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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뒤 ‘꽃뱀’ 몰린 경찰관…가해자 중형 나왔지만

“너에 대한 소문이 너무 많이 났는데, 6개월이라도 휴직을 하는 게 어떻겠니.”

 
지난해 11월 성폭행 피해자인 경찰관 A씨는 동료 경찰관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한 달 전 동료 경찰관인 이모(28)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그를 고소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는 이랬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만취해 정신을 잃자 피해자 집으로 가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씨 외에 술자리에 있던 다른 경찰 일행도 집에 함께 들어갔지만, 두 사람만 남겨둔 채 먼저 집을 나온 뒤였다. 정신을 차린 뒤 몸에서 성폭행 흔적을 발견한 A씨는 성폭력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일러스트. [중앙포토]

경찰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폭행 피해자에게 “자격 없다” 폭언한 경찰관
수사 단계에서 이씨는 “합의된 성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성폭행이 맞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집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A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같은 결론을 내렸고, 이씨에 대해 준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씨의 구속 이후에도 A씨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씨의 ‘합의된 성관계’ 주장이 직장에 퍼지면서다. 소문은 A씨가 이씨에게 합의금으로 4000만 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니 고소했다는 내용으로 확산됐다. 실제로 먼저 합의를 요구한 건 이씨였고, A씨는 합의금을 제시한 적도 없었다.

 
견디지 못한 A씨는 경찰에 성폭력 ’2차 가해’를 조사하고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는 피해 사실을 들은 동료가 A씨에게 “평소 너의 집안이나 행실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도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내용도 담겼다. 한 경찰관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동네 걸레같이 군다“ ”경찰 자격도 없으니 때려쳐라“ ”씨XX아“ 등 폭언을 가했다고 한다.

 
법원, 가해자에 징역 4년 판결…“피해자 고통”
A씨는 넉달 뒤에야 ‘꽃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 22일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 정문성)는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경찰 당국은 이씨를 파면 조치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하고 상해를 입혀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경찰공무원인 피고인이 동료인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단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까지도 심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뒤늦게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자는 2차 가해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A씨는 2차 가해자들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중이다.

 
피해자 울리는 2차 가해…“처벌 규정 보완해야”
성폭력 피해자B-2

성폭력 피해자B-2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거나 신상을 유포하는 ‘2차 가해’는 날로 심해지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의 경우 여러 사람 앞에서 욕설을 했다는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계리 변호사(법무법인 서인)는 “동료들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허위 소문을 말하거나 폭언을 한 건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 모든 부정한 행위를 처벌하기에는 법 규정이 촘촘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범한 변호사(YK법률사무소)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상 메시지나 전화를 통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을 주는 행위를 반복한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허위 소문 유포자들을 일일이 찾아서 고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우울증 등 상해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행위인 만큼 처벌 규정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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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