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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 만리…중국 60시간 관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종단하는 ‘열차 장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 담판장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전용 열차인 22량의 ‘1호 열차’는 24일 오후 1시쯤 톈진을 거쳐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을 지나갔다. 1호 열차는 베트남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광시(廣西)자치구를 향해 남하 중이다. 중국 내 소식통은 이날 밤 “전용 열차는 허난성 정저우(鄭州)로 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1호 열차는 23일 밤 9시18분쯤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는 중국의 단둥을 지났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베트남까지 다섯 시간 남짓의 비행기 대신 60시간이 걸리는 열차를 고집했다. 신속·편안 대신 ‘고난(?)의 열차 행군’을 택했다.
 

평양서 중국 가로질러 하노이로
트럼프 향해선 ‘중국 뒷배’ 과시
시진핑엔 ‘제재 풀라’ 무언의 시위
김일성도 열차 이용 베트남 방문

김 위원장은 27∼28일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 뒤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회담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중국 내 다른 소식통은 “중국 길 다니는데 인사하는 게 예의”라고 밝혀 양국 간에 귀국길 북·중 5차 정상회담에 대한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중국 내에선 김 위원장의 ‘열차 외교’를 놓고 세 가지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북아 정세에 정통한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중국 대륙을 동북에서 서남으로 사흘 가까이 누비며 내려오는 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먼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엔 중국이란 튼튼한 뒷배가 있음을 각인하는 효과다. 이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 요구를 호락호락 들어주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다.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북한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듯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압박술까지 자락을 깐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상응조치를 촉구하며 ‘새로운 길’을 거론했다. ‘새로운 길’은 더는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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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이번 김 위원장의 해외 방문에는 노동당 간부부장인 김평해 부위원장과 경제부장인 오수용 부위원장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평해는 행정을 맡고 오수용은 경제를 담당하는 만큼 이들을 직접 데리고 가서 변경 무역과 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 등을 둘러보게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중국·베트남 국경 시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광시자치구에서 베트남 랑선성으로 직접 열차를 타고 넘어가며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벌어지는 교류 및 무역의 현장을 직접 챙겨볼 것으로 봤다.  
 
김여정·김영철·최선희 동행 … 북 언론, 이설주는 거론 안 해 
 
61년 전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하노이를 방문하기 위해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비행기를 탔다. 김 위원장이 그저 ‘김일성 따라하기’를 하려 한다면 광저우까지만 열차를 이용하면 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α’를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베트남 변경무역의 실상을 현지에서 챙김으로써 장차 크게 열리게 될 북·중 변경무역의 방향과 관련해 교훈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열차 장정의 세 번째 메시지는 시 주석으로도 향하고 있다. “60시간의 중국 내 열차 이동이 시진핑 주석을 향한 60시간의 북한 존재 과시”란 측면이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관련해선 미국에서 속 시원한 대답을 끌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재를 풀려면 북한이 대담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북한 스스로 이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가 완전 정상화되면 한국이나 미국의 도움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만큼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중국 내 시각이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만 활성화해도 북한 경제는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의 한편에선 북·중 관계 개선에 전력을 쏟았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월 사이에 무려 네 번이나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다. 북한은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전략적 소통’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김 위원장을 돕기 위해 평양의 핵심 참모들이 대거 수행했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수행단엔 대미 협상의 얼굴이 된 김영철 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국제 담당인 이수용 당 부위원장(국제부장), 외교 책임자인 이용호 외무상과 함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포함됐다. 국방 책임자인 노광철 인민무력상도 1호 열차에 올랐다. 그간 협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포함돼 현장에 복귀했다. 단 북한 매체 발표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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