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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늘아 이혼하면 상가는 안준다" 계약서 쓰는 부자들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자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이혼을 염두하고 증여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이혼계약서'를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자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이혼을 염두하고 증여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이혼계약서'를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드라마(KBS2 '같이 살래요')의 한 장면이다. 재벌 2세와 결혼한 여성이 이혼을 결심한다. 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놀란 아버지는 사위의 회사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딸의 시누이와 마주친다. 딸의 시누이는 "회사에 찾아오지 않기로 한 각서를 잊었느냐”며 화를 낸다. 그러면서 "계약서를 보면 한 푼도 안 줘도 되지만 위자료는 챙겨주겠다"고 생색을 낸다.
 
 
이번엔 실제 상황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에 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70대 이모씨는 법무법인을 찾아 '이혼계약서' 문제를 상담했다. 40대 초반의 아들이 20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해서다.
 
 
예비 며느리가 탐탁지 않았던 이씨는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혹시라도 둘이 이혼하게 되면 이씨가 아들에게 준 20억원 상당의 상가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이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결혼 전 계약서에 이런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혼계약서가 서울 강남 등지의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 이혼계약서는 결혼을 앞둔 자녀가 나중에 혹시라도 이혼할 경우에 대비해 재산분할 조건 등을 정해두는 서류다. 자녀 결혼 전 상담을 위해 변호사나 금융회사의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곽종규 KB국민은행 변호사(WM투자자문부)는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 부동산을 포함해 상당한 재산을 넘겨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혼 후에는 이런 재산이 사위나 며느리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혼계약서를 써두길 원한다”며 "자녀의 이혼 후 재산 다툼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재산을 물려줄 때 효도를 조건으로 하는 효도계약서가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이혼계약서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이혼 건수는 9만9800건으로 1년 전보다 2.7% 늘었다. 이혼 건수가 감소세를 보인 2014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혼계약서는 부부 각자가 결혼 전 소유한 재산에 대한 이혼 후 소유권과 관리 주체를 구분하는 내용이다. 혼인신고 전에 써야하기 때문에 '혼전계약서'라고도 부른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하면 300만~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계약서를 쓴다고 무조건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방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이 달라진다”며 “이혼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제한적이지만 만일 재산 다툼이 생기면 유리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결혼 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부부의 공유재산이 아닌 부부 중 한쪽의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인철 변호사(법무법인 리 대표)는 “한국 법원은 아직 이혼계약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추세는 이혼할 때 계약서를 근거로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라며 "한국 법원도 점차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이 말하는 이혼계약서의 핵심은 부부의 재산 목록이다. 결혼 전 부부 각자의 재산은 물론 급여 등도 구체적으로 적는 경우가 많다. 빚이 있다면 어느 은행에서 어떤 용도로 빌렸는지 등도 정확하게 적는 게 이혼 후 재산 다툼을 줄일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다만 급여나 퇴직금 등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간주해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일단 계약서를 쓰면 사기나 강요 등을 제외하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내용을 바꾸기 어렵다"며 "한쪽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성되면 계약서의 법적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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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