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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뒤 나홀로 수색···살인범 무너뜨린 59세 '열혈 경찰'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 [사진 곡성경찰서]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 [사진 곡성경찰서]

지난 16일 전남 곡성의 한 마을 파출소에 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인 배 농장주 A씨(59)가 전날 오후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미귀가 신고였다. 평소 외박을 하지 않는 A씨였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한 폐교 인근에서 A씨의 자가용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서 혈흔이 나왔다. 감식 결과 A씨의 것이었다. 하지만 A씨의 소재는 오리무중이었다. 
 
일대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던 경찰은 지난 18일 유력 용의자로 고물수집상 B씨(50)를 긴급체포했다. A씨가 실종될 무렵 거의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 1t 트럭의 운전자였기 때문이다. 미귀가 신고 이틀 만에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B씨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B씨는 지난 16일 오후와 17일 오전 마스크를 쓰고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A씨 통장에 든 120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의심을 샀지만 진술을 거부했다. 
 
A씨의 종적과 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일단 B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긴급체포한 경찰은 만약 B씨가 A씨를 살해했더라도 시신을 찾지 못할 경우 강도살인 혐의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전남 곡성 강도살인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경찰 수중과학수사요원이 저수지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곡성경찰서]

전남 곡성 강도살인 피해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경찰 수중과학수사요원이 저수지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곡성경찰서]

 
곡성경찰서 112상황실에 근무하는 이재연(59) 경위는 이 같은 상황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있었다. 내년 6월 정년퇴직을 앞둔 이 경위는 물론 수사팀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퇴근을 앞둔 20일 오전 ‘B씨가 범행 당시 동광주톨게이트(TG)를 지난 적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자택이 동광주 TG 인근이어서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어진 14간의 야간근무에 추가근무 1시간을 마친 이 경위는 오전 9시쯤 경찰서 문을 나섰다. 차를 몰고 이 경위가 도착한 곳은 집이 아닌 동광주 TG 인근이었다. B씨가 범행에 쓴 트럭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곳 지리에 익숙한 그는 주변 도로변 등을 뒤졌다.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가 퇴근길에 혼자 찾아낸 강도살인 피의자의 1t 트럭. [사진 곡성경찰서]

곡성경찰서 이재연 경위가 퇴근길에 혼자 찾아낸 강도살인 피의자의 1t 트럭. [사진 곡성경찰서]

 
대로변 트럭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이 경위의 눈에 수상한 흰색 트럭이 들어왔다. 이 트럭은 앞차와는 거의 붙은 채 주차돼 있고, 적재함 덮개를 내려 뒤쪽 번호판이 가려져 있었다. B씨가 타고 다닌 트럭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B씨는 자신이 숨겨둔 트럭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무너졌다. 이 트럭을 몰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은 사실이 입증된 때문이다. B씨는 “A씨에게 고철을 싸게 팔라고 했는데 거절해 말다툼 끝에 상해를 입혔다. 이후 우연히 A씨의 통장을 발견한 뒤 욕심이 생겨 비밀번호를 요구해 돈을 찾았다. 결국 A씨를 살해해 저수지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B씨가 진술한 저수지에서 A씨의 시신을 찾은 경찰은 B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했다.
  
이 경위는 “트럭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은 못 했다. (그저) 집 근처라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색했는데 (운이 좋게) 찾았다.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며 겸손해했다.  
 
곡성=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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