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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따라 부침있는 국가기념일, 박정희 26개, 문재인 50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8일 오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ㆍ28 민주운동 첫 기념식 참석에 앞서 대구 달서구 2·28 민주운동기념탑 광장을 찾아 기념탑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8일 오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ㆍ28 민주운동 첫 기념식 참석에 앞서 대구 달서구 2·28 민주운동기념탑 광장을 찾아 기념탑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ㆍ28 민주운동 기념일, 3ㆍ8 민주의거 기념일, 5ㆍ11 동학농민운동 기념일… 지난해부터 새로 지정된 국가기념일들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은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날짜가 변경됐고, 11ㆍ3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은 교육부 주관 행사에서 국가보훈처와의 공동 주관 행사로 격상됐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관련 국가기념일의 재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기념일은 3ㆍ1절, 광복절 등 국경일과는 다르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라 정부가 제정ㆍ주관하는 기념일로,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하면 된다. 그러다보니 대통령과 정부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가치관에 따라 국가기념일 지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가기념일은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간소화 방침에 따라 53개에서 26개로 줄기도 했다. 이후 민주화 운동을 기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점차 확대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운동기념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3일 광주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전국적으로 194개 학교가 참가하고 당시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는 5만4000여명이 참여한 항일운동으로,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힌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운동기념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3일 광주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전국적으로 194개 학교가 참가하고 당시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는 5만4000여명이 참여한 항일운동으로,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힌다. [뉴스1]

 
여권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광주일고 교정에서 조촐하게 진행되는 11ㆍ3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을 보고 마음 아파했다”며 “대통령 취임 후 국가보훈처의 첫 업무보고 때 11ㆍ3을 의미있는 정부 기념 행사로 격상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명확한 선정 기준이나 심사기구가 있는 건 아니다보니 특정 지역이나 이익단체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지정되거나 격상된 국가기념일을 지역별로 보면 2ㆍ28은 대구, 3ㆍ8은 대전, 5ㆍ11은 전북 정읍, 11ㆍ3은 광주와 관련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정부 주관으로 성대하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이익단체는 물론 지자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 수혜를 입는다”며 “PK(부산ㆍ경남) 여야 의원들이 똘똘 뭉쳐 10ㆍ16 부마항쟁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촉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10ㆍ16 부마항쟁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를 이끈 10ㆍ26사태의 촉발점이었다는 평가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 두번째), 오거돈 부산시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범국민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 두번째), 오거돈 부산시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부처 입장에선 국가기념일이 늘어나는 게 나쁘지 않다. 기념행사를 명목으로 부처 예산을 좀 더 확보할 수 있고 그만큼 부처의 위상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가 21일 국회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는 올해 4ㆍ11 임시정부수립기념일 행사 예산으로 9억원을 확보했다. 2ㆍ28, 3ㆍ8 행사 예산으로는 각각 1억7000만원씩 도합 3억4000만원을 얻어냈다. 정치권에서는 3ㆍ1운동, 11ㆍ3운동과 함께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히는 ‘6ㆍ10 만세운동’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 역시 보훈처 소관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의견을 수렴해 국가기념일 지정을 요청하면 정책적으로 필요한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기존 기념일과 중복되진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하고 있다”며 “의미가 퇴색되면 국가기념일 지정이 해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홀에서 열린 3.8민주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행사에서 당시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이 교복을 입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8일~10일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불법적 인권유린에 대항하여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뉴스1]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대전 중구 옛 충남도청(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홀에서 열린 3.8민주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행사에서 당시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이 교복을 입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8일~10일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불법적 인권유린에 대항하여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뉴스1]

 
김용태 의원은 “2ㆍ28, 3ㆍ8 모두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국가기념일 지정은 경중을 따져 신중히 해야 한다. 특히 국가보훈처 소관일 경우 단순히 기념식에 그치지 않고 유공자 보상, 예우 문제와 연관이 되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느냐인데 정부 부처가 국민은 뒷전이고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관만 존중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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