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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터 시즌 성폭력 예방 교육 한다지만…현실은 '갑분싸'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하거나 졸고 있어요. 완전히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 상황)’죠.”
 
지난 18일 오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열린 성폭력 예방 교육을 들은 김모(19)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전에 열린 이 교육에 참석한 김씨는 "성폭력 예방 교육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며 "참여자들의 집중을 유도하지 않는 형식적인 교육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여성가족부가 각 대학에 권고한 ‘신입생 OT 운영지침’에 포함된 안내서. [여성가족부 제공]

지난 13일 여성가족부가 각 대학에 권고한 ‘신입생 OT 운영지침’에 포함된 안내서. [여성가족부 제공]

 
7일 진행된 고려대 ‘새내기 미리배움터’에는 신입생 중 900여 명이 참여했다. 미리배움터는 학생회가 주최하는 '새터(새내기 배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가 열리기 전 학교가 실시하는 행사다.
 
미리배움터 프로그램들 중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은 20~30분이었다. 하지만 900명이 큰 강당에 모여 한꺼번에 강의를 듣다 보니 분위기가 어수선해 집중이 잘 안 됐다는 학생들의 평가가 나왔다. 직접 교육을 들은 신입생 한정선(19)씨는 교육 내용에 대해 “학교가 성평등을 강조한다는 것은 느꼈지만, 구체적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가 새터 시즌과 함께 실시되는 신입생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에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방적인 내용 전달 위주의 대규모 강의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없는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일 열린 고려대 '새내기 미리배움터' 무대와 객석. 이 자리엔 성폭력 예방교육도 포함됐다. [사진 독자 제공]

7일 열린 고려대 '새내기 미리배움터' 무대와 객석. 이 자리엔 성폭력 예방교육도 포함됐다. [사진 독자 제공]

 
동국대 신입생 박모(19)씨도 “성폭력 관련 신고센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무도 받아적거나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며 "그냥 듣고 흘리는 교육에 그치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내용에 대해서도 “모두가 뻔히 아는 형식적인 걸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대학 측도 교육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대학의 인권센터(대학 소속기관) 관계자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면 절반은 자고, 절반은 지각한다"며 “현재까지는 입학식과 단과대 오리엔테이션, 새터 당일 등 여러 번의 교육을 통해 그물망을 촘촘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교육으로라도 기억해주면 고맙다”며 "학생들이 성폭력 예방 교육과 성교육을 헷갈리기도 한다"고 현실을 털어놨다.
 
고려대 성평등상담실 관계자도 “하루아침에 교육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20살이 넘어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라’고 교육하면 효과가 있겠는가. 일상에서 조금씩 자주 접해야 교육 효과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 하고 넘어가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과 대학 내부의 자성에 따라 최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각 대학에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 운영지침’을 권했다. 여기엔 성희롱ㆍ성폭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그림으로 풀어낸 내용을 담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학생들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학생 맞춤형 콘텐트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생 주도의 또래 교육을 통해 즐거움ㆍ재미를 주는 놀이식 강의가 신속히 갖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ㆍ김다영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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