 오전 광화문자생한방병원에서 윤귀선씨가 빈상은 의무원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사진 김태호 기자]

"병원 치료를 받게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감사하면서도 신세를 지게돼 죄송하기도 합니다."
 
윤귀선(49)씨는 3년 전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 비용이 무서워 병원을 뛰쳐나왔다.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치료를 받고 수급자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치료비가 엄두나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급여로 병원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검사 등 비급여 진료비는 모두 윤씨가 부담해야 해서다. 그는 통증을 덜어주는 치료만 받으며 버텨왔다. <중앙일보 1월 30일자 1,4면> 이런 윤씨의 사연이 소개된 직후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실에서 "그의 허리 치료를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윤씨는 처음에 망설였다고 한다. 그는 "제가 이렇게 도움을 받아도 될지 고민이 됐어요. 죄송한 마음이 커서요. 하지만 어서 나아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생의료재단 측은 "기사를 접한 박병모 재단 이사장이 중역 회의에서 '우리가 이 분 치료를 돕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논의 끝에 윤씨 집과 가까운 광화문 자생한방병원에서 그의 치료를 돕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료비는 전액 재단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윤씨는 대대로 가난했다. 먹고 살기 위해 15살에 상경했다. 중국집 배달원을 시작으로 음식점, 자동차정비소, 건설현장 등을 전전하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몇년 전 윤씨는 건설현장에서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허리통증으로 더는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결국 그는 2년 전 조건부 기초수급자가 됐다. 윤씨가 생계·주거급여로 받는 돈은 한 달 70만원 남짓. 그 돈으로 치료비를 댈 수가 없었다. 윤씨는 "허리 통증으로 한 시간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통증은 어떠세요, 식사하고 소화는 잘 되시고요?" 
26일 오전 9시 윤씨는 광화문 자생한방병원을 찾았다. 윤씨 치료를 맡은 빈상은 의무원장은 윤씨를 진찰하며 이렇게 물었다. 빈 원장은 지난 2월초부터 윤씨를 진료했다. 이날이 네번째 진료다. 첫 진료 땐 허리 통증이 발목·뒤꿈치까지 내려오는 이유를 찾기 위해 MRI 검사와 X-레이 촬영 등 검사를 했다. 빈 원장은 "검사 결과 허리뼈 5번과 천추(요추6번) 사이 디스크가 왼쪽으로 삐져 나왔고, 허리뼈 4번도 퇴행성 디크스가 발생했다"라며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디스크 탈출이 심하지 않지만 이 상태로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병원에서 추나 치료와 침 치료를 받았다. 허리와 손등에 침을 맞았다. 치료는 40여분간 이어졌다. 앞으로 3~6개월, 매주 2회 이런 치료가 계속된다. 병원 측은 "윤씨가 회복될 때까지 치료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오전 윤귀선씨가 광화문 자생한방병원 진료실에서 빈상은 의무원장에게 추나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26일 오전 윤귀선씨가 광화문 자생한방병원 진료실에서 빈상은 의무원장에게 추나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김태호 기자]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온 윤씨는 덤덤했다. 마냥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치료를 받아 좋지만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도 "젊은 나이에 국가의 도움(기초수급)을 받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윤씨는 평일 진료를 받으면 바로 자활센터로 출근한다. 치료로 출근이 늦어지는 건 센터에 양해를 구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치료받는 날엔 센터에서 지각으로 처리한다. 그건 당연한 거다"라고 말했다. 지각 처리가 되면 그 시간만큼 자활 근로를 못해 급여가 깎인다. 하지만 윤씨는 "치료로 지각해 급여가 깎이는 건 스스로 책임질 일이고 양해를 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병명도 모르고 통증을 참고 지내다가 이렇게 치료를 받게 된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몸이 회복되고 난 후 계획이 있는지 묻자 윤씨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라며 "아파서 누워지낸 시간이 많아 앞으로 더 부지런히 생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탈 수급을 꼭 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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