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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신토불이 도토리 고집, 맛·영양 풍부한 각종 식품 만들어요

도토리 분야 식품 명인이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농민식품 김영근(67) 대표는 최근 도토리 진액을 개발했다. 도토리 진액은 도토리를 가루로 만든 다음 17시간 정도 끓여 추출해 낸 액상에 식이섬유(40%)를 섞어 만들었다. 풋사과 농축액도 첨가했다. 도토리 진액은 냄새도 없고 약간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설탕·합성감미료·합성착향료 등은 첨가하지 않았다.
 
김씨는 “도토리 주성분인 타닌이 중금속을 해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해 하는 많은 사람에게 도토리 진액이 건강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도토리 성분은 몸에 있는 노폐물을 제거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며 “풍부한 식이섬유는 변비 증상도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도토리 진액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본격 시판에 나섰다. 20mL 용량의 비닐용기에 담아 판다.
 
김씨는 도토리를 이용한 가공식품은 가능한 한 모두 만든다. 그는 2016년 10월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식품명인은 식품 제조·가공·조리 방법을 원형대로 보존하거나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 가운데 선정한다. 식품명인 지정은 서천군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서천군 무형유산 전승기록 도서-도토리묵 제조’를 통해 전통 도토리묵 제조 문헌과 과정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시의전서』 녹말수비법에 수록된 방법의 원형대로 도토리묵을 재현하고 있다.
 
김영근 대표의 도토리 진액은 도토리 가루를 17시간 끓여 만든다. 사진은 충남 서천군의 공장에서 도토리 진액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김영근 대표의 도토리 진액은 도토리 가루를 17시간 끓여 만든다. 사진은 충남 서천군의 공장에서 도토리 진액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김씨는 이곳에서 3대째 ‘토종’ 도토리묵을 생산하고 있다. 할아버지(종석·1960년 작고)가 1890년부터 묵을 본격적으로 쑤기 시작해 지금까지 128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도토리묵을 만들어 해마다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판교면은 차령산맥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서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천방산(479m)을 중심으로 산악지역이 많다. 판교 일대 야산에는 예로부터 상수리나무가 많았다. 주민들은 상수리를 채취해 묵을 만들어 전국에 공급했다. 판교면 일대는 1970년대만 해도 70여 농가가 묵을 생산해 ‘묵 마을’로 불렸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옥수수 전분을 쓴 가짜 도토리묵이 판치면서 판교 도토리묵도 명성을 잃었다. 게다가 90년대에는 값싼 중국산 제품까지 판쳤다. 이 바람에 판교면 일대 도토리묵 생산 농가도 점차 사라졌다. 김씨도 90년까지 10여 년간 도토리묵 생산을 거의 중단해야 했다.
 
그러던 중 1990년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도토리 성분인 타닌이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해독한다는 내용이 방영됐다. 김씨는 무릎을 쳤다. 그해 다른 장사를 그만두고 가업인 묵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김씨는 “신토불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산 원료만 쓴 도토리묵을 찾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도토리의 70% 이상(1만여t)을 구입한다. 판교 등 서천군에서 채취하는 도토리는 30% 정도다. 나머지는 경북 의성 등에서 수확한다.
 
김씨는 “국산 도토리묵은 중국산에 비해 향이 진하고 쫄깃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산한 도토리묵은 대형 할인매장과 친환경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팔린다. 그는 “국내 최고의 도토리묵 생산업체로서 소비자의 건강한 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성 도토리묵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상온서 6개월 보관 가능한 도토리 술 
김씨는 1977년 국내 처음으로 도토리와 청포묵 가루의 기계생산 방법을 개발했다. 묵 가루를 봉지에 담은 것으로 소비자가 구입해 집에서 물을 붓고 솥에서 끓이면 묵이 되는 방식이다. 이를 전국 2800개 우체국에 납품해 수년 동안 우편주문판매 매출 1위 제품으로 인기를 모았다. 김씨는 도토리 제품을 친환경 제품 매장과 백화점·농협하나로마트 등에도 공급한다. 최근에는 홈쇼핑의 주요 판매품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도토리 술도 만든다. 이 술은 도토리를 곱게 갈아 끓인 다음 대부분의 분말 성분을 걸러낸다. 분말이 8.3% 정도 남아 있는 물에 누룩을 넣고 100일 정도 발효한다. 알코올 도수 16도인 이 술은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6개월 정도 보관할 수 있다. 김씨는 도토리 차와 음료수 개발도 추진한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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