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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션·파운더 … 2030 인스타 산악회 용어부터 다르다

아재 기자, 인스타 산악회 따라가 보니 
지난달 기자는 한 카톡방에 초대 됐다. 이 카톡방 주인공은 인스타에서 활동하는 2030 등산모임인 ‘스트레인져 서울(스트레인져)’.  

‘지금 산 오르는 듯 심장이 쿵쿵. 덕유산 기대됩니다’ ‘토요일 언제 오나요’ ‘덕유산 세션 스태프 및 조 편성했습니다’ 이들은 ‘산행’ 대신 ‘세션’이란 말을 썼다.    
2월 16일 강원도 선자령에 오른 인스타그램 기반의 2030 등산크루 '젊산모' 일행이 풍력 터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젊산모

2월 16일 강원도 선자령에 오른 인스타그램 기반의 2030 등산크루 '젊산모' 일행이 풍력 터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젊산모

1월 26일 덕유산에 오른 인스타 2030 등산크루 '스트레인져 서울'. 코에 손을 대는 이 포즈는 2017년 11월 관악산에서의 첫 세션 중 콧물을 닦던 모습이 사진에 찍힌 것에서 유래한다. 김홍준 기자

1월 26일 덕유산에 오른 인스타 2030 등산크루 '스트레인져 서울'. 코에 손을 대는 이 포즈는 2017년 11월 관악산에서의 첫 세션 중 콧물을 닦던 모습이 사진에 찍힌 것에서 유래한다. 김홍준 기자

산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2030도 산으로 간다. 제법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다. 중복 가입도 있지만 회원이 150명을 거뜬히 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들의 소통방법·용어·활동반경·등산패션이 기존 산악회와 다르다. 40대 ‘아재’인 기자는 인스타 기반의 2030 등산모임 두 곳과 동행했다. 스트레인져와 젊은산악인들의모임(젊산모)이다.  

 
1월 26일 덕유산 - 스트레인져 서울 
지난달 26일 덕유산. 스트레인져 32명은 나를 ‘형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기자를 포함한 게스트 14명은 인스타에 뜬 공지를 보고 신청했다. 공지에는 ‘회비 입금 후 DM’이라는 문구가 있다. DM은 개인 간 메시지(Direct Message)를 뜻한다.
1월 26일 오전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 30여 명이 덕유산 세션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1월 26일 오전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 30여 명이 덕유산 세션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1월 26일 온 힘을 다해 덕유산을 오르고 있는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1월 26일 온 힘을 다해 덕유산을 오르고 있는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른 뒤 인원 점검 중인 스트레인져 서울. 이들은 이렇게 주요구간마다 인원 점검을 계속했다.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른 뒤 인원 점검 중인 스트레인져 서울. 이들은 이렇게 주요구간마다 인원 점검을 계속했다.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회장님, 이 산악회는 언제 생겼나요.”   

기자의 질문에 최주진(28)씨는 “형님, 저희는 회장님이 없어요. 코파운더(co-founder)라고 해요”라며 “산악회라고도 하지 않고 등산 크루(crew)라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7년 11월의 관악산이 첫 세션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인져는 러닝 크루이기도 하다. 한밤에 헤드랜턴 켠 채 한강변·남산도로 등에서 질주하는 젊은이들을 러닝 크루라 한다. 3년 전부터 유행했다. 산이 좋은 크루들이 모여 등산 크루를 만들었다. 크루는 한때 사이버팸(cyber+family)이라 부르고 불리며 결속력을 과시하던 모임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산행 중 취재는 아재에게 버겁다. 숨 쉬기도 바쁜데, 말까지 하려니. “바닥 조심!” 선두가 외쳤다. “바닥 조심!” 중간, 후미에서 복창했다. 중봉으로 향하는 고빗사위. 이날 세션의 리더인 왕모세(31)씨가 “가자, 우리는 누구?”를 외쳤다. 모두 “스트레인져 서울!”로 화답했다. 
 
게스트로 참여한 주원정(37)씨는 “산행을 함께할 모임을 찾다가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타고 찾게 된 것”이라면서 ”알고리즘이 스트레인져로 이끌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산행에 두 번째 참석한 김성호(33)씨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자연을 벗 삼는 게 큰 기쁨이다“며 ”계속 세션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크루들은 재능기부도 한다. 지난달 16일 서울 영등포의 한 커피점에선 모션그래픽 디자이너인 서인우(28)씨가 다른 크루를 위해 동영상 편집 강연을 열었다. 메이크업 재능기부도 예정돼 있다. 대학에서 메이크업을 전공한 조은아(28)씨가 맡는다. 
 
