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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고급 시계, 여성고객에 집중하다

매년 1월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 ‘SIHH’(Salon de la Haute Horlogerie)가 올해로 29회를 맞았다. 까르띠에·바쉐론 콘스탄틴 등 10여 개의 럭셔리 시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 그룹을 중심으로 35개 시계 브랜드가 모여 올해 가장 주력할 신제품 시계들을 발표했다. 주제는 '혁신'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헤리티지를 끄집어내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기술과 소재·디자인을 선보였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남성 중심의 틀도 깨졌다. 
두 개의 달을 시계에 담은 '에르메스 아소 레흐 드 라 룬'.

두 개의 달을 시계에 담은 '에르메스 아소 레흐 드 라 룬'.

 

브랜드 정체성에 신소재·기술 담아

최근 몇 년 동안 항해·잠수용 '마린 워치'들이 인기를 얻었지만, 올해 SIHH에선 각 시계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정체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컬렉션들이 '올해의 시계'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IWC’다.  
IWC는 올해 파일럿 시계로만 14개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혁신 소재인 세라타늄을 사용한 ‘탑건’과 항력 투르비옹(비행 시 받는 공기 저항에도 문제없이 시계를 작동하게 하는 장치)을 파일럿 시계에 처음 적용한 ‘어린 왕자’ 컬렉션, 인하우스 무브먼트만을 탑재한 ‘스핏파이어’ 컬렉션에서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시 ‘전설의 전투기’로 불렸던 영국 전투기의 이름을 딴 스핏파이어 컬렉션은 7개의 신제품을 선보여 올해 주력 제품임을 확실히 드러냈다. 특히 박람회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선 실제 스핏파이어 항공기가 행사장에 가상 착륙하고 영국 출신 파일럿 매트 존스가 항공기에서 직접 걸어 나오는 이벤트로 환호를 받았다. 매트 존스는 올여름부터 스핏파이어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실버 스핏파이어-더 롱기스트 플라잇’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IWC 파일럿 워치 스핏파이어 더 롱기스트 플라잇 에디션.

IWC 파일럿 워치 스핏파이어 더 롱기스트 플라잇 에디션.

몽블랑은 자사 시계를 만드는 유명 시계 매뉴팩처 '미네르바'의 전통과 탐험 정신에 대한 헌사를 담은 산악용 시계 '1858 컬렉션' 신제품을 만들어 올해의 시계로 내세웠다. 1920~30년대에 생산된 정통 미네르바 시계는 주로 군사용이나 탐험용으로 제작돼 견고하고 가독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었다. 몽블랑은 여기에 착안해 ‘1858 오토매틱 브론즈’ ‘1858 오토매틱 스틸’ ‘1858 크로노그래프’ ‘1858 지오스피어’를 만들고 박람회 내 부스를 나무와 식물, 바위가 어우러진 산악 풍경으로 꾸며 1858 신제품 테마를 더 깊이 느껴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니콜라스 바레츠키 몽블랑 CEO는 “1858 컬렉션은 탐험가는 물론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대담하게 자연을 모험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제작됐다"고 밝혔다.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파네라이 섭머저블 마리나 밀리타레 카보테크 에디션

파네라이 섭머저블 마리나 밀리타레 카보테크 에디션

특히 1858 지오스피어는 산악 탐험 정신을 강조한 시계다. 세계 7대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 탐험가들의 도전 정신을 기리며 월드타임 컴플리케이션을 장착해 전 세계 시간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고, 세계 7대륙 최고봉은 빨간 점으로 표시했다. 월드타임 컴플리케이션은 2개의 회전하는 반구로 구성돼 12시 방향의 북반구는 시계 반대 방향, 남반구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파네라이는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의 수중 작전용 시계를 만들었던 브랜드 역사와 정체성을 강조했다. 올해를 1950년대 처음 출시한 다이버 시계 ‘섭머저블’의 해로 정하고, 세라믹이나 티타늄보다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강도를 가진 신소재 카보테크를 사용한 스페셜 에디션 ‘섭머저블 카보테크™’를 출시했다.
 
