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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도 등 돌린 'IS의 아내들'···美도 유럽도 "입국 불허"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이슬람국가(IS) 잔당을 몰아내는 군사작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곳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트럭에 실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시리아 동부 바구즈에서 이슬람국가(IS) 잔당을 몰아내는 군사작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곳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트럭에 실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소장이 접수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소를 제기한 이는 앨라배마주에 사는 아흐메드 알리 무타나. 자신의 딸이자 19살 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던 호다 무타나(24)와 18개월짜리 손주의 미국 입국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이다. 무타나 측 변호인은 호다가 적법한 미국 여권 소지자로서 자신의 죄값을 치를 각오가 돼있으니 귀국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다.  
 
호다 무타나는 미국 출신의 가장 악명 높은 IS 선전요원이었다. 그는 대학생이던 2014년 11월 앨라배마를 떠나 터키를 거쳐 시리아 라카(IS의 상징적 수도)에 정착했다. IS 조직원인 남편이 전사하면서 총 세차례 결혼했고, 두번째 결혼에서 아들을 얻었다. IS 패퇴 후 두 달쯤 전 최후 근거지에서 탈출하다가 체포됐고 현재 아들과 함께 시리아 난민 캠프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수용소 인터뷰에서 무타나는 “나는 정말 어렸고 무지했다”며 “미국이 두 번째 기회를 줄 것으로 믿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 성명을 통해 "호다 무타나는 미국 시민이 아니다"면서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타나가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아버지의 신분(당시 예멘 외교관) 때문에 자동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무타나의 귀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슬람국가(IS) 무리에 합류했다가 미국 귀국을 허용해달라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호다 무타나. [AP=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무리에 합류했다가 미국 귀국을 허용해달라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호다 무타나. [AP=연합뉴스]

 
호다 무타나는 IS 잔당의 근거지 함락이 다가오면서 골칫거리로 떠오른 ‘외국인 출신 IS 전사 아내들’ 중 한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10대 때 IS의 반체제 캠페인에 동조해서 불법으로 시리아에 입국해 테러리스트 무리에 가담했다. 현지 출신 혹은 외국인 출신 IS 전사들과 결혼해 자녀를 두고 현재는 난민 캠프 수용 신세가 된 것도 비슷하다. IS가 몰락하고 시리아 내전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하면서 이들의 처우 및 본국 귀환 여부가 국제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IS에 합류했다가 고국에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밝힌 샤미마 베굼(19)의 시민권을 최근 박탈했다. 방글라데시계 베굼은 15세 때인 2015년 2월 같은 학교 여학생 2명과 함께 거주지인 런던을 떠나 시리아로 건너간 뒤 IS에 합류했다. 현재 시리아 북동부 난민캠프에 머무르고 있는 베굼은 최근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영국은 베굼의 시민권을 박탈하면서 그가 영국-방글라데시 이중국적이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도 베굼이 자국민이 아니라고 나서면서 그는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몰렸다. 영국 정부는 베굼의 아들 송환 문제 등도 논의할 겸 조만간 베굼과 관계자 면담을 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샤미마 베굼(당시 15세, 가운데) 등 세 명의 10대 소녀들이 이슬람국가(IS)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CCTV 캡처). [AP=연합뉴스]

지난 2015년 샤미마 베굼(당시 15세, 가운데) 등 세 명의 10대 소녀들이 이슬람국가(IS)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CCTV 캡처). [AP=연합뉴스]

IS의 아내와 자녀 문제가 대두된 것은 지난해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시리아 철군을 결정하면서다. 국제법에 따르면 국가 간 전쟁이 끝나면 포로로 잡혀있던 전투원들은 출신국으로 되돌려 보내져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트윗을 통해 "영국, 프랑스, 독일과 다른 유럽 동맹국"을 향해 자국 출신 IS 포로를 데려가라고 공개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이들을 데려가면 안보 위협이 생기고 처벌·재활도 까다롭다는 이유 등으로 송환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과정에서 IS 전투원과 결혼했던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일각에선 이 여성들이 IS의 꼬임에 넘어간 이념의 희생자라는 시각도 있으나 실제로는 다수가 적극적으로 IS 선전전에 가담했고 자국민에게 테러를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AFP통신과 인터뷰한 난민 캠프의 프랑스 출신 여성들은 여전히 IS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테러를 저지른 자들은 (프랑스의 공습에)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 측에 따르면 SDF가 관리하는 외국인만 해도 50개국 출신 IS 전투원 약 800명, 이들의 아내 700명과 자녀 1500명 이상이다. SDF는 "이들의 출신국 대부분이 그들을 여기에 내버려 두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면서 "그건 크게 실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S 전투원과 가족을 기소·처벌하고 재활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들 외국인 IS 조직원이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영국 국제급진주의연구센터(ICSR)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 부모나 보호자가 IS 영토로 데리고 간 외국 태생 어린이는 최소 3704명에 이른다. 또 IS에 합류한 이들이 그곳에서 출산한 아동만 19개국, 730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투와 기아 등으로 숨졌지만 일부는 귀국했고 일부는 난민 수용소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일부 국가에선 아이들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 부모와 아이를 떼어놓게 되는 인도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ICSR 보고서 공동저자인 지나 베일은 "IS와 한번 관계를 맺은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낙인과 고립은 박탈감과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향후 취약한 개인의 급진화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BBC에 말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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