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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세계 일부" 화웨이 1인자의 변심, 화 더 키웠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 겸 회장. [AP=연합뉴스]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 겸 회장. [AP=연합뉴스]

 
“미국은 우릴 무너뜨릴 방법이 없다. 미국은 오직 세계의 일부만 대표할 뿐이다. 서쪽의 빛이 꺼져도 동쪽은 여전히 빛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런정페이(任正非) 중국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은 이처럼 강조했다.
 
영국·호주 등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아들이는 듯했던 서구 국가들이 입장을 바꾸려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보이콧’ 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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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친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이후인 지난달 “트럼프는 위대한 대통령”이라며 서구 사회를 향해 한껏 자세를 낮췄던 기존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한 달 만에 ‘화웨이 1인자’의 대외 전략에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기업의 대외 소통은 때론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특히나 화웨이 사태처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나오는 최고 경영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런 회장을 비롯한 화웨이 고위층의 대외 소통 관계는 어땠을까. 전직 화웨이 임원과 관련 업계 컨설턴트들의 평가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윌리엄 코헨 전 미 국방장관이 창립한 코헨 그룹은 화웨이의 대외 소통 역할을 책임졌다.

윌리엄 코헨 전 미 국방장관이 창립한 코헨 그룹은 화웨이의 대외 소통 역할을 책임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윌리엄 플러머 전 화웨이 부사장(미 정부 상대 대관 담당)과 전·현직 화웨이 관계자들은 “중국 임원 중심의 고집불통 태도가 화웨이의 대외 소통 및 이미지를 망쳤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외국인 임직원과 전문 대외기관을 불신하고, 이들의 경영 전략 조언 역시 끊임없이 무시했다”는 전언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990년부터 화웨이는 대외 소통 기능을 부쩍 강화시켰다. 지난 2010년엔 윌리엄 플러머 노키아 북미지사 부사장 등을 영입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1997~2001년)이던 윌리엄 코헨이 설립한 코헨 그룹(대관 컨설팅기관), IBM(미국 IT·컨설팅업체), 에델만(PR컨설팅업체)과 계약하는 등 초호화 수준의 대외 협력 군단을 꾸렸다.
 
미국 정부와 소통 역할을 했던 윌리엄 플러머 전 화웨이 부사장. [플러머 링크드인]

미국 정부와 소통 역할을 했던 윌리엄 플러머 전 화웨이 부사장. [플러머 링크드인]

 
약 8년 간 화웨이에 근무했던 플러머 부사장은 “정작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우린 무시당했다”고 FT에 털어놨다. 미 외교관 출신인 그는 지난해 미 정계를 대상으로 “화웨이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아니다”라고 설득했지만 ‘성과’를 못 내 끝내 사직한 인물이다. 
 
그는 “내가 근무할 당시 화웨이 고위층은 외국인 임직원에게 불신을 보였다. 우린 더 나은 대외 대응 방식을 제안하곤 했지만, 오히려 주기적으로 비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해 12월 멍 CFO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 역시 “과거 수 차례 올렸던 자신의 ‘경고성 보고’를 화웨이 고위층이 무시한 결과”라고 플러머 부사장은 전했다.
 
런 회장 관련 일화도 있다. 런 회장은 평소 임원들에게 국내외 기업 홍보 방식과 관련해 ‘이중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FT는 전했다. 신문은 지난 2014년 런 회장이 내부 회의 중 임원들에게 한 발언을 소개했다.
 
“대외 관계의 핵심은 진실이다. 따라서 우린 항상 진실을 전해야 한다. 중국 내에선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을 강력 지지한다’고 해라. 하지만 해외에선 화웨이가 국제 여론을 언제나 따른다고 강조해라.” (※이와 관련해 화웨이 측은 “런 회장의 발언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오른쪽)가 최근 경호원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보호관찰소에 도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멍 부회장은 1000만 캐나다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 허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오른쪽)가 최근 경호원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의 한 보호관찰소에 도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멍 부회장은 1000만 캐나다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 허가를 받았다. [AP=연합뉴스]

 
또는 화웨이가 ‘대미 관계 협력사’인 코헨 그룹의 조언을 무시한 채 사업 방향을 고집하다 낭패를 본 적도 있다. FT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화웨이는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 넥스텔’의 통신 장비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초기 코헨 그룹은 “미국 내 보안 우려를 불식시키자”며 ‘제3자’를 걸친 설비 납품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자사가 구축한 체계를 고집한 끝에 계약이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코헨 그룹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신뢰를 구축할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대미 소통에 미흡했던 화웨이는 추후 전방위로 퍼진 ‘보안 우려’ 사태에 직면해 또 다시 고전한다는 것이 전현직 화웨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은 “우린 진실이 스스로 말하게끔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을 연결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 역시 세상에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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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