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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벗어난 레드 카펫, 핑크빛 드레스로 물들다

색체 전문기업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리빙 코랄. 밝은 오렌지색으로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활력과 생명력을 의미한다. 사랑스러운 온기를 머금은 따뜻한 컬러의 향연은 2019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랄부터 핑크·레드·옐로·민트 등 에너제틱하고 따뜻한 컬러의 드레스들이 레드카펫에 연이어 등장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전반에 불었던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배우들이 검정·흰색 등 무채색 톤의 드레스를 선택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젬마 찬. [EPA=연합뉴스]

젬마 찬. [EPA=연합뉴스]

특히 선명하고 밝은 핑크 드레스를 선택한 배우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스타덤에 오른 젬마 찬은 밝은 핑크 컬러의 발렌티노 드레스를, 영화 ‘블랙 펜서’의 안젤라 바셋은 림 아크라의 원 숄더 핑크 드레스를 입었다. 올해 73세의 배우 헬렌 미렌 역시 밝은 핑크 드레스를 근사하게 소화해 핑크가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줬다.  
 
안젤라 바셋. [EPA=연합뉴스]

안젤라 바셋.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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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배우 사라 폴센은 브랜든 맥스웰의 핫 핑크 드레스, 레이첼 와이즈는 지방시의 다홍빛 드레스, 캐이시 머스그레이브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베이비 핑크색 시폰 드레스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줄리아 로버츠 역시 선명한 핑크 드레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엘리 사브의 원 숄더 드레스로 비대칭 밑단 라인이 멋스럽게 퍼지는 디자인이었다.
 
빌리 포터. [AP=연합뉴스]

빌리 포터. [AP=연합뉴스]

이번 아카데미에선 성 중립을 상징하는 패션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흑인 뮤지컬 배우 빌리 포터. 그는 위는 남자들의 턱시도처럼 보이고, 아래는 여러 겹의 레이스가 달린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검정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포터는 패션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중간에서 놀고 싶었다. 나는 여왕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단지 드레스를 입은 남자일 뿐이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남성적인 바지 수트 차림의 여배우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에이미 폴러는 검은색 턱시도 수트를,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한 코미디언 아콰피나는 반짝이는 은색 수트에 큰 리본 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의상상 시상자였던 코미디 배우 멜리사 맥카시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패러디한 중세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나 환호를 받았다. 남자 배우인 헨리는 파란 벨벳 망토를 두른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고, 여배우인 맥카시는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영화 속 토끼인형으로 장식한 망토와 로브를 걸쳤다.
 
레드카펫에선 한쪽 어깨가 드러나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었던 배우 겸 가수 제니퍼 허드슨은 기념 공연 때는 검은 바지 위에 긴 케이프를 드레스처럼 드리운 의상을 입어 또 다른 매력을 과시했다. 그가 부른 곡은 성 평등과 소수자 인권의 수호자로 불린 여성 법조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RBG’의 주제가 ‘나는 싸울 거야’(I’ll fight)였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대표(트렌드랩506)는 "지금 패션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성은 하나’라는 뜻의 ‘A젠더’ 또는 성 중립을 뜻하는 ‘젠더 뉴트럴’ 키워드가 조명받고 있다”며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양성평등, 성 중립을 패션으로 표현하려는 스타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경희·유지연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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