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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감독 95세로 별세...브로드웨이 춤꾼 출신

2004년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배우 소피아 로렌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스탠리 도넌 감독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소피아 로렌은 스탠리 도넌 감독의 스릴러 영화 '아라베스크'(1966)에서 그레고리 펙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바 있다. [AP=연합뉴스]

2004년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배우 소피아 로렌이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스탠리 도넌 감독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소피아 로렌은 스탠리 도넌 감독의 스릴러 영화 '아라베스크'(1966)에서 그레고리 펙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바 있다. [AP=연합뉴스]

 '사랑은 비를 타고'로 이름난 영화감독 스탠리 도넌이 미국 뉴욕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5세. 미국식으로는 생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94세다. 
 1952년 개봉한 '사랑은 비를 타고'(원제 Singin' In The Rain)는 그의 대표작이자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유성영화가 새로 등장해 할리우드 판도를 바꿔놓은 시기를 배경으로 스타의 로맨스와 새로운 스타의 부상을 유쾌하게 그렸다. 세 배우가 빗속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남았다.     
 이 영화를 공동연출한 주연배우 진 켈리만 아니라 스탠리 도넌 감독 역시 브로드웨이 댄서 출신이다. 1924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영화에 흠뻑 빠졌고 당대 이미 뮤지컬 스타였던 프레드 아스테어를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브로드웨이에서 댄서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다가 1940년대초 할리우드 영화사 MGM의 뮤지컬 영화 오디션에 뽑혀 할리우드 이력을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거쳐 25세에 감독 데뷔 
 감독 데뷔작은 1949년 '춤추는 대뉴욕'(원제 On The Town). 이 영화 역시 그보다 열두 살 손위의 주연배우 진 켈리와 공동연출한 작품이다. 진 켈리, 프랭크 시내트라 등 세 남자가 뉴욕에서 하루 휴가를 보내게 된 해군 역할로 주연을 맡았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첫 단독 연출작 '로열 웨딩'으로도 성공적인 감독 이력을 펼쳐 나갔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 앞서 1951년 개봉한 '로열 웨딩'은 프레드 아스테어가 영국 여왕의 결혼식에서 공연하는 미국 댄서로 주연을 맡은 작품. 또 1954년 개봉한 서부극 뮤지컬 '7인의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는 흥행성공과 더불어 당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할리우드 황금기 레전드급 스타들과 호흡 
 그는 할리우드 황금기에 활동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기법을 답습하는 대신 영화적인 표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함께 일한 배우들의 리스트로 화려하다. '화니 페이스'(Funny Face, 1957)는 프레드 아스테어가 패션 사진작가로, 오드리 헵번이 서점에서 일하다 모델로 발탁된 지적인 여성으로 등장하는 로맨스 영화로, 당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 
스탠리 도넌 감독이 1998년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을 때의 모습. [AP=연합뉴스]

스탠리 도넌 감독이 1998년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받았을 때의 모습. [AP=연합뉴스]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영화는 점차 쇠퇴기를 겪게 되지만 그는 코미디,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케리 그랜트와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샤레이드'는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스릴러 영화로,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마지막 극장용 영화는 휴가지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소동극 '리오의 연정(Blame It On Rio,1984)' 마이클 케인과 젊은 시절의 데미 무어가 모녀 관계로 나오는 영화다. 이후 199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빨간 구두', 1999년 TV용 영화 '러브 레터즈' 등을 연출했다. 
스탠리 도넌 감독이 2004년 베니스 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았을 때의 모습. [EPA=연합뉴스]

스탠리 도넌 감독이 2004년 베니스 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았을 때의 모습. [EPA=연합뉴스]

 평생 아카데미 감독상은 후보에도 한 번 오르지 못한 대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98년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아카데미는 그의 작품들이 "우아함과 위트, 시각적인 혁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2004년 베니스영화제에서도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다섯 번 결혼 '먹고 마시고 다시 결혼하라' 
 스탠리 도넌은 다섯 번 결혼했다가 다섯 번 모두 이혼했다. 첫번째 부인은 댄서 겸 안무가였고 다른 이들은 배우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때 그의 집 거실에는 '먹고, 마시고, 다시 결혼하라(Eat, drink and remarry)'라고 자수로 수놓아진 쿠션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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