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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재가 알린 죽음···혼자 살던 50대, 그옆 지킨 건 담배

화재가 발생한 방 안에는 라면·술·즉석식품을 먹고난 쓰레기 더미들과 집기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이병준 기자

화재가 발생한 방 안에는 라면·술·즉석식품을 먹고난 쓰레기 더미들과 집기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이병준 기자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와 그 주택에서 발견된 백모(52)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사고 원인은 담뱃재로, 백씨의 사망 원인은 화재사가 아닌 질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22일 “지난 21일 국과수 부검 후 구두소견을 받았다”라며 “평소 질병을 앓고 있던 백씨가 갑자기 쓰러지며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6시께 서울 문래동 단층 일반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꽃과 연기가 보인다”는 인근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화재는 출동 후 23분 만인 오후 6시 28분께 진압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백씨는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화재 진압 직후 진행된 경찰의 1차 검시 결과 백씨의 턱과 손가락 부분에 사후강직이 나타났다. 또한 코 안에는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후강직이란 사망 후 일정 시간이 지나 근육이 굳는 것을 말한다. 연령대와 온도 등에 따라 강직이 나타나는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2~3시간이 걸린다. 코 안 그을음은 화재사로 판단한 결정적 증거다. 박의우 전 건국대 법의학 교수는 “사람은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미세하게라도 숨을 쉬기 때문에 코·입·기도에 그을음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며 “강직이 나타난 시간대와 코 안에 그을음이 없는 점을 비춰볼 때 화재가 나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병준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병준 기자

 
1차 검시에서 백씨의 사망 시점이 화재 전으로 추정됐고, 백씨의 사인이 한때 미궁에 빠졌었다.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타살이 아니라면 아무도 없는 백 씨의 집에서 어떻게 불이 났는지도 미스터리였다. 당시 소방서는 “화재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범죄 혐의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의문점이 많았던 화재와 백씨 사망 원인은 국과수 부검으로 풀렸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의 사망 시점은 화재가 발생한 19일과 동일한 날이다”며 “백씨가 죽기 직전에 피우던 담배가 남아 담뱃재가 옮겨 붙으며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백씨가 거주하던 영등포구 도림로는 단층 짜리 주택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곳이다. 주변에는 금형이나 사출하는 가게들이 모여있다. 백씨는 이곳에서 혼자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백씨가 거주하던 방 외에도 한 호실이 더 있었다. 거주자가 없는 옆 호실은 현재 창고로 쓰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방 안에는 라면·술·즉석식품을 먹고 난 쓰레기 더미와 집기로 가득했다. 백씨는 건강보험료와 연금보험료가 2015년부터 각각 300만원 이상 체납된 상태로 보아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는 혼자 거주했지만 무연고자는 아니다”며 “유족과 연락이 닿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병준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50대 남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병준 기자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백씨는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다. 만약 담뱃재로 인한 화재가 아니었다면 질병으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백씨의 죽음이 상당 시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꽃집을 운영하는 이택홍(61)씨는 “방에서 은둔하던 사람으로 직업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하루는 도로에서 이유 없이 차를 막고 서있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에 의하면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는 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앞 가게가 시끄럽다 신고하기도 하고 길에서 노상 방뇨하는 사람을 신고했던 사람이다”며 “매일 술을 마시고 주민들과 특별한 교류를 하지 않던 사람”이라고 전했다. 
 
박해리·이병준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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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