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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됨됨이가 제일 중요"…만신 김금화 별세

23일 노환으로 별세한 만신 김금화. [중앙포토]

23일 노환으로 별세한 만신 김금화. [중앙포토]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인 ‘대한민국 대표무당’ 김금화씨가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8세. 2014년 개봉한 영화 ‘만신’(감독 박찬경)의 실제 주인공이다.  
1931년 황해도 연백의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 때 외할머니이자 만신(萬神ㆍ여자 무당)인 김천일씨에게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됐다. 열네살에 결혼했다가 혹독한 시집살이를 피해 친정으로 도망 나온 직후였다. 고인은 19세에 대동굿을 주재할 만큼 뛰어났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한 고인은 인천과 경기도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1965년 서울로 활동지를 옮겼다. 1972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해 ‘해주장군굿놀이’로 개인 연기상을 받으며 민속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날카로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며 어장의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 풍어제’로 유명했다. 새마을 운동 당시 ‘미신 타파’ 분위기에 밀려 멸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문화사절단으로 미국 공연을 한 뒤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다. 고인은 2011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여기까지 와서 우리 무속문화를 제대로 선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공해야 한다’는 일편단심뿐이었다. 죽기살기로 작두를 탔더니 박수가 막 터지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고 아주 난리가 났다”며 미국 공연 당시를 회상했다.
고인의 우리 굿 전승 활동이 결실을 맺어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로 인정된 것은 1985년이다.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은 황해도 해주와 옹진, 연평도 지방에서 해마다 행해진 굿으로, 굿의 신비스러움과 연희적 요소가 잘 조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 배연신굿은 바다에 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굿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대동굿은 마을 전체를 다니며 마을 사람들 모두의 이익을 빌고 단결을 다지는 지역 축제 성격을 띤다.
생전 굿을 주재하는 만신 김금화. [사진 문화재청]

생전 굿을 주재하는 만신 김금화. [사진 문화재청]

고인의 전승 활동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1996년엔 무가집을 발행했고, 2004년 백두산 천지 대동굿,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진혼제, 2014년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 등을 주재했다. 또 2005년 인천 강화도에 무속시설 ‘금화당’을 열어 후진 양성과 무속문화 전수에 힘썼다. 고인은 국립무형유산원이 2017년 펴낸 구술록에서 “무당은 됨됨이가 제일 중요하다. 남의 덕을 잘 빌어주려면 내가 먼저 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조황훈(자영업)씨가 있다. 조카 김혜경씨는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이수자다. 빈소는 인천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 발인은 25일 오전 6시40분,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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