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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초 단위로 소통…남북 경협 좀 앞서가도 괜찮다

문희상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한 8000만 명의 운명이 걸린 회담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미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한 8000만 명의 운명이 걸린 회담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미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경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의 완벽한 해결은 불가능하겠지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지난 2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과 관련해 내부에서 잘 아는 사람들에게 보고를 받는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10~17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정부 당국자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주요 인사,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났다.
 
문 의장은 또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거래에 능한 사람으로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결정적인 협상 타결은 앞으로 있을 3차, 4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이번이 마지막 정상회담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늦지 않은 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측 인사들 대북제재 완화에 싸늘
 
미측 인사들을 만나 보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라는 목소리도 큰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탓이다. 모든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해결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하노이에서 실무협상이 진행 중인데 마무리는 안 됐고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몇 가지 합의가 나올 거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 정상회담이 아닐 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020년 대통령 재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략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점에 맞춰 최종 협상 타결을 시도할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진척은 있을 거라고 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1차 정상회담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거다. 나는 3차, 4차 정상회담도 분명 이뤄질 거라고 본다.”
 
방미 중 비건 대표도 만났는데.
“비건 대표가 내게 ‘협상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우리 대표단에게 북·미가 서로 원하는 게 ‘dozen’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언론은 직역해서 12개라고 번역했던데 실제로는 수십 개를 의미한다. 이제부터 주고받기식으로 짜맞추면 답이 나올 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수준에서 타협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런 우려 때문에 이번 방미에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한·미 동맹은 북·미 문제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이다. 여·야 5당 대표들이 한목소리로 ‘완전한 비핵화’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오더라도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측에 제대로 전달됐다고 느꼈다.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북한이 강하게 주장하는 대북 제재 완화에 미국은 여전히 소극적인데.
“미측 인사들을 만나 보니 대체로 싸늘했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달랐다. 냉정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었다. 지난 25년간 어떤 대북 협상대표보다 더욱 그렇다. 내가 한·미 간에 ‘배드 캅(bad cop)’ ‘굿 캅(good cop)’ 역할 분담을 얘기했더니 비건 대표는 바로 ‘엄한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니’ 얘기를 하더라. 그렇게 응대할 정도로 굉장히 실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가다. 그래서 (협상을 앞두고) 제재 완화는 안 된다고 세게 나가는 것이다. 얻고자 하는 걸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비준 문제 없어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 [연합뉴스]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 경협을 활용해 달라’고 했는데.
“남북 경협이 조금 앞서가도 괜찮다. 한·미 간의 전략적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이 안 될 때는 ‘패싱(passing)’이 되겠지만 지금은 초 단위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너는 세게 쳐라. 나는 이렇게 할 테니’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문 대통령이 그런 측면에서 남북 경협을 얘기한 거다. 나는 (국회의장으로서) 한·미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에 소통이 잘 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 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금방 될 거라고 본다. 늦지 않은 봄에는 올 것이다. 다음달 북한 최고인민회의 선거가 있다. 주요 인사들이 바뀌고 새 인물로 짜여지면 국회 차원의 교류도 이뤄질 거다.”
 
한·미 소통에 문제가 없다지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됐다. ‘10억 달러 이하는 안 된다’는 미국 주장도, ‘1조원 이상은 안 된다’는 우리 주장도 다 일리가 있다. 중요한 건 한·미가 서로 명분을 찾아 2019년도 한국 국방예산 인상률(8.2%)을 적용해 결국 1조389억원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그게 한·미 동맹이다.”
 
국회 비준엔 문제가 없을까. 오히려 민주당 일부에서 지나친 증액이란 말도 나오는데.
“잘 설득했다. 다른 얘기는 절대 없다. 단지 유효기간이 1년이라 향후 협상 때 어려움이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합리적으로 협상하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고 한·미 동맹도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를 바꿔 정치 현안에 대해 물었다. 2월 국회는 지금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협치는 찾아볼 수 없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게임에서 벗어나자고 계속 얘기하는데 상대방을 ‘라이벌(rival)’이 아니라 ‘적(enemy)’으로 보는 정치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지금 국회 정상화를 위해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이끌어냈을 때처럼 말이다. 이 자리에선 공개할 수 없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야당은 청와대가 적폐 청산이란 명분을 앞세워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대여 투쟁 일변도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권 3년 차는 정부가 실적을 보여줘야 할 시기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개혁의 동력이 유지된다. 그런데 국회에서 촛불 혁명의 제도적 입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정치 보복으로 비치고 있다. 미국 역사를 볼 때 성공한 대통령은 한결같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 개혁 입법에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최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면 문 대통령이 과연 이런 야당과 대화를 해야 할지 회의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최종 책임은 결국 정부와 여당이 지는 것이다. 야당과 소통 없이는 어떤 개혁 입법도 불가능하다. 최선을 다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 개혁 입법을 해야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여당 분위기는 좀 다른 것 같다. 당 차원에서 법원의 김경수 경남지사 1심 판결을 비판하고 법관 탄핵까지 추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권분립은 법치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사법부도 입법부가 견제할 대상의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 그런 일이 없어 좀 낯설지만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현직 도지사를 1심에서 법정 구속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구속하지 않은 전례도 있지 않나. 하지만 너무 나가면 안 된다. 법관 탄핵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입법부가 사법부 결정에 불복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의 또 다른 기둥인 법치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
 
 
개혁 입법 실패하면서 정치보복으로 보여
 
선거제도의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이대로 가면 현행 제도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데.
“공직선거법상 시한이 다음달 15일이다. 꽉 막혀 있다는 건 곧 뚫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여야가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극적인 타결이 있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의 대원칙은 의석수가 득표수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국민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네 번째로 많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국회의원 증원 자체에 대한 반대가 크다. 국민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장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망언이라고 생각한다. (제명 추진에 동의하나) 그렇다.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국회 윤리위원회가 시간을 끄는 것만 막으면 된다. 3개월 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하는 법안 등이 국회 개혁법안으로 올라가 있다.”
 
차세현·현일훈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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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