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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0만원, 벌금도 10만원"···시청사 쫓아간 차주들

인테리어 페인트 공사를 하는 권모(78·서울 서대문구)씨는 10년 전 700만원을 주고 산 2.5t 중고 트럭이 생계 수단이다. 일을 나가려면 각종 자재를 실어야 해 트럭이 필수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 전부터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권씨는 “아내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단속을 시작하기 전부터 ‘당신이 단속에 걸려서 경찰에 잡혀갈까봐 걱정된다’며 일을 나가지 못하게 계속 말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에 있은 서울시청사 별관에서 만난 권씨는 “하루 일당이 25만원인데 며칠째 일을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날 공해 저감장치 지원을 신청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2일 서울시청사에는 5등급 경유차량 차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트럭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선영 기자

22일 서울시청사에는 5등급 경유차량 차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트럭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선영 기자

서울에서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 운행을 단속한 첫날인 이날 서울시청사 별관에는 5등급 경유차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트럭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시민들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시 운행제한 콜센터(별관 2층), 다산콜센터(120) 등을 통해 문의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문의가 빗발치면서 제때 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까지 별관 콜센터에만 1000회 가까이 전화벨이 울렸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도 전화가 폭주해 직원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2006년식 테라칸을 몰고 주로 지방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장모(58·서울 성북구)씨는 22일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사를 찾았다. 그가 보유한 테라칸은 2902㏄ 5등급 경유차다. 이날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돼 서울시에선 운행할 수 없다. 장씨는 당초 이날 차량에 건설장비를 싣고 경기도 평택으로 일하러 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루 일당은 10만원인데,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때 걸리면 과태료로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장씨는 대뜸 “공해 저감장치 보조금을 어떻게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에 전화 수십 통을 했지만 연결되지 않아서 온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이어 “저감장치 지원이 3월 말에나 된다고 한다. 그때까진 오늘처럼 단속하는 날엔 차를 끌고 다니지 못해 정말 막막하다”면서 “또 저감장치 보조금을 받아도 45만원은 내야 하는데, 할부도 아닌 일시불로 내라고 해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함께 서울시청사를 찾은 김모(71)씨는 “전화는 안 되지, 급한 마음에 구청에 갔더니 ‘서울시청에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해서 왔다”면서 “문의 전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 놓지 않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처 방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도 시행을 밀어붙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2일 저감 조치 방법 등을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사를 찾은 시민들. 임선영 기자

22일 저감 조치 방법 등을 문의하기 위해 서울시청사를 찾은 시민들. 임선영 기자

화물차 운전을 하는 윤경후(51·서울 성동구)씨는 서울시청사에 들어오자마자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윤씨는 “일주일 넘게 아내와 돌아가면서 서울시에 문의 전화를 했다”면서 “화물 일을 하느라 원래 자고 있을 시간인데 전화를 안 받으니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윤씨는 2004년식 엑스트렉을 몰고 있다. 일주일 전쯤 서울시로부터 이 차가 배출가스 5등급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상담을 마친 윤씨는 차를 폐차할 생각이라고 했다. 차를 계속 운행하려면 저감장치를 달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대략 400만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그는 “중량이 2.5t 이상이면 (지원을 받아) 40만원 정도만 내면 되지만 제 차는 1991㏄라 지원금이 없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폐차를 하면 지원금 165만원 정도 나오는데 그것으로 중고차를 사겠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대에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김경록 기자

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대에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김경록 기자

공해 저감장치를 부착하라는 통지를 받고 서울시청을 찾은 허자량(57)씨는 정부의 허술한 정책 집행 과정에 열변을 토했다. 허씨는 “정부 정책에 따르려면 우리도 (내용을) 잘 알아야 하는데 통화도 안 되고 서류를 무조건 발송만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허씨는 16년 정도 된 테라칸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장사를 하고 있어 차를 많이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잘못 운행하다가 또 벌금 낼까 봐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후 저감장치를 달 것이라고 했다.  
임선영·이우림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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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