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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망국적 도박 사이트 때문이다

강홍준 사회에디터

강홍준 사회에디터

‘https(보안이 강화된 웹 통신 프로토콜) 차단’이 인터넷 검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은밀한 개인의 취향을 왜 정부가 간섭하느냐고 분노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11일 ‘https 차단 정책 반대’를 위한 청와대 청원 글이 게시된 이후 청원자가 20만 명을 훌쩍 넘겼고, 청와대가 22일 답을 내놨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https 차단 정책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불법 도박·몰카는 계속 차단하겠다”고 해명했다.
 
우리가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http 또는 https로 시작된다. https는 http에 비해 보안이 강화된 사이트다. https 세상에선 인터넷 접속자와 서버와 주고받는 모든 정보가 암호화된다. 누가 이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제3자는 알기 힘들다. 방통위는 최근 불법 도박사이트 776곳과 불법 촬영물이 있는 음란 사이트 96곳을 차단했는데 이 사이트들은 https로 시작한다. 불법 사이트와 서버 네임을 대조한 뒤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SNI 차단)을 채택했다. SNI 영역이 https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암호화가 안 되는 영역이라 방통위는 그곳을 차단하는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차단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전(불랙아웃)을 경험한다.
 
https 차단이 몰고 온 검열 논란의 핵심은 차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달려 있다. 정부가 스스로 유해성을 판단하고 접속을 막는 것에 대해 2030이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사이트도 마음만 먹으면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억지 주장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 우리 10대들이 모바일로 불법 토토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하는 현실을 먼저 알렸다면, 그 사이트가 https로 시작해 아무도 이 사이트를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먼저 알렸다면, 막대한 도박 수익금을 거둔 조폭들이 전국의 마늘밭에 5만원권 돈뭉치 자루를 파묻고 있는 현실을 먼저 알렸다면 사태가 이렇게 고약하게 흘러가진 않았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찾아내면 뭐하나. 방송통신심의위(방심위)가 차단에 나서지 않으면 도박 사이트는 실컷 돈을 번다. 방심위 3기 위원회가 지난해 6월 마무리되고 올 1월 4기가 출범할 때까지 7개월 동안 위원이 선임되지 않은 공백 기간에 불법 도박사이트는 열심히 돌아갔다. 사이트 차단이 한참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사감위와 경찰의 단속 속도는 불법 도박사이트의 변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https로 시작하는 도박사이트는 차단 기술이 없어 그동안 정부가 손도 못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도박중독예방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https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기술을 서둘러 확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손놓고 있다간 나라가 절단난다는 우려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을 내놓은 배경엔 망국적 불법 도박사이트의 폐해를 이제라도 막아보자는 의도도 분명 있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나라를 망치는 도박사이트를 문 닫게 하기 위해 https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금이라도, 충분히 알려주기를 바란다. 2015년 기준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매출규모가 83조원이다. 경륜이나 강원랜드 같은 합법도박의 3배가 넘는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의 매출 규모를 뛰어넘는 도박사이트가 지금도 외국에 서버를 두고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야동도 내 마음대로 못보게 하느냐고 분노를 터뜨리는 건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망국적 도박이다.
 
강홍준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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