최인규(32) 파운더는 “스트레인져 서울은 또래들과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자연의 배려에 감사하며 자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실천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덕유산 세션에서 나무젓가락·종이컵 등 1회용품을 쓰지 않았다.
1월 26일 덕유산에 간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들의 다양한 표정.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1월 26일 덕유산에 간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들의 다양한 표정. 사진 스트레인져 서울

1월 27일 북한산 - 젊산모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북한산. 젊산모 크루 25명이 백운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한손에는 쓰레기 집게가 들렸고, 배낭 한쪽에는 비닐봉투가 걸려 있었다. 젊산모는 이날 클린세션에 나섰다. 14명은 구파발쪽 진관동에서, 11명은 반대편인 우이동에서 백운대를 포위하듯 오르며 쓰레기를 주웠다. 
1월27일 북한산 클린세션 중 젊산모 크루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1월27일 북한산 클린세션 중 젊산모 크루들이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1월27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레깅스를 입은 젊산모 크루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젊산모는 북한산 클린세션을 진행했다. 김홍준 기자

1월27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레깅스를 입은 젊산모 크루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젊산모는 북한산 클린세션을 진행했다. 김홍준 기자

젊산모 25명이 1월27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젊산모는 북한산 클린세션을 진행했다. 김홍준 기자

젊산모 25명이 1월27일 북한산 백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젊산모는 북한산 클린세션을 진행했다. 김홍준 기자

2012년 만들어진 젊산모는 인스타 팔로워가 5500여 명에 이른다. 20세~35세 200여 명으로 꾸려지고 있다. 35세가 넘으면 이른바 ‘졸업’이다. 매년 송년회 때 졸업식이 열린다. 젊산모 역시 러닝 크루를 겸한다. 젊산모는 세션 인원을 많아도 20명 내로 정한다. 세션 공지를 하면 5분도 안 돼 성원이 된다. 클린세션에 동참한 김태수(31)씨는 “잠시 스케줄 고민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마감이 된다”며 “인스타에 알림 기능을 설정하고 곧바로 참석한다는 DM을 보낸다”고 말했다. 노진호(33) 파운더는 “산행 안전을 위해 통제 가능한 인원만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비는 2000원. 금액상으로는 큰 의미가 없지만 소속감을 높이고 노쇼(no-show)를 막기 위한 조치다. 회비는 간이의자·스포크(스푼+포크)·배지 등 선물로 돌려준다.
 
젊산모도 스트레인져처럼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그리고 레깅스를 입는 이들이 꽤 됐다.
진주영(31) 대장은 “산보다 뒤풀이·이성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가끔 있다”며 “이들은 순수하게 자연을 즐긴다는 크루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별도 조치 없이도 자연히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레깅스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요?” 기자의 이 질문 중 ‘불편하지’는 ‘민망하지’를 뜻했다. 레깅스를 입은 진주영·김광명(29)씨 등은 일제히 “아니에요, 편해요!”라고 외쳤다. 일반 등산바지보다 신체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나풀거리지 않아 산행 중 나무·바위에 덜 쓸린다며 실용성을 강조했다. 이날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는 무려 150L였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층이 모여서 산에 가는 것은 힐링을 원하고 관계 형성을 추구하려는 본능  때문”이라며 “SNS를 이용해 그들만의 세련된 언어를 쓰고 자연을 청소하는 것은 기성세대와 다른 산행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7일 북한산 클린세션과 2월 16일 선자령, 2월 20일 인왕산 야간 세션에 참석한 젊산모 크루. 사진 젊산모

1월 27일 북한산 클린세션과 2월 16일 선자령, 2월 20일 인왕산 야간 세션에 참석한 젊산모 크루. 사진 젊산모

뒤풀이 비용은 n분의1
인스타를 이용하는 2030산악회는 ‘코앞이정상’ ‘청등혼(청계산등산혼자가기있기없기)’ ‘하늘마루’ ‘낭만청춘’ 등도 있다. 이들은 스트레인져·젊산모와 달리 카페 기반의 산악회로 산행 뒤 사진과 해시태그를 인스타에 올린다. 2030 산악회 중에는 클린산행·저(무)알코올 산행을 표방하는 곳도 많다. 최성훈(35) 청등혼 회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건전한 등산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산모 크루들이 평일인 2월 20일 인왕산 야간 세션에 나섰다. 사진 젊산모

젊산모 크루들이 평일인 2월 20일 인왕산 야간 세션에 나섰다. 사진 젊산모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가 1월 26일 덕유산 중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홍준 기자

스트레인져 서울 크루가 1월 26일 덕유산 중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홍준 기자

스트레인져·젊산모의 세션 뒤풀이. 삼겹살이든 만두전골이든 마음대로 주문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3~4명이 합의만 하면 된다. 술 안 마시는 ‘비주류’, 술 덜 마시는 ‘저알코올’은 알아서 끼리끼리 앉는다. 테이블별로 계산을 하는 이유다. 기자는 ‘알코올 테이블’에 앉았다. 문득 돌아보니, 4분의3이 빠져나가고 없었다. 이들은 눈치 보며 먼저 간다고 하지 않는다. 각자 때가 되면 목례만 가볍게 하고 집으로 향한다.    

 
“계산은 어떻게….” 기자의 질문에 일행은 n분의1로 내면 된다고 했다. 지갑을 뒤적거려 현금을 꺼내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카카오페이로 (계산)합니다”. 기자는 영락없는 아재였다. 
2030 등산 크루의 특징
크루 : ‘산악회·회원’ 대신 쓰는 표현
세션 : ‘산행’보다 많이 쓰는 표현
파운더 : ‘회장님’ 대신 쓰는 호칭
레깅스 : 일반 등산바지보다 선호
클린 세션 : 정기적으로 산길 청소
재능기부 : 영상편집·메이크업 등 공유
김홍준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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