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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명품은 1억"···요즘 나무도둑, 키워서 훔친다

정모(51)씨 일당이 훔치려 했던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강원도 고성 소나무. [사진 고성경찰서]

정모(51)씨 일당이 훔치려 했던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강원도 고성 소나무. [사진 고성경찰서]

 
지난해 12월 8일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어천리의 한 야산. 해가 뜨기 전 어두컴컴한 오전 6시쯤 정모(51·경북 문경시)씨 등 남성 14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손에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있었다. 
 
남성들은 조를 나눠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쳤다. 이들이 땅을 파는 곳엔 용트림 형상으로 구부러져 옆으로 뻗은 소나무 등 두 그루의 명품 소나무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질 때쯤 작업을 마친 정씨 일당은 유유히 산에서 내려왔다. 
 
다음날 오전 6시쯤 다시 산을 찾은 정씨 일당은 바닥이 아크릴로 된 일명 ‘나무 썰매’에 명품 소나무 2그루를 올려놨다. 앞에선 톱을 든 남성들이 참나무를 베며 폭 3m의 길을 만들었다. 길이 나자 이들은 전기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줄을 당기는 장비로 나무를 서서히 이동시켰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에선 나무가 쓰러질까 봐 수동 도르래를 썼다.
 
300m가량 내려왔을 때쯤 등산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보이자 정씨 등은 재빨리 달아났다. 당시 현장은 나무 78그루가 벌채되는 등 산림 180㎡가 훼손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소나무는 수령이 250~300년 이상 된 나무로 그루당 5000만~7000만원이 넘는 조경용 소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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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추적 끝에 정씨를 경북 문경시에서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 일당은 지난해 11월에도 범행 장소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소나무 3그루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조경용 소나무 5그루(시가 2억 2000만원)를 훔친 혐의로 정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1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중에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불법체류자 3명도 있었다. 이들은 곧바로 강제 출국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사전에 범행 장소를 물색한 뒤 산주에게 접근해 캠핑장 등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계약금을 지급하고 몰래 명품 소나무만 골라 굴취했다.
 
고성경찰서 김준택 형사팀장은 “범행 장소 물색부터 산주와의 계약, 소나무 이동 방법까지 기획 절도단이 나무를 훔치는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예전엔 사람이 없는 밤에 몰래 나무를 밀고 당기면서 어렵게 내려왔는데 요즘은 전기모터를 활용하는 등 기계로 쉽게 나무를 이동시킨다”고 말했다.  
정씨 일당이 소나무를 옮기기 위해 활용한 나무썰매. 바닥엔 아크릴이 깔려있다. [사진 고성경찰서]

정씨 일당이 소나무를 옮기기 위해 활용한 나무썰매. 바닥엔 아크릴이 깔려있다. [사진 고성경찰서]

  
고성지역은 기획 절도단이 노리는 주요 대상 중 한 곳이다. 바람이 세고 산세가 험해 조경용으로 인기가 많은 굴곡진 형태의 소나무가 대거 자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말 붙잡힌 이모(당시 40세)씨는 고성군 야산 등에서 소나무 18그루를 훔쳤다. 경찰은 이씨가 훔친 소나무 18그루의 가격이 3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씨는 소나무를 찾아낸 뒤 1년 넘게 영양제를 주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상품 가치를 높였다.

 
10년 넘게 고성에서 조경업체를 운영해 온 A씨(52)는 “기획 절도단이 고성지역 나무를 노리는 건 지역 특성상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다 보니 타지역 나무보다 탄성이 좋기 때문”이라며 “접어도 잘 부러지지 않으니 이동할 때도 편하고 어디에 갖다 놓아도 잘 어울린다. 비싼 건 1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나무가 한 그루에 수천만원에서 비싼 건 1억원이 넘다 보니 이씨처럼 소나무를 훔치기 위해 1~2년간 영양제를 주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 철저히 관리한 뒤 절도를 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정씨 일당이 소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사용한 전기모터와 배터리. [사진 고성경찰서]

정씨 일당이 소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사용한 전기모터와 배터리. [사진 고성경찰서]

  
2014년 봄에 붙잡힌 김모(당시 51세)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2011년 말 울산시 울주군 야산에서 용머리 모양 소나무를 발견한 뒤 기획 절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해당 소나무에 영양제까지 줘 가며 2년 동안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리곤 2013년 말 소나무를 캔 뒤 3000만원에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당시 장물업자는 이 나무를 7000만원에 팔려고 조경업자들과 접촉했다가 울산남부경찰서에 검거됐다.  
 
소나무 기획 절도단은 훔친 소나무 대부분을 가식장으로 옮겨놓는다. 고성에서 소나무를 훔친 정씨 역시 3그루를 대구의 한 가식장에 옮겨 심었다. 가식장은 나무를 임시로 심어놓고 관리하는 곳이다. 
 
기획절도단이 나무를 가식장으로 옮겨 심는 이유는 이렇다. 나무를 옮기려면 어쩔 수 없이 뿌리와 가지를 잘라야 한다. 뿌리에서 빨아당기는 수분보다 가지에서 증발하는 수분이 많을 경우 나무가 말라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물업자가 조경업자들에게 70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놓았던 용머리 모양 소나무. [사진 울산남부경찰서]

장물업자가 조경업자들에게 70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놓았던 용머리 모양 소나무. [사진 울산남부경찰서]

  
이런 이유로 굴취 된 나무는 가식장으로 옮겨져 수세(나무의 세력)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잘려나갔던 잔뿌리가 다시 생겨 수분과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는 데까지는 통상 2~3년이 걸린다. 
 
이 기간 수액 주사 등 영양 공급은 물론 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형을 잡는 작업(가지를 유인해서 모양을 만드는 작업)도 한다. 통상 이런 관리를 받는 데는 1그루당 1년에 1000만원가량이 든다. 이 기간 소나무를 조경수로 쓸 주인도 찾는다. 명품 소나무는 주로 정원에 돈을 많이 쓰는 이들에게 팔린다.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윤영조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관리 된 특수목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소나무의 수령과 나무의 형태, 관리 기간 여부에 따라 보통 4000만~5000만원이 일반적이고 비싼 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소나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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