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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감찰 갔더니 블랙리스트를 줬다”…김태우가 밝힌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발단

지난해 말 환경부가 작성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이 공개되며 촉발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환경부와 환경공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김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와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강제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 보고용으로 작성된 전(前) 정부 임명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문건을 확보했다(중앙일보 2019년 2월 18일자 16면). 또 이 문건이 김 전 장관을 넘어 청와대 인사수석실까지 보고된 사실을 포착하고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확인 중이다.
 
"'산하기관 별일 없냐' 말에 사퇴 동향 문건 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해 1월 18일 환경부로부터 해당 문건을 직접 건네받은 사람도 바로 김 전 수사관이었다. 문건 공개 당시 김 전 수사관은 입수 배경에 대해 중앙일보에 이런 설명을 내놨다.
 
"전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감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에 장관 감찰과 관련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둔 게 있었어요. 그걸 받으러 갔던 건데 제가 '산하기관은 별일 없느냐'고 툭 던졌더니 감사관실 직원이 바로 '사퇴 동향' 문건을 가져다줬습니다."
 
당시 환경부 직원이 건넨 문건은 A4용지 4장 분량으로 각각 1번, 2번, 3번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김 전 수사관은 "필요했던 건 1번 뿐이었다"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건을 줘 놀랐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의 2번 항목은 환경부 출신 퇴직 공무원의 지방선거 출마 예정 상황을 담았고 3번 항목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제목이 달린,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한 바로 그 문서였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자유한국당 제공]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김용남 전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 [자유한국당 제공]

해당 문건엔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현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또 일부 임원에 대해선 '반발' 등의 반응까지 담겨 있어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졌다. 파장이 커지자 환경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오락가락하는 해명이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자유한국당과 김 전 수사관의 문건 공개에 환경부는 최초 대응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김 전 수사관의 요청을 받고 감사관실에서 해당 문건을 작성해 전달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작성한 적이 없다"는 해명은 실수였다는 말도 함께 내놨다. 그런데 이에 대해 김 전 수사관이 "자료를 요청한 적 없다"고 반박하자 환경부는 "임원진 사퇴 진행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 사항이라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조사해 제공했다"고 또 한 번 입장을 수정했다.
 
 "사표 제출 의향 묻는 것, 명백한 사퇴 강요"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 작성 경위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제공]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 작성 경위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제공]

당시 환경부는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해명을 위해 국회에 경위서를 제출했다. 중앙일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을 통해 입수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사퇴 동향 문건” 작성 경위 보고'란 제목의 경위서엔 사퇴 동향 문건을 환경부 감사관실 박모 서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적혀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경위서를 들고 국회에 찾아와 해명에 나선 사람 역시 해당 문건을 작성한 박 서기관이었다. 박 서기관은 해당 문건에 산하기관 임원의 '사표 제출 여부'가 적혀 있는 데 대해 "사퇴시킬 임원명단을 작성한 내용이 아니라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표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사유 등 일반적 사실을 기술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또 김 의원실에 "환경공단 상임감사와 경영기획본부장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은 당시 환경공단 내에서 직원 간에 회자되고 있던 소문을 기술한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 가운데 김 의원은 '사표를 제출했거나 사표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사유 등을 기술했다'는 환경부의 해명이 역설적으로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사표 압박이 있었던 증거라고 의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사표 제출 의향을 묻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겐 압박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사표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사유'를 물었다면 이것은 명백한 사퇴 강요"라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 작성 경위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제공]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하기관 임원 사퇴동향 문건' 작성 경위서.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 제공]

사퇴 동향 문건에 등장하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중 한 명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 임원은 "인사 담당 부처에서 사표를 낼지 말지 물어봤다"며 "정권이 바뀌고 난 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대답했는데 나중에 공개된 문건을 보니 '사표 제출'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최종 지시권자 찾는 검찰…"靑 개입 확인 중"
자유한국당의 고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28일 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동부지검은 이틀 뒤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며 발 빠른 대응을 예고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3일 해당 문건의 입수자이자 폭로자인 김 전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첫 소환 조사를 벌였다. 1월 14일엔 환경부 차관실과 감사관실, 운영지원과 등과 한국환경공단 등을 압수수색해 전(前) 정부 임명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표적 감사'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당시 검찰이 환경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엔 임기를 남기고 사퇴를 거부했던 김현민 전 환경공단 상임감사와 강만옥 전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에 대해 '철저히 조사 후 사퇴 거부 시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김은경 전 장관의 개입 여부가 의혹의 쟁점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환경부는 줄곧 "장·차관까지 보고되진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최근 검찰은 '표적 감사' 관련 문건들이 김 전 장관을 넘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환경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의 작성과 실행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김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한 뒤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환경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김 전 장관을 출국 금지했다.
 
靑 "블랙리스트 아닌 체크리스트" vs 野 "특검 수사해야"
의혹이 청와대로 번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장관은 '국정철학'의 실현을 위해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리·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이어 "환경부의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며, 산하 공공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체크리스트"라며 "특히 산하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 만큼 부처와 청와대의 협의는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절차"라고 해명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블랙리스트' 작성이 환경부뿐 아니라 전 정부부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필요할 경우 특검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일 뿐, 나름의 컨트롤 타워를 통해 모든 부처에서 이런 일이 자행된 것으로 본다"며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 근무 시절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지시로 특감반원들이 전국 330개 공공 기관장 및 감사들의 재직 여부와 임기 등이 적힌 리스트를 엑셀 파일로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의혹 역시 자유한국당의 수사의뢰로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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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