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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6070 노인, 주요 코인투자층으로…코인업 압수수색 후에도 사무실은 ‘실버층’ 인산인해

20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가상화폐 발행 업체 ‘코인업’ 사무실. 전날(19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자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부터 코인업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 다녔다는 한 투자자는 기자에게 “압수수색 들어오기 전이나 후나 사람은 이렇게 많다”고 말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코인업센터에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모자를 쓰거나 백발의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 임성빈 기자

경찰의 압수수색 다음날인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코인업센터에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모자를 쓰거나 백발의 60대 이상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 임성빈 기자

강남 한복판에 8층짜리 건물을 사용하는 코인업센터에는 층마다 투자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60~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층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투자자부터 지팡이와 부축을 받는 사람까지 ‘실버 투자자’들이 눈에 띄었다. 코인업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 월드뱅크코인(WEC)에 2000만원가량 투자했다는 60대 투자자 A씨는 “처음에는 친구의 소개를 통해 들어왔다”며 “다른 투자자들도 지인 소개로 코인에 입문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취업이 늦어지면서 청년층은 이런 곳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퇴직금 등 은퇴 후 여유자금을 가진 60대 이상의 장년층이나 노인층들이 코인 투자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코인업센터에 게시된 홍보물은 ‘새마을 새마음 운동본부’ 등 196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누렸던 607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또 ‘못 배운 한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등 부모를 겨냥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었다.
 

코인업 사무실에 게시돼 있는 코인업 관련 홍보물. 새마을 새마음 운동본부 등 607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임성빈 기자

코인업 사무실에 게시돼 있는 코인업 관련 홍보물. 새마을 새마음 운동본부 등 607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임성빈 기자

 
취재 결과 코인업은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수록 팀장, 실장,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급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자신을 코인업의 CFO라고 소개한 B씨는 “회사에 새 투자자를 데려오면 소개료를 받을 수 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며 “커미션은 코인으로 지급되고 나중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코인업은 가상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은행을 설립할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B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코인업이 추진하던 사업들을 유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쪽에서는 팀장급으로 보이는 투자자 한 명이 “지금 아무것도 믿지 못하겠지만, 우리끼리 동요하지 말고 기다리자”며 다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실제 이날 만난 많은 투자자는 자신을 투자자가 아닌 ‘코인업의 일원’ ‘코인업 직원’ ‘사업자’ 등으로 소개할 만큼 회사를 신뢰하고 있었다. 
 
일부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코인업 대표를 비롯해 자신들을 끌어들인 ‘모집책’들을 고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투자금을 찾기 위해서는 고소만이 답”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9일 오전 11시 코인업 사무실 2곳에 수사관 5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달 초 해당 업체에 대한 투자 사기 의혹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컴퓨터, 투자자 명부, 투자 내역 등을 입수해 분석 중이다. 압수수색 이후 현재 코인업 사무실에서는 가상화폐 발행, 거래가 모두 중단됐다. 중앙일보는 이 사건과 관련해 코인업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사무실에선 책임 있는 담당자를 만나지 못했다. 회사를 세웠다는 ‘캐시 강’ 강석정 대표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빈·김다영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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