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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주연상 콜맨 “청소부로 일하며 이런 날 꿈꿨다”

영국 출신의 배우 올리비아 콜맨(왼쪽)은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로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영국 출신의 배우 올리비아 콜맨(왼쪽)은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로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하나님 맙소사. 웃겨요. 내가 오스카상을 받다니.”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배우 올리비아 콜맨(45)은 충격과 기쁨이 교차하는 날것 같은 수상 소감으로 객석에 한바탕 웃음을 불러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세계적인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배우.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8세기 영국 배경의 시대극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에서 괴팍한 권력자이자 밀당에 능한 사랑꾼 앤 여왕을 연기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연출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전작 ‘더 랍스터’에서는 조연을 맡았던 그다. 이번 영화로는 베니스영화제와 영국 아카데미상, 미국 골든글로브상과 아카데미상까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배우를 꿈꾸는 여성들을 향한 격려인 듯 “텔레비전을 보며 연설을 연습하는 어떤 소녀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나는 한때 청소부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일을 좋아했다”면서도 “지금같은 일을 상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를 향해서는 "당신은 내 오랜 우상이었다. 이런 방식은 원하지 않았다”며 농담 섞인 존경의 뜻을 표했다.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오른쪽)는 조연상 3회, 주연상 4회 등 이번까지 7차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AP=연합뉴스]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오른쪽)는 조연상 3회, 주연상 4회 등 이번까지 7차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머물렀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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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더 와이프’로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72)는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아카데미 최다 후보’라는 멍에를 이번에도 벗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여우조연상 3회, 여우주연상 4회 등 모두 일곱 차례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데뷔작 ‘가프’로 1983년 처음 후보에 올라, 1984년 ‘새로운 탄생’으로, 1985년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천재 야구선수의 애인 역할을 맡은 ‘내츄럴’로 거듭 후보가 됐다. 여우주연상은 ‘위험한 정사’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한 기혼남과 하룻밤 관계를 맺었다가 그 주위를 맴돌며 공포에 몰아넣는 역할을 연기해 1988년 처음 후보에 올랐다. 1989년에는 시대극 ‘위험한 관계’로, 2012년에는 남장여자 호텔리어를 연기한 ‘앨버트놉스’로 후보가 됐다.
 
새 영화 ‘더 와이프’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작가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남모를 비밀을 품고 있는 이 여성의 강인한 기질과 미묘한 흔들림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이번이야말로 수상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글렌 클로즈는 올리비아 콜맨이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부터 줄곧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콜맨은 ‘스타 이즈 본’으로 함께 후보에 오른 레이디 가가를 향해서도 "감사하다, 레이디 가가”라고 말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 [사진 각 영화사]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 [사진 각 영화사]

장편애니메이션 부문도 승자와 패자가 뚜렷했다. 2001년부터 줄곧 이 부문을 휩쓸어온 픽사와 디즈니가 아니라 소니의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가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마블 캐릭터에 바탕한 이 수퍼히어로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인 흑인 소년, 그와 평행우주에 사는 여성 등 다양한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킨 것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픽사는 중국 태생의 캐나다 여성 감독 도미 시가 연출한 ‘바오’로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흑인 음악가와 백인 운전사의 로드무비 ‘그린 북’이 작품상을 받았다. [사진 각 영화사]

흑인 음악가와 백인 운전사의 로드무비 ‘그린 북’이 작품상을 받았다. [사진 각 영화사]

넷플릭스도 온전한 승자가 되지는 못했다. 자체 제작한 영화 ‘로마’가 올해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작품상은 ‘그린 북’에게 내줬다. ‘로마’가 작품상을 받았다면 넷플릭스 영화로는 사상 최초, 영어 아닌 외국어 영화로도 사상 최초라는 기록을 세울뻔했다.  
 
이번 수상 결과는 넷플릭스에 대한 아카데미 회원들의 견제심리가 드러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 개봉과 온라인 공개가 충분한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기존 유통구조를 파괴하는 점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칸영화제는 경쟁부문 진출을 금지했다. 반면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는 ‘로마’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다. 미국에서 ‘로마’는 소규모로 극장 개봉, 아카데미 후보 자격을 갖췄지만 영화인들 생각은 좀 다르다. 앞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두어개 극장에서 일주일도 안 되게 개봉한 영화들에게 아카데미 후보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TV 포맷을 택했다면 TV 영화”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주로 TV로 시청한다.
 
이번 시상식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사회자 없이 진행됐다. 당초 사회자로 낙점된 코미디 배우 케빈 하트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것이 논란이 되어 중도 하차했다. 사회자는 없는 대신 다양한 배우들이 후보작 소개 등의 역할로 무대에 등장했다. 테니스 선수 셀레나 윌리엄스 같은 스포츠 스타도 등장했다.  
 
특히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무대에 나오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올해 79세인 그는 민권운동의 살아있는 상징 같은 존재. 1960년대 흑인인권운동의 큰 이정표가 된 셀마 행진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참여했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작품상 후보 가운데 ‘그린 북’을 소개하는 역할로 나와 "나는 우리 역사의 그 시기와 장소를 생생하게 목격했다”며 "내가 그렇듯, 우리나라는 그 상처들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 마지막에는 2001년 ‘에린 브로코비치’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시상자로 나와 ‘그린 북’을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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