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은퇴 후 아쉬워지는 용돈…딴 주머니 필요한 이유 세가지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37)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딴 주머니'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딴 주머니'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대표님, 우리 같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테크가 무엇인지 아세요?”
 
외국계 기업 CEO 출신 등 사장님 소리를 들었지만, 창업자이거나 오너가 아니고 직장인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다루는 법’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다. 
 
다른 참석자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분이 웃으면서 던지는 질문에 좀 당황스러웠다. 2시간 가까이 열심히 떠들었는데,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지켜보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다른 참석자들도 들어보라면서 던진 이야기는 ‘딴 주머니’의 필요성이었다.
 
용돈 줄 때 잔소리 늘어놓는 아내
3개월 전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스토리는 이런 내용이다. 현역으로 있을 때 연봉이 적지 않아 여유가 있었고, 식사나 술자리에서는 법인카드를 멋지게 그어가면서 살았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니 수입도, 법인카드도 없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거였다. 그동안 돈 관리를 아내에게 맡기고 일만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아내가 모든 통장을 손에 쥐고 있어 돈 흐름이 철저하게 노출돼 있었다.
 
“친구들 만나러 가거나, 경조사 있을 때마다 아내에게 용돈을 받는데 단 한 번도 그냥 흔쾌히 주는 법이 없어요. 다 내가 번 돈인데.” 이 이야기는 아내에 대한 서운함과 약간의 분노와 웃음이 교차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충고로 마무리됐다. “딴 주머니를 준비해야 돼. 안 그러면 은퇴하고 정말 힘들어.”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충고. “대표님, 강의할 때 이런 내용 좀 넣어야 돼요.”
 
딴 주머니는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준비에 관한 책이나 자료를 보면 여성도 자신만을 위한 별도의 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젊은 세대와 달리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여성은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기간이 짧아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같은 연금자산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도 딴 주머니를 가지라는 주장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모든 자산을 남성이 통제하고, 국민연금·퇴직연금 등 대부분의 은퇴자산이 남성의 명의로 돼 있다면 여성은 반드시 자신만을 위한 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딴 주머니는 여유, 기쁨, 안심을 준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줄여주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자율성을 만들어 준다.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나고 마음이 든든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중앙포토]

딴 주머니는 여유, 기쁨, 안심을 준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줄여주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자율성을 만들어 준다.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나고 마음이 든든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중앙포토]

 
사실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나, 은퇴 전이나 후나 딴 주머니는 아주 중요하다. 딴 주머니의 좋은 점을 생각해 보자.
 
첫째, 딴 주머니가 있으면 돈 쓸 일이 생겼을 때 배우자와 겪게 되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모든 부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은 종종 갈등의 이유가 되곤 한다. 때로는 지출하는 돈의 양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때로는 지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태도도 달라 서로 부딪히곤 한다.
 
특히 부부가 각자의 집안일에 돈을 쓸 때 “그렇게까지 써야 돼? 좀 줄이면 안 돼?”라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압력이고 압력이 세지면 가끔 터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딴 주머니가 있으면 터질 것 같은 상황을 살짝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둘째, 딴 주머니를 차는 것은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선물해주는 기쁨이 있다. 그것만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되고 행복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딴 주머니로 방해받지 않고 내 맘대로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좀 과해 보이는 취미활동,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하는 자신만의 취향, 꼭 하고 싶은 부모님 선물 등 인간은 누구나 ‘자율적’으로 돈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하다. 그 자율성은 돈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가고 싶은 곳에 가는 여행도,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쇼핑도, 돕고 싶은 곳을 돕는 선행도 모두 돈과 연결된다. 딴 주머니는 이런 자율성을 충족시켜주고, 행복을 키워준다.
 
셋째, 잘 운용한 딴 주머니는 훌륭한 은퇴 자산, 안심 자산이 된다.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되고 행복해지는 무언가가 있으면 잘 관리하고 키우고 싶어진다. 다른 적금이나 펀드는 쉽게 깨더라도 이건 꼭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강력한 책임의식이 작동한다. 물론 딴 주머니가 가정의 중심자산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오랫동안 이런 마음으로 키우다 보면 딴 주머니는 생각보다 큰돈이 되기도 한다.
 
젊을 때부터 조금식 딴 주머니 펀드에 투자한다면, 살면서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중간에 필요해서 빼서 쓴다고 해도 꽤나 큰 돈이 모인다. [사진 pixabay]

젊을 때부터 조금식 딴 주머니 펀드에 투자한다면, 살면서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중간에 필요해서 빼서 쓴다고 해도 꽤나 큰 돈이 모인다. [사진 pixabay]

 
30대부터 매월 10만원씩 딴 주머니 펀드에 투자한다면 30년 동안 1억원이 넘는 돈이 될 수 있다. 중간중간 필요할 때마다 빼 쓴다고 해도 지속해서 관리한 딴 주머니는 생각보다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 딴 주머니를 부부가 각자 가지고 있다면 그 돈은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되고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딴 주머니용 금융상품은 펀드가 적당
어떤 삶을 살아왔든 어떻게 살아가든 부부가 서로 모르고 또는 알아도 묵인해주는 딴 주머니는 필요하다. 부부가 함께 돈 관리를 하면서도 서로 ‘딴 주머니 가지기’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각자가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따로 관리하면 중복지출이나 과소비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다만 서로 건드리지 않고, 각자 마음대로 지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영역이 필요하다.
 
딴 주머니용 금융상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노후만을 생각해 연금펀드나 연금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딴 주머니가 주는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권하는 것은 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다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펀드와 장기적으로 운용할 펀드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렇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늘 ‘딴 주머니 펀드’를 만들어 보자.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