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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콜레라’ 겪은 중국, 인간 안면인식 기술을 돼지에 적용?

중국 랴오닝성 한 농장의 돼지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랴오닝성 한 농장의 돼지들. [로이터=연합뉴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식용 돼지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최근 중국 광저우(廣州)시 소재 정보기술(IT)업체인 잉쯔기술은 돼지의 표정 변화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스마트폰용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 이름은 ‘미래 돼지 농장’. 
 
플랫폼에 연결된 스마트폰 카메라로 돼지 얼굴을 촬영한 뒤, 표정 변화량을 측정하는 식으로 돼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 이 업체의 잭슨 허 최고경영자(CEO)는 “돼지가 기분이 안 좋거나, 식사를 잘 못 할 경우 (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면) 돼지가 병에 걸렸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IT 공룡’들도 최근 비슷한 기술을 개발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프로그램은 돼지의 기침 빈도를 분석해 감기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건 물론, 돼지의 활동량을 측정해 건강 상태에 적합한 운동 방식까지 제안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JD.com)이 개발한 안면 인식을 통한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은 이미 후베이(湖北)성 북부 농장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을 도입한 까닭은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중국 농가를 휩쓴 이 질병에 걸려 중국 당국에 도살 처분당한 돼지는 약 90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같은 대량 도살처분이 또다시 벌어지기 전에 돼지의 질병 감염 여부를 일찌감치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간에겐 무해하지만,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의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또다시 이 질병이 유행한다면 중국 농가는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잉쯔기술의 돼지 안면 인식 기술. 돼지의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촬영한 뒤, 표정 변화량을 토대로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잉쯔기술 캡처]

중국 잉쯔기술의 돼지 안면 인식 기술. 돼지의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촬영한 뒤, 표정 변화량을 토대로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잉쯔기술 캡처]

 
중국 농가와 기업이 특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돼지고기가 중국인의 주식(主食)으로 꼽혀서다. 질병이 돌면 돼지고기 공급량과 가격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가 돈 이후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외면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4주 연속 하락해 ㎏당 13.65위안(약 2300원, 올해 1월 2주 기준)을 기록했다”며 “몇몇 중국 농부들은 돼지가 질병에 걸릴 것을 우려해 예정보다 일찍 도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SCMP는 “중국 농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입산 돼지가 자국산 돼지를 대체할까봐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중국 정부 역시 농가에 첨단 기술 도입을 독려한다. 앞서 지난해 중국 베이징시는 지역 농부들에게 “인공지능·블록체인·클라우드·컴퓨팅·데이터 기술 등 각종 첨단 기술을 가축 사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했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그룹 본사.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그룹 본사.

 
하지만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더크 파이퍼 홍콩성시대 수의역학과 교수는 “기술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돼지의 표정과 움직임만으로 건강 상태를 완벽히 진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드러난 ‘특징’만으로 신체 곳곳의 ‘증상’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의 돼지 농장에 이 기술을 일일이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의 소규모 돼지 농장은 약 2600만 곳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시민 감시용으로 공공시설에 설치한 안면 인식 기술이 ‘재활용’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NYT는 “돼지 건강 진단 기술은 중국 정부의 사람 안면 인식 기술을 그대로 본뜬 것”이라며 “사람에 쓰이던 기술을 돼지 건강 진단에 재탕하는 건 적절치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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