새로운 고객 '여성'에 집중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고급 시계 시장은 최근 여성 고객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여성 소비자의 구매 비율이 매해 성장하고 있는 것에 발맞춰 시장을 확대하려는 시계업계의 전략적 접근이다. 올해 SIHH 역시 여성시계 라인을 새로 론칭하거나 기존 에디션을 더욱 여성스럽게 만드는 등 여성시계에 집중한 브랜드가 늘었다.  
까르띠에 베누아 알롱제 워치

까르띠에 베누아 알롱제 워치

까르띠에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시계 컬렉션인 '베누아' '산토스 드 까르띠에' '팬더 드 까르띠에' 등 브랜드의 상징이라 할만한 컬렉션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내놨다. 특히 브랜드 창립자 루이 까르띠에가 1910년대 전통적인 원형 시계에 싫증을 느껴 고안한 타원형 디자인의 여성시계 베누아 컬렉션은 올해 더 우아한 모습으로 재창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1958년 처음 출시됐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디자인한 로마 숫자 인덱스와 더 얇아진 손목밴드를 장착했다. 베누아는 '욕조'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시계 다이얼이 마치 유선형 욕조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독립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이다. 올해를 끝으로 SIHH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리차드 밀은 전례없이 귀엽고 여성스러운 시계들을 내놔 화제가 됐다. 10가지 종류의 스위츠와 과일에서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한 '봉봉 컬렉션'은 여성용이라는 설명은 없었지만 사용한 모티브나 색감을 비춰볼 때 여성 취향이 많이 반영된 디자인으로 보인다.   
리차드 밀 봉봉 컬렉션 마시멜로우

리차드 밀 봉봉 컬렉션 마시멜로우

피아제 포제션.

피아제 포제션.

피아제는 보석 시계의 대표적인 모델로 잘 알려진 '포제션 워치'를 4가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스트랩을 사용한 모델은 잘 익은 체리 빛깔을 주 색상으로 선택해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이 외에도 부티크 한정 제품으로 317개의 다이아몬드를 베젤에 세팅한 시계와 밀라노 공방에서 장인이 수작업으로 세공해 만든 두꺼운 팔찌 형태의 골드 메시 커프 워치 등 화려함으로 무장한 시계들로 눈길을 끌었다. 
 
자존심 건 기술력과 예술성 대결  
시계 브랜드들은 오랜 시간 고급 시계를 제조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예술의 경지에 이른 시계들을 선보여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SIHH에 참가한 에르메스는 기존에 시도된 적 없는 컨셉트와 기술을 적용한 시계로 주목받았다. ‘아소 레흐 드 라 룬’은 두 개의 달을 다이얼에 담아 남반구에서 보는 달과 북반구에서 보는 달의 표면을 각각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달의 기울기를 표시하는 문 페이즈는 보통 한쪽 달의 표면만을 보여줬었다. 다이얼 또한 천연 운석과 사금석을 사용해 밤하늘의 별을 표현했고, 이 위를 달이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 같은 모습을 구현해 냈다. 에르메스는 이를 위해 일본 탄젠트 스튜디오와 협업했다. 탄젠트의 설립자 히테키 요시모토는 동경대에서 항공 공학을 전공하고 런던 왕립 예술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운석을 사용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미티어라이트 다이얼.

운석을 사용한 피아제 알티플라노 미티어라이트 다이얼.

운석을 사용한 시계는 또 있다. 피아제의 '알티플라노 미티어라이트 다이얼' 시리즈다. 뜨거운 열과 강한 압력을 견디며 생긴 선 문양이 그대로 드러난 운석을 다이얼에 사용해 사람의 손과 기계로는 구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담았다. 
예거 르쿨트르는 마스터 울트라 씬 컬렉션을 재해석한 '마스터 울트라 씬 문 에나멜'을 공개했다. ‘메티에 라르(Métiers Rares®)’ 수공예 예술의 두 가지 기법인 기요세와 에나멜링을 사용해 예술적 가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이얼은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마치 빛이 뻗어 나가는 듯 정교한 기요세 기법으로 새겨진 방사형 선으로 가득 차 있다. 6시 방향엔 새롭게 디자인한 문 페이즈가 탑재돼 있다. 100개 한정으로 제작된다.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 문 에나벨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 문 에나벨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26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4년 동안 개발한 시계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를 공개했다. 수동으로 태엽을 감는 트윈 비트는 파워 리저브 기능을 65일까지 늘려 화제가 됐다. 기술의 핵심은 선택 가능한 진동수다. 5㎐, 1.2㎐ 중 진동수를 선택할 수 있어 시계를 차고 있지 않을 때엔 동력을 아낄 수 있게 해 파워리저브 시간을 늘렸다. 1년에 3~4개밖에 생산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시계로, SIHH 박람회 참가자들로부터 '기술력에 비하면 2억원대의 가격이 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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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